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宗敎)의 중심에는 ‘생명존중’ 사상이 있다. 하늘의 도를 가르치는 것이다 보니 생명을 주신 초월자에 대한 경외심이 담겨 있다. 생명존중의 가장 기본은 자신의 생명을 사랑하는 것이다. 자신의 생명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타인의 생명을 사랑하고 아낀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특히 종교지도자라면 세상을 저버리려는 사람을 설득하고 버틸 수 있는 길을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얼마 전 대한불교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입적에 대해 ‘소신공양(燒身供養)’이라는 조계종 측의 발표가 있었지만 이를 두고 스님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불교계 진보성향 단체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는 조계종 소속 승려 4610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한 결과 276명의 스님이 응답했는데, ‘소신공양(6.9%)’이라는 응답보다 ‘영웅 만들기 미사여구(93.1%)’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고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전했다.

자승 전 총무원장의 죽음은 여러 면에서 납득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이전의 어떤 조계종 총무원장보다 추종자가 많았던 정치적 인물이라는 면에서 다소 충격적이다.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 불감훼상 효지시야(不敢毁傷孝之始也)다. 부모에게 받은 몸을 상하지 않게 하는 것이 효의 시작이라는 것 또한 살면서 깨닫는 마땅한 도리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10대 청소년 자살률은 전 세계 1위 수준을 넘어 매년 급증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최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자해·자살 시도를 한 10대는 2012년 615명에서 2022년 1786명으로 2.9배 증가했다. 치료약물·인공독성물질 등 10~20대 중독 환자도 2012년 1158명에서 2022년 2770명으로 2.4배 늘었는데, 74.5%가 자해·자살 목적의 중독이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자살예방 차원으로 전문가로 구성된 전담부서를 신설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상황이다. 이런 때 어떤 단체보다도 살생을 금기시하는 불교의 최고 지도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자살이 미화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인명재천(人命在天)이다. 하늘을 믿는 종교지도자라면 더더욱 하늘이 주신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생명존중을 실천해야 한다. 세상에 아름다운 자살이란 결코 있을 수 없다. 힘든 육신과 환경을 이기고 하루라도 더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세상 모든 이들을 위해서라도 자살이 미화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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