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임기가 끝나자마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전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주관하는 보수 기독교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사진은 행사에 참석한 원 장관의 모습. (출처:너만몰라TV 유튜브 캡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임기가 끝나자마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전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주관하는 보수 기독교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사진은 행사에 참석한 원 장관의 모습. (출처:너만몰라TV 유튜브 캡처)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임기가 끝나자마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전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주관하는 보수 기독교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총선 등 정치 시즌을 앞두고 정교분리 논란이 또다시 불붙을 조짐이다.

전 목사 측 유튜브 ‘너만몰라TV’ 채널을 보면 원 장관은 지난 4일 오후 경북 경주의 한 호텔에서 열린 ‘경북·대구 장로총연합 지도자대회’에 참석했다. 이 행사는 전 목사가 대표로 있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 국민운동본부’가 주최했다.

이 자리에서 원 장관은 “오늘 장관 명단이 발표가 됐다”며 “국토부 첫 장관으로서 임기를 마치는 발표를 받고 여러분을 뵈러 온 게 처음 일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신이 개척교회 소속 장로의 차남이고 형이 목사라고 밝히는 등 약 40분간 신앙 간증을 했다. 원 장관은 발언 말미 “딱 한 사람을 붙들어야 한다. 우리 대한민국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걸림돌을 붙잡고 제가 헌신하고 희생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딱 한사람’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지칭하는 것으로 내년 4월 총선에서 이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 출마해 맞붙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 목사는 원 장관이 내려간 후 연단에 올라 “와따, 원희룡 간증 잘하네. 웬만해서는 내 마음에 안 들거든. 아주 쏙 빠지게 하네”라며 그를 치켜세웠다.

원 장관이 정치 재개 첫행보로 전 목사 주최 행사를 택하면서 야당에서는 국민의힘이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보수 개신교 세력과 손을 잡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원 장관은 단지 기독교인으로서 신앙 간증을 하러 간 것이라며 전 목사와의 관련성에 선을 그었다. 

앞서 전 목사는 올해 초 국민의힘 전당대회 전후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여기에 국민의힘 일부 지도자가 호응하면서 논란이 됐다.

특정 종교가 정치에 개입하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센 상황에서 노골적인 정교유착 행보는 거센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국민의힘 전당대회 일주일 전 전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 참석해 “최고위원이 되면 전광훈 목사를 잘 모시고 함께 가겠다”고 말했던 김재원 의원은 실제 전당대회 때 최다 득표로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이후 김 최고의원은 나흘 만에 사랑제일교회 예배에 참석해 “앞으로도 말씀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발언하거나 미국에 가서 “전광훈 목사가 우파 통일을 했다”는 식으로 말해 풍파를 일으켰다.

이런 상황에서 기자회견을 연 전 목사는 “정치인은 반드시 종교인의 감시가 필요하다. (국민의힘은) 전광훈 목사의 통제를 받으라”고 말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수년 간의 광화문 집회를 이끌며 조직력을 앞세운 전 목사는 자유통일당 등을 만들어 보수 개신교의 정치세력화를 노리고 있다.

수차례 총선에서 국회 진입에 실패하자 집권여당 내에서 정치 세력화를 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국민의힘 점령 운동’을 벌이는 동시에 ‘22대 총선 200석 전략’을 공공연히 밝히면서 신도들에게 당원 가입을 독려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전 목사 세력이 여당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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