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어린이집, 유치원 교사들을 만나면 “자기가 할 일을 스스로 하는 아이들이 드물다”고 하소연한다. 부모가 과잉보호하며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행동마저 대신해주는 게 원인이다. 부모들도 아이를 독립적으로 키워야 자신감이 높아진다는 걸 알지만, 자신도 모르게 과잉보호하게 된다고 울상이다.

허영림 교수의 ‘내 아이의 자신감 자존감’이라는 책에는 자신감 있는 아이들의 특징으로 스스로 일 처리를 할 줄 알며, 정서적으로 안정돼 보이고, 호기심이 많아 매사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이며, 긍정적이라고 나열하고 있다.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자양분이 자신감이다.

부모는 아이가 성장하도록 돕는 조력자여야지만, 현실은 아이들의 일상을 대신해주는 도우미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자신감 있는 아이로 키우려면 어릴 때부터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스스로 하게 해야 한다.

아이가 할 일을 부모가 대신해주면 학교와 사회에서 경쟁력 없는 무능력한 아이로 자란다. 아이에게 일상에서 역할을 부여해주는 거에서 시작하면 쉽다. 자고 나면 이불을 정리하고, 갖고 놀던 장난감은 스스로 치우고, 방 청소도 하게 한다. 아이의 정리나 청소가 서툴러도 기회를 주고 지켜보는 게 좋다.

식사 준비도 엄마 혼자가 아닌 부모가 공동으로 하고 아이들도 같이 옆에서 거들도록 한다. 엄마가 혼자 준비하고 식구들은 식탁에 앉아 먹기만 하고 나머지 정리나 설거지도 엄마가 전담하는 건 교육적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아이들에게 밥 먹기 전 수저를 식탁에 놓고, 엄마가 준비한 반찬을 나르고, 식사 후 그릇은 싱크대로 옮겨 놓는 정도의 역할 부여는 자신감을 길러준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면 타인과 대화하는 방법, 양보하고 협력하는 방법 등 사회성을 가정에서부터 가르쳐 보내야 한다. 평소에 형제자매나 부모와 관계에서부터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가르치면 된다.

모든 걸 가지려는 욕심보다 양보의 미덕을 가르치고 어떠한 경우도 타인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비속어를 쓰지 않도록 해야 올바른 사회성을 기를 수 있다.

육아의 최종 목적은 독립이다. 청소기·세탁기 작동, 분리수거, 라면 끓이기, 방 청소 및 정리 정돈은 공부에 우선해 가르치자. 대학생이 되어서도 독립적인 생활을 못 하는 건 부모의 잘못이다. 성적 만능주의를 경계하고 더 가치를 두어 가르쳐야 하는 게 독립심이다.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도전을 통해 실패의 경험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받아들이게 해야 한다. 실패할 때 좌절하기보다는 성장하는 계기로 삼도록 도와주면, 자신의 한계와 부족함을 깨닫고 문제를 해결하는 자신감을 기르게 된다.

부모가 곁에 없어도 아이가 스스로 할 일을 하도록 기르면 육아가 쉽다.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까지 일일이 대신해 주면서 “육아가 힘들다”고 푸념하는 부모는 어리석다. 아이를 상전 모시듯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어릴 때부터 의사결정에도 아이를 참여시켜야 한다. 부모는 여러 안을 제시하고 아이 스스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도달하도록 조력하면 된다. 아이들에게 적절한 자율성을 부여하면서 자기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면 자신감이 향상된다.

필자가 가르친 제자 중 어릴 때부터 역할을 적당히 부여받으며 자란 아이가 나중에 성공하는 사례를 많이 봤다. 아이가 살면서 스스로 해야 할 일을 하나씩 알려주는 건 부모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다.

아이보다 부모의 역할이 클수록 아이는 공부도 독립심도 부족한 자신감 없는 사람이 된다. 올바른 부모의 역할이 아이를 책임감이 강하며 자신감과 자존감 높은 한 사람으로 성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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