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까지 총파업 찬반 투표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 개최도
2020년 파업과 달리 회의적
의대 증원 찬성 여론도 부담
‘집단행동 현실화’는 불투명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에 반발하는 대한의사협회가 전체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총파업 찬반 투표를 시작했다. 사진은 11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 모습. ​ⓒ천지일보 2023.12.1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에 반발하는 대한의사협회가 전체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총파업 찬반 투표를 시작했다. 사진은 11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 모습. ​ⓒ천지일보 2023.12.12.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정부의 ‘의대 입학 정원 확대’를 저지하려는 대한의사협회(의협)가 11일부터 총파업 찬반투표에 돌입한 가운데 실제 집단행동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보건복지부는 전날 보건의료 위기 ‘관심’ 단계를 발령하며 의료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의협은 이날 오전부터 연락처를 확보한 회원 10만여명을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 전자투표 방식으로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에 대한 대응으로서 ‘총파업(집단휴진)’ 찬반 투표에 들어갔다. 투표는 오는 17일 자정 마감하고, 설문 결과는 공개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설문에서 단체 행동에 동의하는 답변이 많더라도 바로 ‘총파업’에 돌입하지는 않는다는 게 의협 측의 설명이다. 우선 단체 행동에 대한 회원들의 의사를 확인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의사단체 내부에서 의대 증원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은 만큼 투표 결과가 총파업 ‘찬성’ 응답률이 높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

앞서 의협은 지난 3일 정부가 의대 증원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한 데 유감을 표하고, ‘대한민국 의료 붕괴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 대책특별위원회(범대위)’를 꾸리고 집단행동 수위를 높이고 있다. 범대위 위원장으로는 이필수 의협 회장이, 투쟁위원장으로는 2020년 총파업을 이끈 최대집 전 의협 회장이 선임됐다.

범대위는 정부가 지난달 21일 의과대학별 정원 증원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에 반발, 지난 6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철야 시위를 벌이면서 본격적인 대정부 투쟁에 돌입했다. 또 투표가 끝나는 오는 17일 세종대로 일대에서 의사 총궐기 대회를 열어 집단행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다만 의협이 실제 총파업을 단행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2020년 단체 행동 때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시 의협의 주축인 동네의원 휴진율이 6~10%에 그쳤지만, 전공의 휴진율이 70~80% 수준에 달해 파급력이 컸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한전공협의회(대전협)가 단체 행동에 신중한 입장이다. 대전협은 지난달 22일 정부의 의대 증원 수요조사 결과에 반발해 “독단적인 결정을 강행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고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어떠한 입장도 발표하지 않고 관망하는 분위기다.

또 의료계의 집단행동에 대한 국민 여론도 부담이다. 국민 대다수는 의대 증원에 찬성하고 있다. 지역 간 의료불균형이 심각하고, 필수의료가 붕괴 직전이라는 위기 상황에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정치권도 의대 증원에 대한 지지가 뚜렷한 상황에서 섣불리 단체 행동을 실행에 옮기기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의료계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의료계 내부에서도 의사 인력 확충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크다. 지역의료원이나 지역 국립대병원 등은 보건복지부와 간담회에서 의사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복지부는 10일부터 보건의료위기 ‘관심’ 단계를 발령하고, 비상대응반을 구성했다. 보건의료 재난 위기경보 단계는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4단계로, 이 중 ‘관심’은 보건의료 재난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에 따라 보건의료 관련 단체의 파업·휴진 등에 대비한 진료 대책을 점검하고 협조체계 등을 구축하는 단계다.

복지부는 “대화는 이어가지만, 불법적인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격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사들이 집단 휴진 등 단체 행동을 하면 의료법상 진료 거부로 처벌받을 수 있다.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 휴업 또는 폐업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으면 업무개시명령을 할 수 있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의사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 7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정부와 협상 도중에 대한의사협회에서 총파업 찬반 투표를 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국민 생명과 건강에 위협이 된다면 정부에 부여된 권한과 책임을 다해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