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전쟁 중에 많은 아이를 죽이는데, 왜 아무도 그들을 지켜주지 않나요?”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6일(현지시간) 각 대륙을 대표하는 84개국 7500여명의 어린이를 바티칸에 초청해 ‘소년, 소녀들에게 배우자’라는 주제로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시리아 출신의 9세 소년이 교황에게 이 같은 질문을 했다. 소년의 질문에 교황은 “이것이 전쟁의 사악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어느새 한 달이 넘었지만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세계를 비롯해 국내 종교계에서도 ‘전쟁 종식’과 ‘평화’를 위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종교가 중심이 된 갈등과 분쟁으로 시민들이 더 이상 비극에 내몰리지 않도록 종교 간 평화와 화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불교,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유교, 천도교, 민족종교 등 국내 7대 종교 지도자들이 모인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는 지난달 13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국내 최대 개신교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1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평화를 위한 긴급 기도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는 물론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속히 종식돼 세계가 평화를 찾게 해달라는 게 종교계의 간절한 기도가 울려 퍼졌다.
그 어느 곳보다 ‘평화의 가치’를 깨닫고 전파해야 할 종교지만 이번 전쟁이 최악으로 치닫게 만든 본질에는 종교 문제를 빠뜨릴 수 없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70년 동안 가장 치열하게 맞붙는 지점은 성지 예루살렘이다. 예루살렘은 아브라함을 신앙의 선조로 믿는 유대교·기독교·이슬람 모두에게 영적인 수도로 여겨지는 곳이다. 국민의 98% 이상이 이슬람교 시아파에 속한 팔레스타인은 예루살렘을 되찾아 미래의 수도로 삼겠다고 주장해왔고, 국민 대다수가 유대교인 이스라엘은 1980년 예루살렘을 영원한 수도로 인정하는 법률을 제정하는 등 양보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하며 팽팽한 대치를 이어왔다. 일각에선 ‘평화의 도시’라고 불리는 예루살렘이 ‘분쟁의 씨앗’이 됐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오늘날 지구촌 전쟁의 80% 이상은 바로 ‘종교’로 인해 발발한 것이라고 파악되고 있다. 세계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는 가운데 종교 간 화합과 협력의 중요성이 더욱 대두되는 이유다. 지난 5일 전북 지역에서는 기독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등 각 종교 지도자들 300여명이 모여 종교 간 ‘화합’과 ‘평화’를 결의하기도 했다. 이들은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참혹한 전쟁 배경에 종교 갈등이 존재하는 사실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종교 갈등을 넘어 화합과 협력으로 우리 모두 지구촌 평화와 행복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13년 5월 25일에 창립해 유엔(UN) 경제사회이사회와 공보국에 등록된 국제평화단체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HWPL)의 활동에도 관심이 쏠린다. HWPL은 전쟁의 주된 원인인 종교 간 갈등을 해소하고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종교연합사무실(종연사)을 131개국 282개소에서 운영하고 있다.
종연사에서 운영하는 ‘종교인대화의광장’에서는 기독교, 힌두교, 이슬람교 등 각기 다른 종교인들이 모여 평화를 이루기 위해 평화를 위해 의견을 모으며 하나가 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대화의광장에 참여한 로베르토 마그바누아 마타 필리핀 이슬람 학회 운영 담당자는 “(종교 갈등은) 서로 대화를 하지 않아서 발생한 갈등”이라며 “대화를 통해 상황을 바꿔나가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해야 할 최선의 일”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어떻게 세상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느냐”는 우크라이나인 어린이의 질문에 “평화를 만드는 법 자체를 배울 방법은 따로 없어도 행동을 취할 수 있다. 손을 내밀어 그 평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답했다.
“종교가 하나 될 때 평화를 이룰 수 있다. 각 종교가 실질적으로 하나 되기 위해 서로의 교리를 비교하며 합일점을 찾아야 한다”는 HWPL 평화 실현 방안에 종교계가 손을 내밀어 볼 만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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