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항 겪는 사업지 속출
본청약 포기자도 급증

서울 송파구 복정역 인근 사전청약 현장접수처 외벽에 사전청약 4차 공급일정 안내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2022.01.17. (출처: 뉴시스)
서울 송파구 복정역 인근 사전청약 현장접수처 외벽에 사전청약 4차 공급일정 안내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2022.01.17.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계속되는 고금리에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자 사전청약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높은 이자 부담에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일부 사업장은 일정을 지연했고, 사업 자체를 취소하는 곳도 발생했다. 또한 당첨자들 이탈 등 부작용도 잇따르고 있다.

29일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사전청약은 선분양보다 2년가량 앞서 주택을 공급하는 제도다. 집값이 치솟던 지난 2020년 당시 문재인 정부는 주택시장 수요를 분산시켜 과열된 시장 분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사전청약을 도입했다. 사전청약 물량을 청년층에 배분해 ‘패닉바잉’을 막겠다는 취지였다.

실제로 지난 2020년 8월 발표 후 2021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사전청약 제도는 당시 급등하던 집값 상승세를 한 풀 꺾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다만 최근은 본청약 일정이 밀리는 등 난항을 겪는 사업지가 늘고 있다. 인천 검단신도시 AB20-1블록(제일풍경채 검단3차)은 지난 2021년 12월에 이듬해인 2022년 9월 본청약을 예고했지만 1년 4개월 후인 이달 분양을 실시했다.

사전청약이 밀리는 사유는 다양했다. 지난해 5월 본청약이었던 의왕월암 A1·A3 지구는 법정보호종인 맹꽁이가 대거 발견되면서 1년 후인 올해 5월로 연기됐고, 남양주진접2 A1·B1·A3·A4 등 4개 단지는 문화재 발견돼 내년 9월로 밀렸다. 

특히 공사비 인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자 사업을 취소한 사례도 등장했다. ‘인천 가정2지구 우미 린 B2BL’ 주택 사업을 추진하던 심우건설은 사업 초 책정한 분양가로는 수익성을 맞출 수 없다며 최근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분양가가 오른 곳도 있다.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AB20-2BL ‘검단 중흥S클래스 에듀파크’의 전용 72㎡ 사전청약 분양가는 3억 9900만원이었다. 하지만 본청약에선 분양가가 4억 3500만원으로 4000만원이나 올랐다.

‘인천가정2 우미린’ 아파트 사업 전면 취소 사실을 알리는 심우건설 측 공문.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인천가정2 우미린’ 아파트 사업 전면 취소 사실을 알리는 심우건설 측 공문.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사업 지연과 취소, 분양가 상승 등 상황이 겹치자 당첨자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사업이 지연된 곳은 추가 지연이 없을 거라는 확신도 할 수 없어 당첨자들이 미래 계획을 짜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급기야 본청약을 포기하는 당첨자도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실시된 본청약이 완료된 공공 사전청약 5091가구 중 실제 본청약 신청자 수는 2819명뿐이다. 사전청약 당첨자 절반은 본청약을 포기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사전청약 제도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사전청약의 단점’과 관련해 “미래 시점의 분양가와 불확실성 리스크를 수요자에게 전가한다”고 설명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공급자 입장에서는 금리와 공사비가 올라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고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생각보다 수요가 많지 않은 곳이 늘어나게 됐다”며 “수요자 입장에서는 사업이 제대로 될 것인지, 언제 될 것인지에 대한 의문 등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데 대한 불신으로 꺼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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