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총부채 1년새 4%↑
GDP 대비 비율 273.1% 달해

5년간 이자지출 비용만 115조
‘숨은 나라빚’도 1588조 달해

정부 신생아특례대출 등 예고
정책금융에 부채 급증 우려

[그래픽=최빛나 기자] 지난 2분기 기준 가계와 기업, 정부 부채를 모두 더한 우리나라 총부채 규모가 6천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8월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75조원으로 한달전보다 6조9천억원 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담대는 전월보다 7조원 증가하며 6개월 연속 상승을 보였다. ⓒ천지일보 2023.12.29.
[그래픽=최빛나 기자] 지난 2분기 기준 가계와 기업, 정부 부채를 모두 더한 우리나라 총부채 규모가 6천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8월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75조원으로 한달전보다 6조9천억원 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담대는 전월보다 7조원 증가하며 6개월 연속 상승을 보였다. ⓒ천지일보 2023.12.29.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지난 2분기 기준 가계와 기업, 정부 부채를 모두 더한 우리나라 총부채 규모가 6천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이 부채 관리에 매달리고 있지만 가계부채 잔액은 이미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 비율이 상승하는 등 부채 관리엔 이미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이러한 가운데 내년 정부가 시행할 예정인 정책 금융 상품으로 인해 부채가 추가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집값 상승 기대가 대출 수요를 높이는 와중에 정부가 신생아특례대출과 청년주택드림 등 정책금융을 잇달아 예고하면서 대출 수요를 추가로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부산항. ⓒ천지일보DB
부산항. ⓒ천지일보DB

◆빚더미에 앉은 韓, OECD 중 유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한국의 비금융부문 신용은 5956조 9572억원으로 집계됐다. 비금융부문 신용은 자금순환 통계를 바탕으로 주요 경제주체인 가계와 기업, 정부의 부채를 합한 금액이다.

이 중 가계부채는 2218조 3581억원, 기업부채는 2703조 3842억원, 정부부채는 1035조 2149억원이었다.

총부채 규모는 1년 전인 작년 2분기(5729조 9946억원)보다 3.96%, 반년 전인 지난해 4분기(5836조 3750억원) 대비 2.06% 증가했다. 증가 폭을 고려하면 연내 6천조원 돌파가 불가피해 보인다.

최근 세계 각국이 강력한 긴축 기조를 통해 부채 규모를 줄이는데 성공한 반면, 우리나라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전년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273.1%로 나타났다. BIS 자료에 나오는 OECD 31개 회원국 중 9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국제 결제의 기본이 되는 기축통화국인 일본이 414.0%로 가장 높았고 룩셈부르크가 403.1%로 뒤를 따랐다. 부채비율이 가장 낮은 나라는 멕시코로 77.3%였다.

총부채 비율 상승률을 보면 한국은 1년 전(268.2%)보다 4.9%p 상승했다.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2분기 105.1%에서 올 2분기 101.7%로 3.4%p 줄었지만, 기업부채 비율은 같은 기간 117.6%에서 123.9%로 6.3%p, 정부부채 비율은 45.5%에서 47.5%로 2.0%p 각각 늘었다.

BIS 자료에 포함된 OECD 31개 회원국 중 총부채 비율이 오른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같은 기간 OECD 소속 31개국의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평균 243.5%에서 229.4%로 14.0%p 줄었다. 선진국의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280.1%에서 265.0%로, 주요 20개국(G20)도 242.8%에서 240.7%로 줄었다.

5만원권 지폐. (출처: 뉴시스)
5만원권 지폐. (출처: 뉴시스)

◆한국의 ‘나 홀로 부채 확장’ 이유는

한국은 초저금리 시기에 불붙은 부채 증가 흐름과 함께 정부의 확장재정의 영향으로 나랏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부담해야 하는 이자지출 비용만 5년간 115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기획재정부의 ‘2022회계연도 일반정부·공공부문 부채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채무(D1)에 지방정부, 비영리공공기관 부채를 더한 일반정부 부채(D2)는 1157조 2천억원으로 조사됐다.

