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과학자들 예측치 바꿔
내년 1~10월 태양활동 정점
태양 활동→흑점 多→폭발 ↑
위성·통신 등 피해 가능성

지난 1월 태양에서 발생한 태양플레어 현상. (출처: 나사, 뉴시스)
지난 1월 태양에서 발생한 태양플레어 현상. (출처: 나사,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우주의 중심이 되는 별인 ‘태양’은 얼핏 보면 항상 같은 모습이지만 그 어느 행성보다 부지런히 활동한다. 지난 5일에는 예상보다 강력한 태양 폭발이 발생하면서 형형색색의 오로라가 북극권뿐만 아니라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남쪽 지역에서도 관측됐다.

그런데 이런 태양 폭발도 매번 발생하진 않는다. 태양 대폭발은 태양 흑점 근처의 자기장 선이 서로 엉키고 교차하며 재구성돼 갑작스러운 에너지 폭발을 일으킬 때 일어난다. 이 흑점 수는 11년 주기로 증감하는데, 태양 흑점이 가장 많은 시기를 태양활동이 활발하다는 의미로 ‘태양활동 극대기(極大期)’라고 한다. 현재 이번 25번째 태양주기는 2019년 초에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최근 세계 과학자들은 태양활동 극대기가 내년부터 본격 시작된다고 전망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우주전파예측센터는 최근 태양의 활동 주기 정점이 예상보다 1년 빠른 2024년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정된 예측에 따르면 태양 주기 활동의 정점은 2024년 1월부터 10월 사이로, 이는 2019년 예측치보다 더 빠르고, 더 강하며, 더 오래 지속될 예정이다. 학계에서는 이미 예측치를 넘어 최근 20년 동안 볼 수 없었던 수준이라고 판단한다.

이는 최근 몇 주 동안 흑점 관측 결과에 따른 것인데, 지난 1년여 동안 흑점 관측 횟수가 예상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2019년에는 이 시기 흑점 개수를 최대 95~130개 사이로 예측했지만 이런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최근 태양 최대 흑점 수는 137~173개에 달한다.

지난 5일 오로라가 크림반도, 캅카스, 보로네시, 로스토프, 스베르들롭스크, 튜멘 등 러시아 남부 지역에서 관측된 이유도 태양 폭발이 예상보다 더 강력했기 때문이다.

세계 천문 기관들은 지난 3일 일반적인 수준으로 관측된 태양 플라스마 방출의 세기를 자기폭풍 5단계 중 가장 낮은 1단계(G1)로 예측했는데 실제 지구에 도달했을 때에는 G3 수준이었다. 이는 지구 자기장을 교란해 위성 항법과 무선 통신을 중단시킬 수 있는 정도다. 우리나라의 국립전파연구원 우주전파센터도 지난 6일 오전 2시 43분을 기해 G3 경보를 발령했다가 종료했다.

저위도의 광범위한 오로라 현상과 20년 만의 흑점 급증뿐만 아니라 태양 극대기가 예상보다 빨리 도래하고 더 강하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났다. 대규모급 태양 플레어, 대기 상층의 온도 상승, 에어글로우로 알려진 빛줄기의 출현, 야광운의 소멸 등은 태양 극대기를 가리키고 있다.

5일 핀란드 서부와 남부에서 목격된 무지개 오로라. (출처: @Taivaanvahti 엑스 계정)
5일 핀란드 서부와 남부에서 목격된 무지개 오로라. (출처: @Taivaanvahti 엑스 계정)

◆지구 자기권 교란에 영향 클수도

태양은 거대한 열 엔진과 같다. 2700만도의 핵이 태양계 전체에 메가톤급의 열과 에너지를 생산하면서 순수한 수소 원자를 헬륨으로 변환한다. 수소를 헬륨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태양은 흑점이나 태양 플레어(태양 표면에서 돌발적으로 다량의 에너지를 방출하는 현상)를 방출할 수 있다.

