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지키는 자를 누가 지키는가? 강력한 군대 통제에 대한 오랜 명제다. 북한은 건국 이후 단 한 번의 쿠데타가 없는 희한한 나라다. 군부는 노동당에 절대 충성하다 못해 아부 굴종하는 집단으로 전락하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답변은 간단하다. 막강한 군부를 노동당이 직접 통제하는 시스템으로 북한군에는 중대(특수 부대는 소대)까지 정치장교가 배치되어 있다. 그들의 임무는 군대를 당적으로 통제하고 군인들을 당과 수령에게 충성하는 사람들로 만드는 사상교양사업이다. 대만 군대에도 정치작전 장교가 있지만 북한처럼 강력한 당조직까지 구축하지는 않고 있다. 현재 군대 안에 당 조직이 있는 군대는 중국의 인민해방군과 북한군이 유일하다고 알고 있다.

최근 들어 북한이 전략무기 고도화에 따라 군부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걸 막기 위해 김정은 정권 들어 노동당 군정지도부의 위상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과거 북한군 통제와 검열은 북한군 총정치국이 주도했다. 총정치국은 곧 북한군 당위원회이기도 하다. 원래 당 규약에 북한군 당위원회는 일반 사회의 도(道북)당위원회와 동일한 급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비교가 안 될 만큼 큰 규모다. 북한군에는 보통 중사 이상이면 거의 노동당원들이기 때문에 당원 수가 사회보다 많을 수밖에 없다.

오늘 북한군에는 군단에 군단 당위원회, 사단에 사단 당위원회, 연대에 연대당위원회, 대대에 당 초급당위원회, 중대에 당세포가 조직되어 있다. 군 총정치국의 경우 김정은 총비서 집권 초기엔 군 차수와 국방위·국무위 부위원장,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 등이 그 수장을 맡았다. 김 총비서는 2011년 12월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뒤 최고지도자 자리를 물려받았다. 그러나 점차 군 대장과 국무위원, 정치국 위원 등으로 총정치국장 직급이 낮아졌고, 이는 곧 총정치국의 위상 변화를 뜻으로 드러났다.

현재 북한군에 대한 당적 지도와 검열을 담당하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군정지도부는 지난 2020년 설립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정지도부장은 그간 최부일·오일정(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 현 노농적위군 사령관, 대장) 등 군부 유력 인사들이 맡아왔고, 올 9월엔 ‘군부 실세’ 박정천이 이 자리에 임명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황병서 차수가 군정지도부장을 맡고 있다는 설도 있어 좀 더 확인이 필요하다.

군 총정치국과 당 중앙위 조직지도부, 군사부 등 기존 군 통제기구가 존재함에도 북한이 군정지도부를 새로 설치한 건 군 통제기구 간 역할 변화를 짐작게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처럼 군정지도부를 강화한 건 김정은 정권이 유일한 성과로 내세우고 있는 핵과 전략무기 고도화가 군부의 성과로 치환되는 상황을 당적 통제를 통해 사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김정은 정권이 ‘당-국가’ 체제 정상화 시도와 군부에 대한 당적 통제 강화를 내세움으로써 체제 유지에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군부의 안정화를 도모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군정지도부는 김 총비서가 독재정권을 유지하는 개인적 차원에서도 세력을 통제·관리하려는 수단이며, 그가 당 중앙위 조직지도부와 군정지도부·총정치국 등을 중첩한 다중적 통제를 통해 군 통제기구 간 알력과 갈등을 관리해 온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데, 이는 여전히 군부가 북한 체제를 유지하는 요인이면서도 체제 위협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걸 방증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군부 통제와 군부의 불만 축적, 군부 통제기구 간 갈등·알력 발생 등이 북한 체제의 불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에 ‘당-군 관계’ 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군부발(發) 체제 불안에 대비한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북한에서 쿠데타는 바로 이런 노동당의 군부 장악으로 어렵다.

차제에 군사 쿠데타 시도 불가 원인 몇 가지를 살펴보면, 이런 군사통제의 분산과 견제가 가장 먼저이고 그다음은 호위사령부와 경무국 등 김정은 호위체계가 완벽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군부 지휘관의 전화는 도청되고 보위국의 감시가 철저하다. 한 마디로 모의 자체가 불가능한데다 병력 이동이 어려운데 어떻게 쿠데타가 일어날 수 있을까. 그러나 쥐구멍에도 볕들 날은 분명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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