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3일 서울 종로구 대한불교조계종 총본산 조계사에서 열린 제33대·제34대 총무원장 해봉당 자승 대종사 종단장 영결식에서 원로스님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2.0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3일 서울 종로구 대한불교조계종 총본산 조계사에서 열린 제33대·제34대 총무원장 해봉당 자승 대종사 종단장 영결식에서 원로스님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2.03.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복숭아꽃과 오얏꽃과 장미꽃이 봄에게 소식을 물었는데 봄, 지(저)도 모른다 어떤 소식이냐, 이거지 뭐냐, 이거지.”

대한불교조계종(조계종) 종정 성파스님은 “이 세계는 사바세계(娑婆世界)라고도 하고, 고해(苦海)라고도 한다. 자승스님은 이 사바세계에서 많은 교훈을 남기고 갔다. 부디 이 사바세계를 버리고, 법신(法身)에서 편히 쉬시기를 바란다”며 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영결식에서 이 같은 게송(시)을 읊었다. 게송을 읊은 후엔 ‘탕! 탕! 탕!’ 바닥을 크게 세 번 내리치기도 했다.

자승스님의 영결·다비식이 3일 조계종 총본산인 서울 종로구 조계사와 자승스님의 재적 본사인 경기 화성시 용주사 연화대에서 열렸다. 조계종 종단장으로 진행된 자승 대종사 영결식에는 조계종 종정 성파스님과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비롯한 스님과 불교 신자들, 정부 인사, 각계 종교·사회·문화·학계·재계 인사 등 1만여명이 참석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3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해봉 자승 대종사 종단장 영결식에서 수많은 불자들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영결식을 지켜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3.12.0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3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해봉 자승 대종사 종단장 영결식에서 수많은 불자들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영결식을 지켜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3.12.03.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거행된 영결식은 명종5타(다섯번 타종)를 시작으로 개식, 삼귀의례, 영결법요, 헌향헌다, 행장소개, 추도입정, 생전법문, 영결사, 법어, 추도사, 조사 등 순으로 진행됐다.

종정 성파스님은 추도사를 통해 “지난 2월 이 자리에서 인도 순례를 간다 해서 많은 대중이 출발할 때 무사히 다녀오라고 격려하는 말을 하러 왔었다”며 “불과 얼마 되지 않아서 뜻밖에도 오늘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기약이 없는 곳으로 자승스님을 보내려고 온 영결식에서 무슨 말을 할지, 말이 나오지 않는다”고 애도했다.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영결사에서 “천축국(天竺國) 40여일에 걸친 가행정진길에는 아직도 발자국이 그대로 지워지지 않았고 위례 신도시 상월선원에서 100일동안 앉았던 좌복에는 여전히 따스한 기운이 식지 않았으며 해동(海東)의 삼보사찰을 이어가며 밟았던 순례길에서 떨어뜨린 땀방울은 지금도 마르지 않았다”며 고인의 생전 업적을 떠올렸다.

이어 “그 뜻과 의지를 오롯하게 이어받은 상월결사 정신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이라며 “대화상의 수행력과 유훈이 하나로 결집된 ‘부처님 법 전합시다‘라는 전법포교의 길을 함께 걸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독한 조의 메시지에서 “자승스님은 불교의 화쟁정신으로 포용과 사회통합의 리더십을 실천하신 한국 불교의 큰 어르신이었다”고 추도했다.

종교는 다르지만 애도의 마음은 하나였다. 영결식에 참석한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전 공동대표 천주교 김희중 대주교는 “여러 해 동안 지척에서 만나 고견을 나눴는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사회통합, 종교간 화합, 고통받는 이웃에게 다가가기 강조한 분. 이 모든 헌신이 헛도지 않도록 종교 지도자들이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3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해봉 자승 대종사의 영결식이 진행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2.0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3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해봉 자승 대종사의 영결식이 진행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2.03.

한국 기독교 남북평화재단 이사장 김영주 목사도 “종교 화합과 더 나아가 한국 사회의 화합을 위해 앞장서신 분, 성탄절에 조계사에 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크리스마스트리를 밝히셨던 분, 남북한 화해를 위해 힘쓰신 분으로 기억한다”며 “속세에 사는 우리가 헤아릴 수 없는 세계로 순례를 떠나신 스님의 극랑왕생을 기원하다”고 전했다.

영결식 뒤 자승스님의 법구는 용주사 연화대로 이운돼 다비식이 봉행됐다. 오후 1시 50분 용주사에 용주사에 도착한 운구차에서 자승스님 법구를 내린 조계종 관계자들은 법구를 상여로 옮긴 뒤 용주사를 한바퀴 돌며 노제를 지냈다.

◆소신공양으로 마친 삶… “함께 못해 죄송”

자승스님은 지난 29일 오후 6시 50분쯤 안성시 죽산면 칠장리 소재 사찰인 칠장사 내 요사채(승려들이 거처하는 장소)에서 발생한 화재로 입적했다. 조계종에 따르면 현장에서는 ‘생사가 없다 하니 생사 없는 곳이 없구나. 더 이상 구할 것이 없으니 인연 또한 사라지는구나’라는 자승스님이 남긴 열반게(스님이 입적에 앞서 수행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후인들에게 전하기 위해 남기는 말이나 글)가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DNA 감정 결과 자승스님의 법구로 확인됐다. 조계종은 자승스님이 스스로 선택해서 분신했다고 판단했다.

이후 조계종은 서울 봉은사 인근 자승스님 숙소에서 “끝까지 함께 못해 죄송합니다. 종단의 미래를 잘 챙겨주십시오”라는 진우스님에게 남긴 당부의 말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 마련된 자승스님 분향소를 찾은 추모객들이 조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2.0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 마련된 자승스님 분향소를 찾은 추모객들이 조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2.01.

자승스님은 1954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났다. 19살 때 1972년 해인사에서 지관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74년 범어사에서 석암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받았다. 2009년 50대에 총무원장으로 선출됐고, 2013년 재선에 성공했다. 1962년 통합종단조계종 출범 후 청담, 의현 스님이 총무원장을 연임했지만, 4년 임기 두 번을 모두 채운 총무원장은 자승스님이 유일하다.

퇴임 후에는 동국대 건학위원회의 고문이자 총재를 맡아 조계종 내 가장 큰 권력 두 개를 모두 잡은 ‘조계종 실세’라는 평을 받았다. 또 강남구 봉은사 회주를 지내며 지난 상월결사 회주로 부처의 말씀을 전파하는 전법 활동에 매진했다.

정부는 지난 2일 자승스님이 한국불교 안정과 화합으로 전통문화 창달에 기여하고, 이웃 종교와의 교류 협력과 사회 통합에 이바지했다며 국민훈장 중 최고 등급인 무궁화장을 추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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