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고속터미널 ‘인산인해’
돌아오는 길에는 반찬 ‘한가득’
곳곳서 “다음에 또 봐요” 인사
부모 회상에 눈물짓는 시민도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설 연휴 사흘째인 11일 오후 서울역 승강장이 귀경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1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설 연휴 사흘째인 11일 오후 서울역 승강장이 귀경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11.

[천지일보=이재빈, 양효선 기자] “이번 설은 지난 추석 때보다 (기간이) 많이 짧았죠. 가족들을 보는 시간이 적어 아쉬움이 좀 있지만, 어쩌겠어요. 다시 돌아가 일해야지.”

11일 설 막바지, 고향 전주에서 귀경해 막 서울역에 도착한 정한나(43세, 여)씨는 이번 명절에 대한 소감으로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추석 연휴는 개천절, 대체공휴일이 붙어 6일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설 연휴는 나흘이라 짧다.

◆“원 없이 놀았다” “가족과 좋은 시간 보내”

이날 서울역과 용산역은 귀경객으로 가득했다. 이번 명절 간 고향에 다녀온 몇몇 사람들의 손에는 반찬이 한 보따리였고, 여행을 갔던 사람들은 캐리어를 끌며 이번 여행이 어땠는지 얘기를 나누곤 했다. 한지원(30세, 여)씨는 “일본여행을 다녀왔다. 엔화도 싸고 연휴가 짧기 때문”이라며 “모레 출근할 때 미련이 남지 않도록 원 없이 놀고 왔다”며 웃음을 지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설 연휴 사흘째인 11일 오후 서울역 승강장이 귀경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1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설 연휴 사흘째인 11일 오후 서울역 승강장이 귀경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11.

용산역에서 만난 이기석(40세, 남)씨는 가족과 함께 대전에 계신 부모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이기석씨는 “평소 부모님과 연락을 자주 해서 익숙한 편이지만, 목소리만 듣는 것과 직접 뵙는 건 다르긴 하다”며 “가보니 건강히 잘 계시더라. 연휴가 짧아서 빨리 왔지만 안심은 됐다”고 말했다.

역에는 연휴 간 자녀와 시간을 보내고 기차에 탑승해 고향으로 내려가는 어르신들도 있었다. 주변에선 가족들이 어르신들을 배웅하며 “다음에 또 보자”는 인사를 자주 들을 수 있었다. 어떤 아이는 기차 창문을 사이에 두고 폴짝거리며 할아버지를 향해 작은 손을 연신 흔들었다. 

서울여행을 마치고 다시 지방으로 돌아가는 가족도 있었다. 김초롱(37세, 여)씨는 “어머니랑 애들과 함께 이모를 만나러 평택에서 서울로 올라왔다”며 “홍대 쪽에 들렀었는데 볼거리가 상당히 많아 아이들이 좋아했다. 좋은 시간 보내고 다시 내려간다”고 했다.

[천지일보=이재빈 기자] 설 마지막 날인 11일 용산역 기차 승강장에서 부부가 어르신을 배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11.
[천지일보=이재빈 기자] 설 마지막 날인 11일 용산역 기차 승강장에서 부부가 어르신을 배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11.

◆버스터미널도 귀경객으로 ‘북적북적’

서울고속버스터미널과 인천고속버스터미널도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날 고속버스는 평소보다 10% 증차된 수준이었다. 터미널 내 의자는 물론이고 즐비한 식당과 카페는 버스를 기다리며 식사를 하거나 가족과 헤어지기 전에 대화를 마저 나누러 온 손님으로 북적였다.

김승수(68세, 남)씨는 “큰 아들이 경주에 살고 있는데 함께 모여 지낼 기회가 없어 아쉬웠다”며 “이번 연휴에는 짧지만 함께 맛난 음식을 먹고 재밌게 대화도 나누고 손주들에겐 용돈도 많이 줄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은 저마다 고향에서 양껏 가져온 짐들을 옮기느라 바빴다. 보따리가 풀려 다시 꽉 매듭을 짓는 아주머니, 자기 몸 1/3 크기 상자를 머리에 이고 가려 애를 쓰는 아이, 혹시나 짐을 빼먹었을까 버스 짐칸 안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부부도 볼 수 있었다.

짐을 모두 내리고 터미널 내 의자에 앉아 쉬고 있던 양윤안(58세, 남)씨는 “큰아들, 막내딸과 손주들이 떡국 한 그릇 먹고 나서 한복 차려입고 세배를 했다”며 “근데 나는 나이 더하는 떡국 먹고 싶지 않았다. 먹고 나면 나이 한 살 더하는 게 싫다”며 웃었다.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마누라, 짐 잘 챙기라니께.” 설날 연휴 셋째날 11일 오후 인천 남구 인천고속버스널에서 가족이 정성스럽게 만들어 챙겨준 음식과 선물들을 버스에 싣는 아내에게 짐 잘 챙기라고 당부하는 남편의 모습. ⓒ천지일보 2024.02.11.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마누라, 짐 잘 챙기라니께.” 설날 연휴 셋째날 11일 오후 인천 남구 인천고속버스널에서 가족이 정성스럽게 만들어 챙겨준 음식과 선물들을 버스에 싣는 아내에게 짐 잘 챙기라고 당부하는 남편의 모습. ⓒ천지일보 2024.02.11.

◆가족 보러 배 타고 섬 나온 사람들도

인천여객터미널에선 가족을 만나러 섬에서 오거나, 만난 뒤 다시 인천으로 돌아온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사람이 많은 편이 아니라 그런지 밝은 분홍색 설빔을 입고 부모를 따라가는 아이가 눈에 띈다. 섬에서 근무하다 가족을 만나러 나와 로비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는 군인도 보였다.

오충근(가명, 49세, 남)씨는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짧은 설 명절을 보내고 일하던 곳으로 돌아가는 길”이라며 “섬에 가면 동료와 교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원경(78세, 여)씨는 아들 내외 집에서 설 연휴를 보내고 본래 생활하던 자월도로 들어가는 길이었다. 김원경씨는 “며느리가 음식과 선물을 한움큼 싸줬다”며 미소를 짓고 옆 의자에 올려놓은 보따리를 들어보였다.

제사를 드리다 돌아가신 부모님을 떠올렸다며 눈물짓는 시민도 있었다. 이성희(52세, 여)씨는 “설은 우리 곁을 떠나간 소중한 이를 기억나게 하는 날”이라며 “조상에게 차례를 지냈다. 돌아가신 어머니‧아버지를 떠올리며 눈물이 흘렀다”고 회상했다.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설 연휴 셋째날인 11일 인천 중구 인천항여객터미널 입구에선 유람선에서 육지로 내린 귀경객과 탑승하기 위해 들어서는 귀경객의 시선이 마주친다. 설날을 맞아 준비한 ‘설빔’을 예쁘게 차려 입은 어린이가 손에 과자를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11.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설 연휴 셋째날인 11일 인천 중구 인천항여객터미널 입구에선 유람선에서 육지로 내린 귀경객과 탑승하기 위해 들어서는 귀경객의 시선이 마주친다. 설날을 맞아 준비한 ‘설빔’을 예쁘게 차려 입은 어린이가 손에 과자를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24.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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