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사칭해 어플 설치 유도
원격 조정으로 출금 등 수법

(캡처: 제보자 문자메시지) ⓒ천지일보 2023.11.15.
(캡처: 제보자 문자메시지) ⓒ천지일보 2023.11.15.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엄마 나 휴대폰 떨어뜨려 서비스 맡겼는데…’

지금으로부터 2년 전 약 8개월간 자녀 사칭한 문자메시지로 피싱범죄를 벌여 수십억원을 편취한 범죄조직이 검거됐지만, 여전히 같은 수법이 사용돼 주의가 요구된다.

제보자 A씨는 14일 오후 1시 27분쯤 모르는 번호로 “엄마 나 휴대폰 떨어뜨려 서비스 맡겼는데… 큰 문제 아니래. 문자 확인되면 여기로 답해줘”라는 문자를 받았다. ‘피싱이지 않을까’ 의심을 품은 A씨는 “이 번호로 문자하면 돼?” “어쩌다 폰을 지금 어디냐”라고 물었고 “엄마 지금 잠깐 시간돼”라는 답이 돌아왔다.

A씨는 어머니인척 하고 문자메시지 대화를 이어 가는 도중 통신사 인증을 받아달라고 요청을 받았다. 이후 문자가 발송됐냐며 재차 확인하면서 자신이 A씨의 폰에 잠깐 연결해서 신청해보겠다는 식으로 연결주소를 보냈다. 이후 앱을 설치해서 아이디 10자리 넣고 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고 한다.

이 앱은 휴대폰을 원격제어하는 앱으로, 상대방이 원격으로 자신의 핸드폰을 조절할 수 있다. 피싱범들은 이를 통해 예금계좌에서 돈을 빼내거나, 피해자 명의로 대출을 실행한 뒤 돈을 탈취하는 수법을 사용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올해 초에도 자신의 어머니가 이 같은 방법으로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는 사연이 소개되기도 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울 엄마 보이스피싱 당하심 ㅠㅠ’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자 B씨는 “사기범 새X가 나인척하고 폰 액정 깨졌으니 보험이 필요하다고 했다”며 “엄마 명의랑 통장 비번 알려달라고 해서 엄마는 순진하게 다 넘겨주셨다”고 했다.

이어 “솔직히 이런 수법에 넘어가는 바보가 있나 했는데 그게 우리 엄마였던 것”이라며 “이런 이기적인 방법으로 돈 버는 사칭범을 죽이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은행 지급정지랑 민증 재발급 했는데 문제는 이걸 하는 사이에 이 새X(피싱법)들이 뭔 짓을 했을지 모른다는거”라며 “은행 대출이나 폰 개통했으면 진짜 X되는 건데 하필 지금 엄마가 해외에 계셔서 신고도 못하는 상황ㅠㅠ 어제부터 진짜 눈물 나고 너무 힘들다 진짜”라고 적었다.

이러한 문자 피싱의 예방법은 문자메시지 발신인을 반드시 확인하고, 악성앱을 설치했다면 ▲모바일 백신앱(최신 버전)으로 검사 후 삭제 ▲데이터 백업 후 휴대폰 초기화 ▲휴대폰 서비스센터에 AS 요청 등을 해야 한다.

자금이체 등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금융회사 콜센터 또는 금융감독원 콜센터(☎1332)에 즉시 전화해 지급정지를 요청하고 피해구제를 신청해야 한다. 휴대폰에 개인정보를 저장하지 않는 것도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앞서 2020년 10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자녀를 사칭해 문자메시지로 접근, 스마트폰에 악성 프로그램 설치를 유도한 한 뒤 예금계좌에서 돈을 빼내거나, 피해자 명의로 대출을 실행한 뒤 돈을 탈취한 일당 129명이 검거됐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는 모두 538명으로 피해금은 44억 5000만원에 이른다. 피해자들은 최소 수십만원에서 최대 1억원대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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