흑점은 일반적으로 적도 양쪽에 있는 태양 표면의 어두운 영역으로 태양 표면의 자기 활동 변화로 인해 발생한다. 흑점과 흑점 폭발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지만 과학자들은 특정 연도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는 사실을 찾았다. 태양의 극이 11년 마다 자리를 바꾸면서 태양 활동도 달라지는 것이다. 또한 흑점의 급증은 태양이 더 활발하게 활동하고 더 많은 방사선을 방출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이렇게 되면 태양 플레어와 코로나 질량 방출(태양 표면에서 양성자, 중성자 등이 쏟아지는 현상)이 많아진다. 다행히도 이런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지구에 바로 떨어지는 것이 아닌, 지구에는 우리를 보호할 수 있는 자기장이 있다. 그러나 태양 입자가 강할 때에는 지구 대기와 자기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앞서 영화 ‘2012’는 급격한 태양활동의 영향으로 인류가 대재앙을 맞는다는 내용을 그렸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실제 지난 극대기 당시 일상생활에 큰 영향은 없었다.

그러나 태양활동은 장거리 무선 통신을 방해하고 지구 자기권을 교란할 수 있으며, 지자기 폭풍으로 인해 인공위성이나 송전시설까지 피해를 입을 수 있다. GPS를 이용하는 기기에 사소한 오류가 발생하기도 한다.

또 태양 폭발로 발생한 고에너지 입자로 인해 우주비행사들이나 극지방 항로를 비행 중인 항공기 탑승자들이 방사능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가능성이 큰 것은 아니지만, 1989년 태양 폭발로 캐나다 퀘벡주에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했으며 미국의 통신위성은 무용지물이 되기도 했다.

작년 2월에는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에서 발사된 스페이스X 스타링크 위성 49개 중 38개가 경미한 지자기 폭풍으로 인해 최종 궤도에 도달하지 못하기도 했다.

야생동물 전문가들은 또한 태양 활동이 더 활발해지면 대형 고래나 이동하는 새처럼 지구 자기장에 의존해 이동하는 동물의 방향 감각이 흐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세계 과학자들이 예측치를 바꿔 태양활동 주기의 정점을 내년으로 전망했다. 이미지는 태양활동으로 인해 코로나 질량이 방출돼 지구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담은 모습. 코로나 질량이 방출되는 동안 태양은 수십억톤의 물질을 방출하며 이 중 일부는 지구로 이동한다. 지구의 자기장은 대부분의 태양 입자를 굴절시키지만 일부는 극지방으로 들어와 대기와의 상호작용으로 오로라를 생성한다. (출처: 나사)
최근 세계 과학자들이 예측치를 바꿔 태양활동 주기의 정점을 내년으로 전망했다. 이미지는 태양활동으로 인해 코로나 질량이 방출돼 지구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담은 모습. 코로나 질량이 방출되는 동안 태양은 수십억톤의 물질을 방출하며 이 중 일부는 지구로 이동한다. 지구의 자기장은 대부분의 태양 입자를 굴절시키지만 일부는 극지방으로 들어와 대기와의 상호작용으로 오로라를 생성한다. (출처: 나사)

◆내년 가을까지 오로라 빈번 전망

앞으로 태양의 폭발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극지방 상층에서만 나타나는 오로라가 중위도에서도 계속 관측될 전망이다. 2002~2003년 태양활동 극대기 당시에는 우리나라에서도 문헌상 고려시대 이후 처음으로 오로라가 관측되기도 했다. 특히 올해 겨울은 태양 활동의 증가로 인해 오로라를 볼 수 있는 블록버스터급 해가 될 것으로 예고됐다.

콜로라도 대학교 볼더 캠퍼스와 국립해양대기청의 연구 과학자 마크 미쉬는 최근 미 NBC에 “하늘을 관찰하는 사람들이 흥분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르웨이 북극대학(UiT) 산하 트롬쇠 지구물리천문대에서 우주 물리학을 연구하는 과학자 뇰 굴브란센도 지난 7일 인디아타임스에 “지난 20년 동안보다 더 많은 오로라 활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번 태양 활동 극대기로 인한 오로라는 내년 가을까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미쉬는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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