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장수경 기자] 1866년 충청남도 천안시 서북구에서 동남구 북면에 걸쳐 있는 해발 579m 성거산에는 신앙의 박해를 피해 숨어살던 이들이 있었다. 화전과 옹기를 굽고 살던 이 산골 마을에 고등어를 들고 온 소년이 등장하며 피바람이 예고된다.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를 연상하듯 소나기와 함께 산골소녀 초향과 봇짐장수 아들이자 간잡이 소년의 순수한 사랑이야기는 아름답지만 비극으로 끝난다. 곧 집안 내부 고발자로 인해 가정은 풍비박산난다.

서사는 1801년 신유년, 1839년 기해년, 1866년 병인년을 오가며 충청남북도와 경상북도 일대에서 벌어진 순교의 현장을 생생히 담았다. 과정에서 소설은 보부상단의 거래를 비롯해 사랑의 약속과 신뢰라는 한 측면을 부단히 다룬다.

소설은 마지막 3대 주인공 유화가 등장하면서 무대는 중국시대로 넘어간다. 특히 유화는 중국에서 태어나 중일전쟁과 태평양 전쟁 현장을 겪는 인동초와 같은 여인으로 상징된다. 이처럼 이야기는 1940년대 중국내전과 태평양 전쟁, 1945년 해방 전후의 사회상, 6.25사변을 통한 피란시절의 부산의 상황에 이어 1960년대 4.19혁명까지 신생국가 대한민국이 겪었던 파란만장한 가족사와 시대사를 펼쳐보인다.

조성두 지음 / 일곱날의 빛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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