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매체 ‘일 리야드’와 인터뷰

“네옴시티 건설 韓 좋은 동반자”

“한-사우디 회담서 평화 기여 논의”

“양측, 문화 교류 관심도도 높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7일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와 회담을 마친 뒤 환담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7일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와 회담을 마친 뒤 환담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한-사우디 회담에서 전통적 에너지 협력을 넘어 향후 수소 공급망이나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경제 분야 협력 방안에 이어 안보 분야에선 양측이 북한 핵·미사일 차단 대응에 협력하겠다고도 했는데, 관련 내용이 한-사우디 회담에서 구체화됐을지 주목된다.

이-팔 사태 등 무력 충돌로 안보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는 지역이라 외교가에선 윤 대통령이 일정을 소화하는 가운데 말실수나 하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韓, 사우디 비전 2030에 기여할 것”

윤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사우디 현지 매체 ‘알 리야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과 노하우, 기술을 바탕으로 사우디가 ‘비전 2030’을 효과적으로 실현하는데 지속적으로 기여해 나가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석유 의존 경제에서 벗어나 민간 경제를 육성하려는 사우디의 ‘비전 2030’에는 인공지능과 재생에너지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된, 서울 44배 면적의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인 ‘네옴시티’ 등이 포함돼 있다.

윤 대통령은 “사우디는 한국의 제1위 원유 공급국이자 중동 지역 최대 교역 대상국”이라며 “한국은 ‘비전 2030’ 실현을 위한 중점 협력 국가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포스트 오일 시대에 대비한 사우디의 미래 성장 전략에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다.

이어 “건설·인프라는 오랜 기간 양국의 주축 협력 분야였다”면서 “앞으로 사우디가 네옴 신도시를 건설하는 과정에 한국 기업이 좋은 동반자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사우디는 우리 전체 해외 건설 수주액의 20% 가까이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또 “한국은 탄소중립 시대로의 이행을 앞당기기 위해 원전과 수소 등 ‘고효율 무탄소에너지’를 폭넓게 활용하면서 발전시켜 나가고자 한다”며 “이 분야에서 사우디와 협력할 여지가 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순방에 한국의 주요 기업 130여개가 경제사절단으로 사우디를 방문한다”며 “양국 기업 간 더 많은 협력 프로젝트가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자 겸 총리가 방한해 체결한 290억 달러 규모의 양해각서(MOU)와 계약의 후속 조치 등의 성격과도 맞물려 있다.

◆북핵 관련 “사우디, 韓지지 주요 우방국”

윤 대통령은 사우디를 국제무대에서 북핵과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한국의 입장을 지지해 온 주요 우방국 중 하나라고 평가한 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개발을 차단하는 데 있어서 사우디와 적극 협력하길 희망했다.

그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이스라엘-하마스 간 무력 충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안보의 불안정성이 심화되고 있다”며 한-사우디 회담에서 “세계의 평화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어떻게 기여할지 의견을 교환하겠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북한과 러시아가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군사협력을 논의한 것은 대단히 우려스럽다”며 “러북 군사협력은 대한민국과 우크라이나 안보에 대한 도발일 뿐 아니라 안보리 결의를 의결한 유엔과 국제사회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한-사우디 간 늘어나고 있는 문화 교류에 대해서도 관심을 드러냈다. 그는 “양국 관계의 미래는 청년 교류와 협력에 달려 있다”며 “사우디에서 한국 K팝과 드라마를 즐기는 젊은이들이 많고 지난해 한국어 교육기관인 세종학당이 개설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인들은 개방적인 성향을 갖고 있고, 사우디 문화에 열린 자세로 수용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아랍 음식에 대한 한국인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중동 대표 음식인 ‘대추야자’도 한국 대형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서면 인터뷰는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을 앞두고 진행돼 관심이 쏠렸다. 윤 대통령은 이날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 및 오찬을 진행했다. 앞서 거론한 문제들이 대화 테이블이 올랐을 것으로 관측된다. 윤 대통령은 23일에는 사우디 왕립대학을 방문해 강연하고 24일에는 ‘미래투자 이니셔티브 포럼’에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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