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촌 과밀화·의약품 부족·식량과 물 문제 겹쳐 감염병 확산
‘한계 상황’에 수백명이 구호품 트럭에 몰려 물건 훔쳐 갔다

(출처:  AP,, 연합뉴스) ‘한계 상황’에 부딪힌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이 지난 17일 라파 국경을 통해 넘어온 구호품 트럭을 약탈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가자지구 주민들은 인도주의적 한계에 처해 있다.
(출처:  AP, 연합뉴스) ‘한계 상황’에 부딪힌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이 지난 17일 라파 국경을 통해 넘어온 구호품 트럭을 약탈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가자지구 주민들은 인도주의적 한계에 처해 있다.

[천지일보=방은 기자]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팔레스타인인 사망자가 2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열악한 가자지구 환경으로 인해 전염병까지 확산하고 있어 주민들 고통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일(현지시간) AFP,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지난 10월 7일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2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했으며, 시신 수천구가 건물 잔해 속에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사망자 중 어린이는 8000여명, 여성은 6200여명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부상자는 5만 2586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이에 마크 말로치 브라운 전 유엔 사무차장은 가자지구의 사망자 수는 과소평가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BBC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가자지구 상황을 곳곳에 돌무더기가 많은 지진에 비유했다. 브라운 총리는 “건물을 치우면서 비극적인 사상자들을 발견할 수 있을 때 사상자는 종종 두 배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현대 분쟁에서 민간인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2월 1일 마지막 휴전이 결렬된 이후, 가자지구 북쪽 절반에 국한되었던 지상전이 가자지구 전역으로 확대됐다. 현재 대부분의 민간인들이 피신하고 있는 가자 남부에서는 이스라엘군이 칸 유니스 중심부를 중심으로 하마스에 대한 치열한 공격을 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가자 지구의 230만명이 재앙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국제 구호단체들은 전했다.

국제 구호단체들은 가자지구의 춥고 습한 날씨와 난민촌 과밀화, 식량·의약품 부족, 깨끗하지 못한 물 등의 문제가 겹쳐 감염병이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병원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미 중상을 입은 환자들로 넘쳐나는 탓에 감염병 등 일반 환자들의 치료는 제한된 상태다. 유엔아동기금 대변인 제임스 엘더는 지난 14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질병의 완벽한 폭풍이 시작됐다. 이제는 ‘얼마나 더 나빠질 것인가?’에 관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데이터에 따르면 11월 29일부터 12월 10일까지 5세 미만 어린이의 설사 사례는 66% 증가한 5만 9895건으로 같은 기간 나머지 인구에서도 55% 증가했다. 유엔 기관은 전쟁으로 인해 가자지구의 모든 시스템과 서비스가 붕괴돼 그 숫자가 필연적으로 폭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칸 유니스에 있는 나세르 병원의 소아병동 책임자인 아메드 알파라 박사는 자신의 병동이 극심한 설사와 탈수증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지난 2주 동안 칸 유니스에서 A형 간염 환자가 15~3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바이러스의 잠복기는 약 한 달이므로 한 달이 지나면 환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엔은 “전염병 가능성이 있는 14개 질병의 발생률을 추적하고 있으며 이질, 수양성 설사, 급성 호흡기 감염의 급증하는 비율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라파의 한 병원 의사는 식량 부족으로 인한 영양실조 또한 ‘통제할 수 없는 수준’에 달했고, 어린이 빈혈과 탈수가 이전의 거의 3배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7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등에 따르면, 이날 소셜미디어에는 한계 상황에 처한 가자지구 민간인들의 극한 상황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영상이 확산됐다. 영상에는 가자지구로 구호품 트럭이 진입하자 주민들 수백명이 우르르 몰려와 물과 음식 등을 끌어내려 마구잡이로 집어 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트럭에서 구호품을 훔치지 못한 주민들은 바닥에 떨어진 것들을 주웠다. 다른 영상에는 복면을 쓰고 무장한 남성들이 트럭에 올라타 있는 모습도 담겼다. 이들은 곤봉 등 무기를 들고 민간인이 트럭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위협했다. TOI는 이 트럭에 올라탄 남성들이 하마스 대원들로, 구호품 트럭을 약탈하려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 측은 이스라엘과 가자지구간 통로인 케렘 샬롬을 개전 이후 처음으로 개방했다. 이전에는 가자지구와 이집트 간 통로인 라파에서만 구호품 트럭 반입이 하루 100대 제한적으로 가능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케렘 샬롬 통행로를 개방해도 피란민이 너무 많고, 곳곳에서 공습이 이어지는 탓에 인도주의 참사에 직면한 가자지구 주민을 돕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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