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바다 된 이스라엘에 순례객들 침울
현지 360여명 순례객 체류 중으로 파악
“예루살렘 아직 안전… 종전 기도 요청”

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가자지구에서 미사일이 폭발하고 있다. (AFP/연합) 2023.10.09.
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가자지구에서 미사일이 폭발하고 있다. (AFP/연합) 2023.10.09.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1년 전부터 계획했던 어머니의 이스라엘 성지순례가 출국 전날 전쟁이 터져 물거품이 됐다. 너무 다행이지만 어머니 상심이 크셔서 어떻게 위로해 드려야 하나 고민이 많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면서 발발된 전쟁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서 사망자가 수천명이 넘은 9일, 이스라엘을 방문했거나 방문할 예정인 국내 성지순례객들 사이에선 침울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가족이나 지인이 이스라엘에 있는 이들은 애를 태우고 있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기독교인 김모씨는 “친한 친구의 언니가 이스라엘을 갔다가 못 돌아오는 중”이라며 “우선 하늘이 닫히니 티켓 구하는건 불가능하고 안전한 데 있다고는 하는데 솔직히 너무 걱정”이라고 말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현재 이스라엘 지역에 단체 여행 등을 목적으로 단기 체류 중인 한국인은 약 360여명, 장기체류 중인 한국인은 570여명이다. 360여명 모두 성지순례객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정부 발표에 따르면 한국 순례객은 물론 교민 모두 다행히 안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음을 경고하며 비상 대피 계획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 등 세 종교의 성지인 이스라엘은 우리나라에서는 한해 6만여명의 성지순례객이 찾는 곳이다.

성지순례란 애굽(이집트)에서 노예 생활을 하던 이스라엘인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내용을 담은 구약 성서 ‘출애굽기’의 동선을 직접 답사하는 것으로 기독교인에게는 평생의 꿈이다. 특히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이스라엘을 가장 많이 찾는 국가 중 한 곳일 정도로 해마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성지순례를 위해 이스라엘을 찾고 있다.

◆ 이스라엘 분쟁 중심 예루살렘은 어떤 곳

지난해 12월6일 예루살렘 구시가지의 통곡의 벽과 바위사원이 보이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해 12월6일 예루살렘 구시가지의 통곡의 벽과 바위사원이 보이고 있다. (출처: 뉴시스)

‘평화의 땅’이란 뜻의 예루살렘은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 모두에게 ‘신성한 땅’이다. 그리스도인은 물론, 유대교인, 무슬림 순례객에게 예루살렘의 모든 것은 각별하게 여겨진다. 특히 옛 성벽으로 둘러싸인 동예루살렘의 올드시티는 3개 종교의 성지들이 밀집된 공간이기도 하다.

인류 구원을 위해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 위에서 운명하고 부활한 ‘골고다 언덕’,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쳐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보여준 ‘모리아 산’, 다윗이 수도로 삼고 그 아들 솔로몬이 하나님을 위해 성전을 세운 곳인 예루살렘은 그리스도인에게는 성서의 땅 그 자체다.

유대교 최고 성지인 ‘통곡의 벽’도 이곳에 있다. 통곡의 벽에 가면 키파를 머리에 쓰고 토라(모세오경)를 외우는 유대교인들을 볼 수 있다.

무슬림들에게는 무함마드가 하나님의 계시를 받기 위해 승천한 자리로 상징성이 매우 크다. 예루살렘 전경 사진에서 눈에 띄는 ‘황금 돔’이 바로 그것인데, 이곳은 무함마드가 승천한 바위를 가운데 두고 세워졌다고 해서 ‘바위돔 모스크’로 불린다. 바위돔 모스크 옆에는 ‘알 아크사 모스크’도 자리한다. ‘알아크사’는 ‘메디나’ ‘메카’와 더불어 이슬람교 3대 성지 중 하나다.

3개 종교의 성지가 모인 예루살렘은 그 어느 곳보다 ‘사랑과 평화’가 넘쳐나야 하지만, 현실은 분열과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1948년 팔레스타인과의 전쟁에서 이긴 이스라엘이 땅을 차지한 이래 예루살렘을 비롯해 이스라엘 곳곳에서는 늘 분쟁과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동예루살렘을 주권을 놓고(서예루살렘은 이스라엘 관할) 유대인들과 팔레스타인인들의 다툼이 치열하다. 지난 4월 이슬람 라마단 기간에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동예루살렘 성지인 알아크사 모스크를 찾았다가 이스라엘 경찰이 강제 퇴거를 요청하자 폭력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하마스 군 사령관 무함마드 알 데이프는 이번 침략을 ‘알 아크사 폭풍’이라며 “적들이 책임없이 날뛰는 시대가 끝났다는 점을 이해시킬 수 있도록 이번 작전을 개시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는데, 고조되던 종교 간의 보이지 않는 경쟁과 다툼이 결국 전쟁 발발의 중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말 이스라엘을 재집권한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시오니즘’을 지향하는 극우파와 손잡고 팔레스타인 서안지구를 이스라엘 영토에 강제 합병시키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오니즘은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인 민족 국가를 건설하자’는 목적의 유대 민족주의 운동이다.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이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미사일 타격을 가한 가운데 7일(현지시간) 한 젊은 남녀가 이스라엘 구조대원 앞에서 슬퍼하고 있다. (AFP/연합) 2023.10.09.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이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미사일 타격을 가한 가운데 7일(현지시간) 한 젊은 남녀가 이스라엘 구조대원 앞에서 슬퍼하고 있다. (AFP/연합) 2023.10.09.

◆ “예루살렘, 아직 안전… 전쟁 종식 기도 요청”

현재 이스라엘에서 예루살렘과 텔아비브 지역 등은 피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에서 사역 중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총회세계선교회(GMS) 홍진우 선교사는 예장합동 기관지 ‘기독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폭격이 시작된 가자지구는 예루살렘에서 자동차로 2시간 정도 이동해야 하는 거리라 예루살렘은 아직 피해가 없다”며 “전쟁이 발생하면 일반 국민들의 피해가 가장 크다”며 전쟁 종식을 위한 기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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