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플레이션에 후식비 부담 영향
코로나19로 캡슐커피 시장 급성장
지난해 규모 4000억원 이상 추정
‘가성비·접근성’으로 영향력 높여

커피. (제공: 원두데일리)
커피. (제공: 원두데일리)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직장인 10명 중 3명이 최근 지속된 물가 상승으로 인해 후식을 자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대표적인 후식 메뉴로 꼽혔던 커피에 대한 소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아메리카노 기준으로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가 아직 2000~3000원대 가격을 유지하고 있지만 대부분 카페에서는 4000원을 웃도는 상황이다.

이에 유통업계는 주로 생활과 밀접한 공간인 집·사무실·편의점에서 소비자들이 다양한 프리미엄 커피를 합리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관련 서비스를 속속들이 출시하고 있다.

소비자 반응도 뜨겁다. 카페와 비교할 만한 맛과 품질을 가진 커피를 대폭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서다. 또한 높은 접근성으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변화 물결은 직장가에서 두드러진다. 지난달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발표한 ‘직장인 점심 식사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직장인 1/3가량인 30.7%가 ‘점심 식사 후 후식을 자제한다’고 응답했다. 매일 외식해야 하는 직장인들에게 점심값에 더해 5000원에 육박하기도 하는 커피 한 잔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으로 직장인들이 겪는 어려움이 증가하자 많은 기업이 자체적으로 고품질 커피를 제공할 방안을 도입하고 있다. 회사 내 사내 카페를 구축하기도 하지만 가장 대중적인 방법은 커피 머신을 제공하고 매월 커피 원두를 배송해 주는 구독 서비스다.

원두데일리는 2020년 론칭된 사무실 커피 구독 및 커피머신 렌탈 서비스다. 작년부터 빠르게 성장해 론칭 2년 만에 손익 분기점을 넘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누적 고객사 규모 1500개를 돌파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원두데일리 성과의 핵심은 고급화로 꼽힌다. 모모스커피, 센터커피, 테일러커피 등 30여개 유명 로스터리와 파트너십을 맺고 제품을 공급받고 있다. 기업에서 원할 경우 시음 서비스 ‘찾아가는 유명카페’를 통해 사무실에서 직접 다양한 원두를 맛볼 기회를 제공한다.

실제 작년 원두데일리는 차별화된 시음 행사로 쏠쏠한 효과를 거뒀다. 다양한 커피를 시음할 수 있고 조직원 커피 취향에 따라 추출 환경까지 조절해 주는 세심한 서비스가 비결이라는 분석이다. 행사에 참여한 기업은 100% 원두데일리 실제 고객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급성장한 ‘홈카페’ 트렌드 또한 고물가 시대를 맞아 재도약하고 있다. 그중 캡슐커피 시장 성장세가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관련 업계는 국내 캡슐커피 시장 규모를 4000억원 이상으로 추정했다. 믹스커피 시장이 2017년 약 1조원에서 2021년 7500억원까지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고객이 CU에서 커피머신을 통해 get아이스아메리카노를 내리고 있다. (제공: BGF리테일)
고객이 CU에서 커피머신을 통해 get아이스아메리카노를 내리고 있다. (제공: BGF리테일)

다양한 캡슐커피 제조사 중 일리카페코리아는 정통 이탈리안 에스프레소 브랜드 ‘일리(Illy)’를 집에서도 즐길 수 있는 제품으로 인기다. 일리카페코리아 관계자에 의하면 최근 3년간 한국 시장 매출액이 600%가량 급성장해 이탈리아 일리 본사에서도 한국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일리카페코리아는 80년 이상 역사와 품질로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일리의 대표 원두 라인업을 캡슐커피로 제공한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블렌딩 원두 ‘클라시코(Classico)’, 풍부하고 강렬한 맛의 ‘인텐소(Intenso)’와 다양한 싱글 오리진 원두를 갖추고 있어 프리미엄 원두 소비자들의 다양한 입맛을 공략한다.

주요 편의점 프랜차이즈는 규모의 경제를 통한 높은 가성비와 접근성을 무기로 커피 시장에서 영향력 강화에 나섰다. 지난해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일제히 가격을 올려 편의점 커피가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올해까지 커피 가격이 안정되지 않자 업계에서는 PB 원두커피 제품의 상품성을 끌어올리며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대표 편의점 브랜드 CU는 9월 자사 PB 원두커피 ‘get(겟)아이스아메리카노(XL)’ 가격을 기존 2000원에서 1800원으로 200원 인하했다. 올해로 두 번째 인하 결정이다. CU는 지난 4월 해당 제품 가격을 100원 낮춘 바 있다.

최근 3년간 CU get커피는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거뒀다. 연매출을 살펴보면 2021년 20.4%, 2022년 24.8%, 2023년(1~7월) 21.8% 성장했다. 카페와 비교해도 준수한 맛과 저렴한 가격으로 카페 테이크아웃 수요를 대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