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성사진 등 보고받아
1일부터 정식 정찰 임무 수행
“北위성, 소형이란 태생적 한계”
“고품질 사진 확보는 어려울 듯”
“추가 위성, 실제 우려 사안 될 것”

(서울=연합뉴스) 북한은 21일 오후 10시 42분 28분께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신형위성운반로케트 '천리마-1'형에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조선중앙TV가 22일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현지에서 발사 상황을 참관하고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과 연관기관의 간부들과 과학자, 기술자들을 열렬히 축하"해주었다고 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2023.11.22
(서울=연합뉴스) 북한은 21일 오후 10시 42분 28분께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신형위성운반로케트 '천리마-1'형에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조선중앙TV가 22일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현지에서 발사 상황을 참관하고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과 연관기관의 간부들과 과학자, 기술자들을 열렬히 축하"해주었다고 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2023.11.22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한이 연일 군사정찰위성 촬영 상황을 관영매체로 보도하면서 대내외 선전전을 펴고 있어 주목을 받는다.

지난 25일에는 한미 군사 시설을 다 들여다봤다고 하더니 28일에는 미국 본토 내 주요 군사시설을 찍었다고 주장한 것인데, 하지만 전문가들은 군사적 의미없는 정치적 선전에 불과하다며 일축하는 견해가 대체적이다.

◆북 “백악관·펜타곤· 등 촬영” 주장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과 이날 새벽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로부터 25~28일까지의 정찰위성 ‘만리경 1호’ 운용 준비 상황에 대해 보고받았다고 보도했다.

세부적으로는 평양시간 27일 오후 11시 35분 53초 미국 버지니아주 노퍽 해군기지와 뉴포트 뉴스조선소‧비행장 지역을 촬영한 자료와 27일 오후 11시 36분 25초 백악관, 펜타곤 등을 촬영한 자료를 보고받았다는 설명이다.

또 노퍽 해군 기지와 뉴포트 뉴스 조선소 지역을 촬영한 자료에서 미 해군 핵항공모함 4척, 영국 항공모함 1척이 포착됐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북한은 만리경 1호가 촬영한 위성사진을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은 앞서 지난 21일밤 3차 정찰위성을 발사해 궤도에 올려 놓은 뒤, 한반도는 물론 미국령 괌과 하와이 등 한국과 미국의 주요 군사기지를 촬영했다고 주장해 왔지만 위성사진을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정식임무 착수를 앞둔 정찰위성의 운용 준비가 성과적으로 진행되는 데 대해 커다란 만족을 표시하면서 당 중앙위원회의 이름으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을 다시 한 번 높이 평가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어 정찰위성에 대한 세밀조종이 1∼2일 정도 앞당겨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북한은 만리경 1호가 일주일에서 열흘간의 ‘세밀조종공정’을 마친 뒤 12월 1일부터 정식 정찰 임무에 착수하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르면 29일부터 만리경 1호가 정식 임무에 돌입할 수 있다는 걸 시사한 셈이다.

세밀조종공정은 위성의 궤도 안착, 카메라 등 관측도구가 지상관제소와 교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위성 자세 정렬, 촬영 상태와 사진 전송 점검 등 위성 전력화를 위한 미세조정 절차다.

◆“北위성, 지상과 송수신 성공” 관측

전문가들은 북한이 연일 주장하는 것처럼 ‘만리경 1호’가 실제 우주 궤도에서 영상과 사진을 촬영하고 이를 지상과 송수신하는 데 성공했을 것으로 관측했다.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의 조너선 맥도웰 박사는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통화에서 “북한 정찰위성은 해당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궤도에 안착했다”며 “미국과 한국의 주요 시설을 촬영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또 “북한은 분명 이러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광학 장비도 갖추고 있다”면서 “정찰위성이 북한 상공을 지나갈 때 촬영해 둔 사진을 지상으로 재송신할 수 있는 능력도 확보했다”고도 설명했다.