GDP 대비 비율은 2.2%p 오른 53.5%로 국제통화기금(IMF)이 집계하는 비기축통화국 부채비율 평균치(53.1%)를 사상 처음으로 넘어섰다.

이른바 ‘숨은 나랏빚’으로 불리는 공공부문 부채(D3·비금융공기업 포함)도 갈수록 늘고 있다. 공공부문 부채는 지난해 1588조 7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161조 4천억원 늘었다. GDP 대비 공공부문 부채 비중은 73.5%로 사상 처음 70%를 돌파했다.

정부의 확장재정으로 인해 나라와 가계, 기업 등이 부담해야 할 이자 비용이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문제를 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가계와 기업의 부채가 부동산을 중심으로 묶여 있는 만큼, 부채를 줄이기 위한 정책 금융이 가계부채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기준 은행권 기업대출은 1253조 7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늘어난 기업대출 규모는 총 83조 4천억원에 달했다. 기업대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장기간 고금리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서 건설·부동산업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와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을 막기 위해 내놓은 부동산 ‘연착륙’ 정책으로 인해 가계대출이 증가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 3월까지 감소 추세였던 가계대출이 당국의 ‘특례보금자리론’ 출시를 기점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부동산 PF 부실 문제를 정책적으로 지원하면서 ‘향후 부동산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세가 한풀 꺾이는 모습이다. 고금리 장기화 속에 정부의 대출 지원이 축소되고, 집값에 대한 고점 인식이 확산하며 거래량 감소, 실거래가 하락 기류가 뚜렷해진 것이다. 사진은 19일 서울 남산에서 내려본 서울 아파트단지. 2023.11.19. (출처: 연합뉴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세가 한풀 꺾이는 모습이다. 고금리 장기화 속에 정부의 대출 지원이 축소되고, 집값에 대한 고점 인식이 확산하며 거래량 감소, 실거래가 하락 기류가 뚜렷해진 것이다. 사진은 19일 서울 남산에서 내려본 서울 아파트단지. 2023.11.19. (출처: 연합뉴스)

◆정책금융, 향후에도 대출 자극하나

이에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꺾이지 않는 가계부채를 경계하는 한편, 내년 시행되는 신생아특례대출과 청년주택드림 등 정책금융의 영향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놨다.

최근 발표된 11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대출 규제, 금리 상승 등으로 주택 경기가 다소 둔화됐다”면서도 “집값 상승 기대감은 여전히 남아있어 금융 여건이 완화되면 잠재된 대출 수요가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가격 상승 기대감이 여전한 만큼, 가계부채 증가세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을 것을 우려한 것이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정책 금융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다른 금통위원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연말까지 하락 흐름을 이어가도 내년 특례보금자리론이 재개되고 신생아특례대출 등이 새롭게 시행된다”며 “정책금융이 가계대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내년 정책금융의 내용과 규모, 가계대출에 미칠 영향 등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정부는 내년부터 대출 신청일 기준 2년 이내에 아이를 낳은 무주택가구를 대상으로 27조원 규모의 신생아 특례대출을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2월엔 무주택 청년을 대상으로 청약 당첨 시 분양가의 80%까지 대출이 가능한 ‘청년주택드림대출’이 약 20조~30조원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내년 주택금융공사 및 주택도시기금을 통한 정책금융 상품 공급 예정 규모도 가계대출을 자극시킬 우려가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대비 축소될 것으로 보이지만 2020∼2022년 평균에 비해서는 상당히 많은 규모기 때문이다.

이에 금통위원들은 “장기 시계에서 정책금융 공급 규모에 대한 평가 및 전망을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며 정책 금융 대출 영향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금통위원들의 우려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7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한 금통위원은 “최근 주택대출의 증가는 정책 변화가 상당 부분 영향을 준 것”이라며 정책 금융 대출을 가계부채의 원인으로 꼽기도 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부동산 가격으로 인해 가계부채가 늘어날 것을 걱정하고 있는데 통화정책으로 이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3.11.30.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3.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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