인구 230만명 중 절반 몰린 가자 최남단 지상전 두고 우려와 공포
이슬람권 넘어 서방도 “강제 이주 보고 싶지 않다” 반대 한목소리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국경도시인 라파에서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지상전이 개시한 것으로 알려지자 대규모 민간인 피해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피란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 (출처: EPA,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국경도시인 라파에서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지상전이 개시한 것으로 알려지자 대규모 민간인 피해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피란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 (출처: EPA, 연합뉴스)

[천지일보=방은 기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국경도시인 라파에서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지상전이 개시한 것으로 알려지자 대규모 민간인 피해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라파에는 가자지구 인구 230만명 중 절반 이상 피란민이 머물고 있으며, 이들 중 다수는 이집트와의 국경 장벽에 갇혀 생활하고 있다. 이에 인접한 이슬람권 중동국가는 물론이고 이스라엘의 입장을 더 고려하던 서방국도 점점 등을 돌리는 모양새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이 이날 가자 남부 도시 라파를 공습해 37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부상했다고 현지 보건 당국이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시작됐을 때 라파 지역 많은 사람이 잠들어 있었기 때문에 대규모 폭격으로 광범위한 공황이 발생했다. 라파 주민들은 모스크 2곳과 주택 여러 채가 폭격을 당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가자지구 남부에 대한 일련의 공격을 실시했다고 밝혔으며 라파 공습으로 두 명의 이스라엘 인질이 구출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풀려난 인질들의 상태가 양호하며 병원으로 이송돼 검진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하마스 무장세력의 지난 10월 7일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응이 “도를 넘었다”며 “미국은 민간인에 대한 적절한 배려 없이 라파에서 진행되는 어떤 군사 작전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군에 가자 남부 라파에서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대피시키고 그곳의 마지막 하마스 전사들을 물리치기 위한 이중 계획을 마련하라고 명령했다. 네타냐후 총리실은 라파에 배치된 하마스 4개 대대를 파괴할 계획을 세우라고 군부에 명령했다고 밝혔다.

이에 UN 팔레스타인 난민기구 UNRWA의 필립 라자리니 대표는 “라파에서는 기본적으로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기 때문에 불안과 공황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점령한 서안 지구에서 부분적인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당국의 마흐무드 압바스 수장은 라파에서 군사력을 확대하려는 네타냐후의 계획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가자지구에서 쫓아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비난했다.

유엔도 가자지구 라파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은 보호받아야 하지만 강제 대량 이주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라파 지역 민간인의 운명이 극도로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는 정의상 그들의 의지에 반하는 강제 대량 이주를 보고 싶지 않다”며 “우리는 국제법에 어긋나는 강제 이주를 어떤 식으로든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라파 인구의 전례 없는 밀도로 인해 지상 공격 발생 시 민간인을 보호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라파의 혼잡은 피란민들이 설치한 텐트로 인해 정상적인 경로가 차단되는 지점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주변국들의 비판도 거세다.

특히 라파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집트는 이스라엘의 라파 지상전이 팔레스타인 피란민들에게 국경을 개방하라는 자국에 대한 압박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지난 8일 성명에서 “이집트는 팔레스타인인들을 그들의 땅에서 강제로 이주시키려는 모든 시도나 노력은 실패할 것임이 자명하다”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이집트 보안 소식통은 이집트가 가자지구 국경의 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 2주 동안 약 40대의 탱크와 장갑차를 시나이 북동부로 파견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이집트는 지상 6m에 달하는 콘크리트 국경 장벽을 건설했고 그 위에는 철조망을 쳤다. 이런 가운데, 10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는 인질들의 즉각 송환과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 등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한 시위자는 “네타냐후가 전쟁을 계속 끌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며 “그는 그 뒤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전혀 모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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