이어 “위성의 작동 여부와 지상과의 통신 여부는 아직 확증되지 않았지만, 북한이 촬영했다고 주장하는 장소와 당시 위성의 궤도가 일치하는 점으로 미뤄볼 때 북한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주장대로 위성이 정상 작동하고 임무를 수행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이것이 곧 정찰위성으로서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미사일 전문가인 반 밴 디펜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VOA에 “결국 성공 여부는 만리경 1호가 촬영한 위성 사진의 해상도가 어느 정도냐에 달려 있다”며 북한의 만리경 1호는 고품질의 위성사진을 확보하기 어려운 ‘태생적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일반적 기술 수준과 발사체의 성능을 고려할 때 위성의 크기가 위성사진의 해상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데 만리경 1호는 크기가 작은 소형 위성으로 제작돼 해상도가 낮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면서 “북한의 위성이 미국이나 한국의 위성과 비교해 훨씬 작은 만큼 고화질 위성 사진 촬영을 위한 큰 광학 장비나 센서를 탑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독일의 미사일 전문가인 마커스 실러 ST 애널리틱스 박사도 만리경 1호를 미국의 대형 광학 정찰위성인 ‘키홀’과 비교하면서 작은 위성으로는 최고 수준의 정찰 능력을 확보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조너선 맥도웰 박사 역시 “북한이 위성 발사를 계획했을 때 기대한 정찰 능력은 미국과 한국의 군사 활동과 자산 배치를 꿰뚫어 볼 수 있는 1m 미만의 해상도를 갖춘 ‘서브미터급 위성’이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현재 북한의 정찰위성은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군사적 효용성 낮지만 가치 커질 것”

이런 측면에서 전문가들은 만리경 1호의 군사적 효용성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현 단계에서 군사적 위협도 크게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한마디로 군사적 의미가 전혀 없는 정치적 선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밴 디펜 전 부차관보는 “북한은 이 위성으로 대규모 병력이나 전투기, 또는 전함의 집결 정도를 식별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런 정보들은 분명 가치가 있지만 개별 항공기와 개별 미사일의 구체적인 특성을 수집할 수 있는 정도의 정밀한 정보는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특히 북한이 백악관과 미 국방부 펜타곤을 촬영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해당 장소들은 당장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손쉽게 고화질의 위성 사진을 얻을 수 있는 상당히 공개된 장소들이고 별다른 외부 움직임이 있는 곳도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미국 정부도 같은 맥락의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밴 디펜 전 부차관보는 “이처럼 군사적 효용성이 전혀 없다”며 “미국 정부와 언론들이 북한 내부를 위성으로 들여다보는 데 반발해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정치적 선전에 가깝다”고 깎아내렸다.

다만 전문가들은 “북한의 위성이 단기적으로는 군사적 효용성이 낮지만 장기적으로는 군사적 가치가 더 커질 것”이라며 “미래의 위협까지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미사일 전문가인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소장은 VOA에 “우주에서 찍은 어떤 이미지라도 군사적 유용성을 가질 수 있으며, 정보 측면에서도 효용성을 갖게 될 것”이라면서 “단지 북한에게는 이를 다룰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할 뿐”이라고 전했다.

이어 “정찰위성은 많이 확보하고 범위가 중첩될수록 더 많은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면서 “북한이 향후 추가 정찰위성 발사를 공언한 만큼 이번 발사를 통해 ‘진전으로 가는 열쇠를 찾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커스 실러 박사도 “이번 정찰위성이 실제 군사 정찰 활동에 사용하기에는 유용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 외 북한이 원하는 활동을 하기에는 충분한 정도의 수준”이라며 “지금껏 북한이 발사했던 ‘광명성’ 위성들이 선전 및 과시용이라면 이번 만리경 위성은 앞으로 김정은에게 실제 독립적 정보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공언한 대로 향후 추가적인 정찰위성 발사가 계속 이어진다면 정치적 선전이 아닌 실제 우려 사안이 될 것”이라며 미국과 동맹국들은 “이를 너무 과소평가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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