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전 11만여명 살던 칸유니스에 피란민 5만명 유입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유엔 보호시설 내 피란민들 (출처: 연합뉴스)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유엔 보호시설 내 피란민들 (출처: 연합뉴스)

가자지구 공세를 재개한 이스라엘군이 현지 주민들에게 제시한 새 대피처가 피란민 수용능력이 부족한 곳이어서 부당하다고 유엔이 지적했다.

4일(현지시간)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지난 1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휴전 조건 위반을 문제 삼아 가자지구 공세를 재개하면서 주민들에게 민간인 대피로를 새로 제시했다.

그간의 교전 속에 사실상 폐허가 된 가자 북부뿐 아니라 다수의 피란민이 옮겨와 있는 남부에도 공습을 예고하며 대피 지역을 고지했다.

OCHA는 가자 남부 주요 도시이자 대규모 난민 캠프가 조성된 칸유니스의 상황을 언급했다.

칸유니스는 지난달 7일 전쟁 발발 이전에는 주민 11만7천명이 거주했지만 전쟁 이후엔 피란민 5만여명이 새로 유입돼 21개 보호시설에 모여 있다.

이스라엘군이 지난 3일 대피령을 내린 지역은 칸유니스 내 20%에 해당한다. 이스라엘군이 칸유니스 동쪽의 알푸카리 마을과 이집트와 접경 지역인 라파의 아쉬 샤보라, 텔 아스 술탄 지역으로 이동할 것을 요청했다.

이스라엘군이 대피 지역으로 제시한 곳은 이미 수용능력 이상의 피란민이 있는 과밀 지역이라고 OCHA는 지적했다.

전쟁이 터진 후 가자지구 인구의 80%가량인 180만여명이 피란민이 됐고, 이들 가운데 110만명이 유엔 보호시설 156곳에서 살고 있다. 19만여명은 공립학교와 병원 등지에 있고, 나머지는 친척의 집에 함께 머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대규모 피란민이 발생한 상황에서 가자 남부는 과밀화 부작용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OCHA는 전했다.

OCHA는 “가자 남부 보호시설로 피란민이 몰리면서 위생 환경이 열악해졌고 급성 호흡기 감염과 피부병, 기타 전염성 질병이 생기는 사례가 많이 증가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런 사정을 알고도 내려진 이스라엘군의 대피령은 사실상 민간인 보호 의무를 규정한 국제인도법에 배치된다는 점을 OCHA는 짚었다.

OCHA는 “국제인도법에 따라 분쟁 당사자는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할 모든 예방조치를 해야 하며 여기에는 민간인이 대피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안전한 장소, 위생 여건 등을 제공하는 일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제네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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