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3월 8일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지 9개월 만이다. 친윤 핵심 장제원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 이후 그의 거취가 주목됐는데 결국 사퇴한 것이다.
김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리 당이 지금 처한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은 당 대표인 저의 몫이며 그에 따른 어떤 비판도 저의 몫”이라는 글을 올렸다. 두 사람의 퇴진으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 하락으로 벼랑 끝에 몰렸던 여당은 쇄신 동력을 확보하고 반전을 꾀할 기회를 갖게 됐다.
그동안 김 대표의 사퇴는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김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이념 편향과 야당 경시 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당정관계가 종속적으로 기울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는 당 지지율 정체로 이어졌다.
김 대표는 10.11 강서구청장 보선에서 여당이 참패하자 대대적 쇄신을 다짐하며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전권을 주겠다”는 약속과 달리 당 주류의 험지 출마 등 자신을 겨냥한 쇄신 요구는 일축했다. 그 결과 혁신위가 빈손으로 조기 종료되면서 여당의 지지율은 더욱 빠졌다.
내년 총선에서 서울 49개 지역구 중 6곳을 빼곤 전패한다는 관측이 당 내부에서 나올 지경에 이르렀다. 취임한 지 열 달도 못 돼 그가 사퇴할 수밖에 없게 된 배경이다.
국민의힘 변화는 친윤 핵심 장 의원 불출마, 김 대표 사퇴에 그쳐선 안 된다. 등 돌린 민심을 잡기 위해 더 큰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 국민이 변화를 실감하게 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혁신적인 공천과 과감한 세대교체로 국민 앞에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총선이 4개월도 남지 않은 만큼 국민의힘은 조만간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누가 비대위원장을 맡든 차가운 민심을 직시하고 공천 등 총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윤 대통령도 여당이 이런 상황이 빚어진 데 대해 엄중한 성찰이 필요하다. 국정 기조가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선 대통령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인사들도 바꿔야 한다. 부분 개각과 수석 개편이 이뤄졌지만 총선용이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윤 정부에서 장차관을 했거나 대통령실 요직에 있던 이들이 당선되기 쉬운 ‘지역구 쇼핑’에 나서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국민들은 대통령 주변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도 눈여겨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