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도시락 싸서 자녀 응원
안아주고 등 토닥이며 “파이팅”
수험생들 “‘in 서울’ 하고 싶어”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오전 한 어머니가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고사장 앞에서 수험생인 딸을 끌어 안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오전 한 어머니가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고사장 앞에서 수험생인 딸을 끌어 안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유영선, 이한빛 기자] “우리 애가 자기 실력껏 봤으면 합니다. 더 잘하고 이런 것보단 그냥 자기 실력을 발휘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날인 16일 오전 서울 중구 순화동 ‘서울특별시교육청 제15시험지구 제20시험장(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앞에서 만난 학부모 이재훈(49, 서울시 성북구)씨는 “저희 아이가 이화여고 학생인데 이화외고에서 시험을 본다. 아이가 기숙사에 있는데 밥 가지러 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전 6시가 채 되지 않는 이른 시간부터 학교 기숙사에 있는 자녀들을 위해 준비한 아침 식사와 점심 도시락을 들고 시험장 밖에서 긴장한 모습으로 기다리는 학부모들이 눈에 띄었다. 이씨는 “아침 식사랑 점심 도시락, 수험생 준비 사항에 보니깐 약 같은 게 필요하다고 해서 두통약이랑 소화제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도시락을 싸와서 기다리던 또 다른 학부모는 “자녀와 다른 대화는 하지 않고 도시락 설명만 해줬다. 평소와 다르게 딸이 긴장하는 것 같다”며 “애가 좀 민감한 스타일이라서 싸준 도시락 ‘맛있게 먹어. 파이팅’이라고만 해줬다”고 말했다.

이날 우려됐던 '수능 한파'는 없었지만 새벽 공기가 쌀쌀했다. 수능 감독관에게 수험표와 신분증을 제시한 수험생들은 정문을 지나 시험장으로 들어갔다. 오전 7시가 넘어서자, 부모님과 함께 시험장으로 들어서는 수험생들의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부모님들은 자녀들을 안아주고 머리를 감싸주며 등을 토닥이면서 “시험 잘 봐” “파이팅” “이따 봐”라고 하며 손을 흔들어 격려했다. 자녀들이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며 눈시울을 붉히는 학부모들도 눈에 띄었다.

친정엄마와 함께 딸을 시험장으로 배웅한 정지은(42, 서울시 서대문구)씨는 “오늘 수능 보는 딸을 위해 4시에 일어나 기도했다. 다들 잘 잤고 현재 마음은 편안하다”며 “딸이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면서 고생을 많이 했다. 오늘 편안한 마음으로 시험을 잘 치렀으면 한다”고 말했다.

친정엄마 최모(74)씨는 “첫 손녀라서 마음이 더 간다. 시험을 잘 봤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딸의 뒷모습을 핸드폰 카메라 영상에 담으며 ‘화이팅’을 외친 정씨는 “딸의 모든 순간이 소중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도봉구에 거주 중인 손배원(51, 여)씨는 “어젯밤에 딸에게 문자를 받았는데 ‘불안하다, 부모님 보고 싶다’고 이야기했었다”며 “오늘 딸을 위해서 도시락 싸서 왔는데 딸이 ‘엄마, 아빠 보면 눈물 날 거 같다’면서 말했다”고 했다.

수험생들은 다소 긴장하면서도 담담하게 시험을 준비한 소감을 밝혔다.

김소영(19, 서울시 종로구)양은 “수능 당일이라 긴장되긴 하지만 친구들, 선생님, 가족들의 응원이 있어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현장에 왔다”며 “이번에 국어, 영어 합 6등급이 나오면 돼서 수능 완성이랑 수능 특강 문제 위주로 많이 풀며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일 자신 있는 과목이라 최선을 다해서 부끄럽지만 ‘in 서울’을 목표에 도달하겠다”고 했다. 그는 “수능 시험이 끝나면 백화점에서 크리스마스 전시회가 있는데 그곳에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날인 16일 오전 서울 중구 순화동 ‘서울특별시교육청 제15시험지구 제20시험장(여의도여자고등학교)’ 앞에서 학부모들이 학교 기숙사에 있는 자녀들에게 줄 도시락을 준비한 채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3.11.16.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날인 16일 오전 서울 중구 순화동 ‘서울특별시교육청 제15시험지구 제20시험장(여의도여자고등학교)’ 앞에서 학부모들이 학교 기숙사에 있는 자녀들에게 줄 도시락을 준비한 채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3.11.16.

최다희(19)양은 “오늘 시험을 본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시험 장소에 가야 긴장이 될 거 같다”며 “시험이 끝나고 난 후 밀린 드라마 보고 푹 자고 싶다”고 말했다.

홍연우(19, 서울시 금천구)양은 “시험 준비가 좀 부족한 것 같아 불안하지만 그래도 최대한 편하게 보려고 한다”며 “부모님과는 평소처럼 편하게 대화해서 그다지 긴장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시 노원구에 거주 중인 이모(19)양은 “기숙사에 나오기 전에도 다짐한 게 있다. ‘너무 떨지 말고 실수하지 말고 최대한 시험지에만 집중하고 다른 거에 신경 쓰지 말자’는 마음을 다졌다”며 “오늘 수능날 졸지 않기 위해 평소에 카페인이 들어간 음료들을 줄였다. 그래서 그런지 컨디션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평소에 잠이 많은데 수능 준비를 위해서 5~6시간으로 잠을 줄였다”며 “이번 수능 잘 봐서 꼭 ‘in 서울’ 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모(19, 서울시 종로구)양은 “삼육대와 가천대에서 논술 전형으로 지원해 영어에서 최저 3등급 이상이 나오기만 하면 된다”며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마음은 한결 편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학원 다니면서 EBS 수능 특강을 통해서 열심히 공부했는데 성적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아 힘든 시간 보냈다”며 “오늘 수능에서 준비한 만큼 잘 봐서 2등급까지 나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

올해 수능에는 작년보다 3442명 줄어든 50만 4588명이 원서를 접수했다.

이 가운데 재학생은 32만 6646명(64.7%)으로 1년 전보다 2만 3593명 줄었다.

반대로 졸업생은 1만 7439명 증가한 15만 9742명(31.7%)이다. 검정고시생 등 기타 지원자 역시 2712명 늘어난 1만 8200명(3.6%)이다.

졸업생과 검정고시 등을 합한 지원자 비율은 35.3%로, 1996학년도(37.4%)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올해 수능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치러지는 네 번째 수능이다.

강력한 방역조치 속에 치러졌던 2021∼2023학년도 수능과 달리 응시생들은 4년 만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시험을 봤다.  코로나19 확진자를 위한 별도 시험장이 없어 확진자도 일반 수험생과 같은 교실에서 시험을 치렀다.

성적 통지표는 12월 8일 수험생에게 배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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