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성 칠장사서 화재 발생
“소신공양 자화장 통해 경각심”

종단사에 남긴 발자취 주목돼
종단 내에 막강한 영향력 발휘

장례는 조계종 종단장으로 봉행
영결식 내달 3일 조계사서 진행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 마련된 자승스님 분향소에서 열린 추모법회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비롯한 스님들이 기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1.3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 마련된 자승스님 분향소에서 열린 추모법회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비롯한 스님들이 기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1.30.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대한불교조계종의 절대적인 일인자로 불릴 만큼 종단 내 지위가 막강했던 ‘조계종 실세’ 자승스님이 화재로 돌연 입적했다. 법랍 51년, 세수 69세.

최근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던 스님의 갑작스러운 입적 소식에 불교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종단이 자승스님 스스로 분신을 택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둘러싼 의문은 식지 않고 있다. 상월결사를 이끌며 이틀 전까지만해도 강한 포교 의지를 표명했던터라 입적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를 넘어 일각에서는 타살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자승스님의 법구는 29일 오후 경기 안성시 죽산면 칠장사의 승려들이 거처하는 장소인 요사채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던 소방대원에 의해 발견됐다. 스님은 이날 칠장사를 방문해 요사채에 머물다가 화재 전후 연락두절이 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 마련된 자승스님 분향소에서 열린 추모법회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비롯한 스님들이 기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1.3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 마련된 자승스님 분향소에서 열린 추모법회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비롯한 스님들이 기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1.30.

◆조계종, ‘선택에 의한 분신’으로 판단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대변인 우봉스님(기획실장)은 30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조계종 제33대 34대 총무원장 역임하신 해봉당 자승 대종사께서 29일 오후 6시 50분 안성 칠장사에서 법랍 51세, 세수 69세로 원적에 들었다”고 발표하며 “자승 대종사는 소신공양(燒身供養) 자화장(自火葬)을 통해 종도들에게 경각심을 남겼다”고 설명했다. 소신공양은 불교에서 자기 몸을 태워 부처 앞에 바친다는 의미다. 자화장은 스스로 장작을 쌓아 올리고 그 위에 올라가 다비를 하는 것을 말한다. 자살이 금지된다는 불교 교리에 반해 스스로의 선택으로 분신했다는 것이다.

스님의 입적 소식이 전해지면서 자승스님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가 종단사에 남긴 성과와 과오에 대해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 상월결사 인도순례단 회주 자승스님을 비롯한 스님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상월결사 인도순례 회향법회’에서 108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3.2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 상월결사 인도순례단 회주 자승스님을 비롯한 스님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상월결사 인도순례 회향법회’에서 108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3.23.

◆탁월한 정치력 지닌 인물로 평가

1954년 강원도 춘천 출생한 자승스님은 1972년 해인사에서 지관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74년 범어사에서 석암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제30대 조계종 총무원장 정대 스님 밑에서 제자로서 불법을 배웠다.

서의현스님의 총무원장 시절 조계종과 관련한 다양한 지식을 섭렵하며 종단 내에서 영향력을 확대해갔다. 총무원 재무부장, 총무부장을 지냈으며 조계종 중앙종회의원을 4선이나 하면서 인지도를 넓혔다. 2006년 14대 전반기 중앙종회의장을 지내기도 했다.

특히 스님은 탁월한 정치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스님은 2009년부터 2017년까지 8년간 조계종 총무원장을 연임하며 종단 내 최고 실세로 여겨졌다. 2009년 55세에 역대 최고 지지율을 기록하며 조계종 33대 총무원장으로 선출되며 최고의 지위에 올랐고, 2013년에는 재선돼 총 8년간 총무원장을 지냈다.

퇴임 후에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며 종단 내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동국대 건학위원회 총재, 봉은사 회주, ‘상원결사’ 회주와 조계종 입법기관인 불교광장 총재, 은정재단 이사장 등 다양한 직책을 맡으며 종단의 주요 의사 결정에 활발하게 참여했다. 이 때문에 스님은 대표적 사판승(행정 담당 스님)으로 ‘종단 내 최고 실력자’라는 평을 받았다.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서울 강남 봉은사가 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영빈관 관장으로 추대한 소식에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와 불력회 불교시민사회단체들이 3일 서울 강남 봉은사 앞에서 ‘조계종 자승 전 총무원장 생수비리 엄정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한쪽에서는 봉은사 사부대중이 좌판을 깔고 불사에 적극 동참하자는 백만원력결집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7.3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서울 강남 봉은사가 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영빈관 관장으로 추대한 소식에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와 불력회 불교시민사회단체들이 3일 서울 강남 봉은사 앞에서 ‘조계종 자승 전 총무원장 생수비리 엄정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한쪽에서는 봉은사 사부대중이 좌판을 깔고 불사에 적극 동참하자는 백만원력결집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7.3

◆‘적폐’ 대상으로 신랄한 비판도

자승스님의 행적이 성과만 있는 게 아니다. 자승스님 재임 시절 수년간 개혁을 외친 승려와 재가자들은 자승 집행부를 성과보다 과오가 더 많은 ‘적폐’ 대상으로 신랄한 비판을 가한다. 자승 집행부의 대표적인 과오로 개혁 세력은 ▲백양사 승려도박 사건 ▲마곡사 금권선거 ▲용주사 주지 은처 의혹 ▲적광스님(사미) 폭행 ▲조계종 외압 동국대 총장 사태 ▲정교유착 및 종단제도 사사화(사유화) 논란 ▲해종언론 퇴출 등을 꼽는다.

지난해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에 자승스님이 개입한다고 서울 강남 봉은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던 조계종 노조 박정규 기획홍보보장이 승려들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하는 사건도 있었다. 퇴임 후 두발을 기르고 다닌다며 승려들로부터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 마련된 자승스님 분향소에서 열린 추모법회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비롯한 스님들이 기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1.3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 마련된 자승스님 분향소에서 열린 추모법회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비롯한 스님들이 기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1.30.

◆영결식 12월 3일 오전 조계사서 엄수

한편 자승스님의 장례는 종단 규정에 따라 총무원장에 대한 예우로 조계종 종단장으로 봉행된다. 장례는 5일장으로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직접 장례위원장을 맡는다. 조문 및 분향은 이날 오후부터 조계사·봉은사·보문사 및 전국교구본사에서 가능하다. 영결식은 오는 12월 3일 오전 10시 조계사에서 엄수되며, 영결식 후 다비는 제2교구본사 용주사 연화대에서 엄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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