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물 들어가지 말라 지시” 진술
이에 포병대대장 법률대리인 김경호 변호사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 공수처 고발

(대전=연합뉴스) 고(故) 채수근 상병의 안장식이 지난7월 22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되는 가운데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이 추모하고 있다. 채수근 상병은 지난 19일 경북 예천 내성천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2023.7.22
(대전=연합뉴스) 고(故) 채수근 상병의 안장식이 지난7월 22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되는 가운데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이 추모하고 있다. 채수근 상병은 지난 19일 경북 예천 내성천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2023.7.22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폭우로 인한 실종자를 수색하다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해병대 채모 상병의 지휘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물에 들어가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군 법원에 제출했다가 허위사실로 고발당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채상병이 소속됐던 해병대 포병 7대대장 이모 중령의 법률대리인 김경호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허위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앞서 전날인 8일 김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임 전 사단장의 진술을 반박했다.

김 변호사는 “해병대 부하들이 강물에 들어가 수색하는 사실 자체를 알고 있었고, 이에 대해 ‘물에 절대 들어가지 말라’ 지시를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훌륭하게 공보 활동이 이뤄졌구나’라고 독려한 객관적인 카톡 증거가 있음에도 이와 다른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채상병이 급류에 휩쓸린 지난 7월 19일 오전 해병대 1사단 공보정훈실장이 카카오톡으로 임 전 사단장에게 포병 3대대 9중대 장병들이 강물 본류에 들어가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는 장면의 기사와 사진을 보고했다고 강조했다.

또 이보다 앞서 18일 당시 현장에 포병 11대대장 최모 중령과 이 중령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보면 물에 들어가라는 지시가 임 전 사단장의 지시임을 확인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채상병 사건 관련 채상병 소속부대의 장교들 대화. (출처: 김경호 변호사 페이스북.)
채상병 사건 관련 채상병 소속부대의 장교들 대화. (출처: 김경호 변호사 페이스북.)

김 변호사가 공유한 내용에 따르면 이 중령이 “수변일대 수색이 겁난다. 물이 아직 깊다. 사진 보내드려 보겠다”며 최 중령에게 사진을 보냈다. 당시 수색은 맨몸으로 진행됐다.

최 중령도 “이거 정찰을 어떻게 할지… 도로 정찰해야 할지 완전 늪지대라 하루 1㎞(수색)도 힘들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맨몸 수색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공유한 셈이다.

이후 이 중령은 강물의 우세가 너무 위험해 계속 강물의 사진을 포병 전체 단체방에 올렸다. 최 중령은 지휘통제본부장인 7여단장과 통화해 강물 위험성을 알리고 ‘도로정찰 위주 실시하되 필요(가능)구간 수변정찰 실시’를 통보했다.

김 변호사는 “이처럼 지휘통제본부도 현장 보고를 존중하고 합리적인 명령을 내리고 있었던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이 중령과 최 중령이 자신의 대대원에게 ‘강물에 들어가라’ ‘허리 아래까지 들어가라’고 명령을 직접 내렸다는 주장은 모순 그 자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두 사람은 갑자기 긴박한 대화를 나눈다. 최 중령은 “구조대장이 수변 아래 정찰을 원하는데 어쩌지?”라고 물었고 이 중령은 “잠수복 상의까지 오는 거 있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최 중령은 “이거 뭐 아무 대책 없이 와서 답답하네”라고 한탄했다.

이후 최 중령이 예천 공설운동장에 설치된 해병대 지휘통제본부 회의에 대표로 참석한 뒤 회의 내용을 전파했는데, 이 내용을 보면 ‘내일(19일) 사단장이 현장 작전지도 예정’이라고 했다. 아울러 ‘바둑판식으로 (강물) 무릎아래까지 들어가 찔러보면서 정성껏 탐색할 것’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7여단장의 이전 지시보다 강화돼 무릎아래까지 들어가라는 지시는 그 윗선인 임 전 사단장 지시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중령은 지난 1일 채상병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보직해임했다. 사건 발생 다섯 달 만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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