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기준 78%→68%
“전세 사기 공포 확산한 탓”
전세 줄면서 월세가격 올라
“거품 낀 가격 정상화 수순”

23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 빌라 밀집 지역의 모습. 전국적으로 잇따르는 전세금 피해의 주요 원인으로 '갭투기'가 지목되는 가운데 최근 3년간 전국에서 가장 많은 갭투기가 발생한 지역은 서울 강서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3.4.23 (출처: 연합뉴스)
23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 빌라 밀집 지역의 모습. 전국적으로 잇따르는 전세금 피해의 주요 원인으로 '갭투기'가 지목되는 가운데 최근 3년간 전국에서 가장 많은 갭투기가 발생한 지역은 서울 강서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3.4.23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서울 빌라(다세대·연립주택)의 전세가율이 1년 만에  78%에서 68%로 10%p 떨어졌다. ‘전세 사기의 주요 타겟’이라는 꼬리표가 붙으면서다. 덕분에 전세가과 매매가의 차이가 크지 않아 전세사고로 이어지기 쉬운 ‘깡통전세’ 주택도 줄어들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전세사기 사태로 빌라 전세 기피 현상이 확산하고,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가입 요건이 강화하면서 전세가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21일 한국부동산원 임대차 시장 사이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빌라의 전세가율은 평균 68.5%다. 이는 지난해 8월 부동산원이 전세가율 집계를 공개하기 시작한 이후 최저치다.

서울 빌라 전세가율은 지난 2022년 12월 78.6%에서 1년 만에 10.1%p 하락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62.5%에서 55.5%로 7%p 떨어졌다.

현재 부동산원은 최근 3개월간 매매·전세 실거래 자료를 바탕으로 매월 전세가율을 집계하고 있다.

통상 전세가율이 80%를 넘는 주택을 ‘깡통전세’라고 부른다. 집값을 처분해도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세가율 100% 초과인 주택은 매매가보다 전세가가 높기 때문에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기보다 잠적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22년 말부터 드러난 ‘빌라왕 사태’의 사기꾼들이 빌라를 주요 타켓으로 고른 이유도 시세확인이 어려워 전세가율이 불분명하다는 점을 악용한 사례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빌라촌의 모습. ⓒ천지일보 2022.09.2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빌라촌의 모습. ⓒ천지일보 2022.09.29

서울 빌라의 전세가율은 지난 2022년 8월 81.2%, 9월 82.0%로 80%를 넘겼지만 12월 78.6%을 기록하며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후 지난해 7월에는 69.5%로 하락해 8개월 연속 떨어졌고, 연말에는 68.5%까지 낮아졌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에서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관악구(76.3%, 지난달 기준)다. 이어 강동구(75.4%), 강북구(74.3%) 등 순이고, 낮은 곳은 용산구(50.9%), 강남구(59.1%), 서초구(60.8%) 등이다.

경기 빌라 전세가율은 지난해 12월 기준 69.4%로 2022년 12월(82.9%)보다 13.5%p 하락했다. 

인천은 76.7%로 같은 기간 10.4%p 떨어졌지만 여전히 전세가율이 80%에 달한다. 여전히 깡통주택이 많다는 의미다.

전국 기초 지자체 중 빌라 전세가율이 80%를 넘는 곳은 ▲경기 안양 만안구(83.2%) ▲인천 미추홀구(87%) ▲대전 대덕구(83.4%) ▲전남 광양(92%) ▲경북 구미(85.2%) 등 5곳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수도권 빌라의 전세가율이 1년 새 10%p나 떨어진 이유로 “빌라 전세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탓”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빌라촌. ⓒ천지일보DB
서울의 한 빌라촌. ⓒ천지일보DB

실제로 전세사기 사태 이후 빌라 전세 수요가 줄면서 전세가가 내리고, 월세 수요가 늘고 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연립·다세대 전세가격 지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98.3으로 1년 새 2.5% 하락했다. 반면 월세 가격지수는 101.9로 0.8% 올랐다.

전문가들은 ‘거품이 끼었던’ 빌라 전세가격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무자본 갭투자’를 위해 지나치게 올랐던 전세가가 전세보증보험 가입 요건 강화와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하면서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무자본 갭투자란 집주인이 자기 자본금 없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으로 집을 사들이는 부동산 투자 방식을 말한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거품이 끼었던 가격에 대한 되돌림 현상으로 볼 수 있다”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 보증보험 가입 요건이 강화되며 보증보험 가입을 위해선 전세금을 낮춰야 하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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