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하고 괴롭히는 원청에
“간접 노동자 노동권 보장”

직장 내 괴롭힘.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직장 내 괴롭힘.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이한빛 기자] “사용주가 새 비서를 뽑고 싶어한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파견사로부터 퇴사 권유를 받았습니다. (저는) 퇴사를 거부하며 근무지 변경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새벽 4시반 출근에 3교대인 근무지에 자리가 났다며 거부시 계약 종료나 무단결근으로 징계 및 해고 사유가 될 수 있다고 협박했습니다.”

12일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지난 8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7명이 노조법 2조 개정안에 동의한다고 답했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응답은 44.4%로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의견(20.6%)의 두 배 이상이었다. 노조법 2조 개정안은 사용자와 노동자의 범위를 확대해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지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이들이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약 1년 반 동안 제보받은 간접고용 노동자에 대한 갑질 사례 유형을 분석하면 가장 많은 유형은 원청의 하청노동자에 대한 괴롭힘(55.6%)이다. 그 다음으로 원청의 인사개입(23.5%), 하청업체 변경 시의 문제(13.1%) 등의 순이었다.

일부 사례에서는 원천사업주가 간접고용 노동자의 ‘해고’에 직접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아웃소싱을 통해 근무 중이었던 A씨는 사업주에게 괴롭힘을 당해 고용노동부에 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해고 통지를 받았다.

A씨는 “사업주가 직장에서 괴롭혀 관할 노동청에 신고했다. 그러자 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끊임없이 저를 힘들게 했다”며 “이후 근무 중 조퇴했다는 이유로 (원청이) 파견근로업체에 해고 요청까지 했다. 이에 파견업체는 원청의 요청에 따라 해고 30일 전 통지를 했다”고 밝혔다.

원청사용자가 임금의 수준과 지급 여부를 결정하고 휴가 사용을 통제하는 사례도 있었다. 대학병원 IT 부서에서 근무 중인 B씨는 원청인 대학병원이 하청사에 노동자들의 연속 휴가 일수를 지정하고, 대체인력 투입 기준을 연간 13일로 잡아 통보해 사실상 휴가를 연간 13일 이상 사용할 수 없도록 강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년에 13일 이외의 휴가 건은 대체인력을 투입하도록 요구해 법정 휴가일인 15일조차 수년 동안 다 사용하지 못했다”며 “미사용 휴가일에 대해선 금액으로 받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도 이들은 ‘제대로 교섭이 가능한 사용자가 없다’는 현실의 장벽에 부딪히고 있다고 직장갑질119는 설명했다. 또 현행 노동조합법 2조에서 사용자를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로만 정의하고 있어,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원청사업주가 이익만 챙기며 책임을 회피할 근거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직장갑질119는 또한 “(이를 위해) 노동조합 2조 개정안이 오는 9일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동조합법 2조 개정안은 ‘근로조건에 사실상의 영향력이 있는 자’를 추가해 사용자의 범위를 넓혀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노동 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내용이다. 즉 ‘진짜 사장’인 원청과 교섭할 수 있게 노동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다.

김현근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노조법 2조 개정안은 헌법에 명시된 노동3권을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며 “헌법을 수호할 의무가 있는 정부가 앞장서서 법안에 힘을 실어주진 못할망정, 오히려 법원과 국제노동기구의 결정을 거슬러가며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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