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서경덕 성신여대교수 페이스북 캡처) ⓒ천지일보 2023.12.04.
(출처: 서경덕 성신여대교수 페이스북 캡처) ⓒ천지일보 2023.12.04.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일본 정부가 도쿄 사찰에 남아있는 ‘고려대장경’ 목판 인쇄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후보로 밀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021년 기록유산 등재를 신청했다 한차례 기각됐으나 재도전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고려대장경 목판본은 한국의 대표적 문화유산임을 명확히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등재 추진에 논란 일어

4일 서 교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일본 정부가 ‘고려대장경 목판 인쇄본’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 추진한다고 밝혀 큰 논란이 됐다”며 “지난 주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상의해 보고 여러 사례들을 조사해 봤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세계기록유산’은 유네스코가 귀중한 기록물을 보존하고 활용하기 위해 가치있는 기록유산을 선정하는 사업으로, 다른 나라에서 기원한 기록물에 대해 등재 신청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현재로서는 일본의 등재 추진 자체를 막을 명분은 없다는게 중론”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일본 정부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를 신청할 후보로 도쿄 사찰인 ‘조조지(增上寺)’가 소장하고 있는 ‘불교 성전 총서 3종’과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당시 참상을 보여주는 사진을 선정했다.

특히 ‘불교 성전 총서 3종’은 중국 남송 시대(12세기)와 원나라 시대(13세기), 그리고 한국 고려시대(13세기) 때 만들어진 대장경 목판으로 찍은 불교 인쇄물이다. 17세기 초 에도 막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일본 전국에서 수집해 조조지에 기증한 것으로 중국과 고려 인쇄물을 합치면 약 1만 2000점에 달한다.

다만 ‘불교 성전 총서 3종’이라는 명목하에 세계인들이 마치 기원을 일본 불교로 오해하지 않도록 ‘고려대장경은 한국의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밝히도록 끝까지 확인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서 교수는 ‘군함도 사건’의 예를 들었다. 일본은 2015년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인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 탄광이 세계유네스코 유산으로 등재될 때 조선인 강제노역을 포함한 ‘전체 역사’를 알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세계유산위 등 국제사회로부터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어 서 교수는 “한가지 더 눈여겨 봐야할 것은 히로시마 원폭 투하 당시 참상을 보여주는 사진 등을 등재 후보로 올렸는데, 전쟁 책임 기록은 배제하고 피해만 부각하려는 의도는 아닌지도 끝까지 살펴봐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두 번째 등재 신청

한편 이번 등재 신청에 대해 일본 문부과학성은 “많은 대장경이 왕조 변천과 전란으로 흩어져 없어진 가운데 15세기 이전에 만들어진 3개 대장경이 거의 완전한 상태로 있는 것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다”고 등재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조조지는 이 불경이 조선시대인 1458년에 인쇄됐고, 1482년에 나라현의 한 승려가 일본으로 가져온 것으로 소개했다.

일본 정부는 2025년 등재를 목표로 올해 안 유네스코에 등재 신청서를 제출할 방침이다. 국가별로 2년마다 최대 2건을 등재 신청할 수 있다.

앞서 일본은 지난 2021년 조조지 ‘불교 성전 총서 3종’에 대해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신청했으나 실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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