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월 대출 금액 113.6조
지난해 전체보다 3.32배↑
한도 내 빌리고 갚기 반복

한국은행. (출처: 연합뉴스)
한국은행.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극심한 세수 부족에 시달리면서 올해 한국은행에서 113조원이 넘는 돈을 빌려 쓴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한은에 지급한 이자만 약 1500억원에 달했다.

9일 한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대(對)정부 일시대출금·이자액 내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 말까지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일시 대출한 누적 금액은 총 113조 6천억원으로 집계됐다.

9월 말까지 누적액만으로도 해당 통계가 전산화된 2010년 이후 가장 많았다. 지난해 전체 누적 대출액(34조 2천억원)의 3.32배 규모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정부 지출이 확대됐던 2020년 대출액(102조 9130억원)도 넘어섰다. 대출금이 늘면서 정부가 올해 들어 한은에 지급한 이자만 1497억원에 이른다.

한은의 대정부 일시대출 제도는 정부가 회계연도 중 세입과 세출 간 시차에 따라 발생하는 일시적 자금 부족을 메우기 위해 활용하는 수단이다. 개인이 시중은행으로부터 마이너스 통장(신용한도 대출)을 열어놓고 필요할 때 부족한 자금을 충당하는 것과 비슷하다.

한은의 대정부 일시 대출금에도 마이너스 통장처럼 한도가 있다. 올해의 경우 통합계정 40조원, 양곡관리특별회계 2조원, 공공자금관리기금 8조원 등 최대 50조원까지 빌릴 수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한은 대출 잔액이 50조원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빌리고 갚기를 반복해 왔다.

올해 대정부 일시대출금 평균잔액은 5조 814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평균 잔액(1조 7610억원)의 3.3배이며 코로나19 원년인 2020년(5조 1091억원)보다 많은 수준이다. 다만 9월 말 현재 정부의 한은에 대한 일시대출 잔액은 0원으로 113조 6천억원을 빌렸다가 일단 모두 상환한 상태다.

올해 정부가 13년 만에 ‘한은 마이너스통장’을 가장 많이 이용했다는 것은 그만큼 쓸 곳(세출)에 비해 걷힌 세금(세입)이 부족해 재원을 급히 끌어 쓴 일이 잦았다는 뜻이다. 올해 들어 7월까지 정부의 총수입(353조 4천억원)에서 총지출(391조 2천억원)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7월 말 기준 37조 9천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너무 많은 돈을 자주 빌리면 유동성을 늘려 물가 관리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 때문에 일시대출의 부대조건으로 ‘정부는 일시적 부족 자금을 국고금 관리법에 따라 한은으로부터 차입하기에 앞서 재정증권의 발행을 통해 조달하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한은으로부터 일시 차입이 기조적인 부족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정부는 차입을 하고자 하는 경우 차입시기, 규모, 기간 등에 관해 한은과 충분히 협의해야 한다’ 등 조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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