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7242명 설문 결과 피해학생 77.9% “등교 안하고 싶어”
피해학생 6.8%… 한 반에 1명 이상은 학교폭력 피해자 존재
최근 학폭 피해 양상은 사이버 폭력 포함해 여러 유형 혼재
“유해 콘텐츠 차단·사전 삭제 등 선제적·다각적 방안 마련돼야”

학교폭력.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학교폭력.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아이는 심적으로 ‘언제 걔네들(가해자들)이 나를 더 공격할지 몰라’하는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학교를 다니다 보니 가해학생과 마주치는 일도 생기고 결국 등교거부가 되더라고요.”

청소년 학교폭력예방 전문 비정부기관(NGO)인 푸른나무재단이 지난해 12월 19일부터 올해 2월 28일(총 72일)까지 전국의 초·중·고교생 7242명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가운데 한 학부모가 인터뷰 도중 이같이 말했다.

설문조사 결과 피해학생 중 77.9%가 ‘학교폭력 피해 후 학교에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한 것으로 집계됐다. 학교에 등교하지 못한 피해자에게 학습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학생은 “가해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울 거 다 배우지만, 피해학생은 (가해자를 두려워해) 피해 다니기 때문에 등교하지 못하는 피해학생들에게 정부나 다양한 곳에서 적극적 도움의 손길을 뻗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체 설문 대상 중 학교폭력 ‘피해를 봤다’고 응답한 학생은 6.8%로 조사됐다. 한 반에 학생이 25명이라고 치면 학교폭력 피해자가 한 반에 1명 이상은 있는 셈이다.

학급별로 보면 초등 7.7%, 중등 6.4%, 고등 4.9%로 초등학교에서 학교폭력 피해 발생 빈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의 피해 정도는 49.9%가 ‘고통스러웠다’고 응답했다. 그 중 고등학생이 보고한 피해 고통정도는 76.3%로 초등학생에 비해 1.7배 높게 나타났다. 또 ‘피해로 인한 자살·자해 충동 경험’에 대한 응답은 전년(26.8%)보다 12%p 증가해 38.8%로 파악됐다.

피해유형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이버폭력이 25.8%로 1위를 차지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피해학생의 98.0%가 사이버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응답해 거의 모든 경우에 사이버폭력이 연관돼 있음이 확인됐다.

최근 학교폭력 피해 양상은 여러 유형이 혼재돼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학생 1명당 학교 폭력 경험유형 수가 2020년 1.6개에서 2021년에는 2.5개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는 3.8개로 2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했고, 전년 대비 협박/위협, 강요/강제, 성폭력과 갈취 등의 수치가 상승했다.

최근 사례를 보면 동급생의 옷을 벗기고 추행하는 모습을 SNS 라이브방송으로 유포한 사례(사이버+성+강요강제+언어폭력), 힘의 불균형 관계를 악용해 소액의 금전적 피해를 지속적으로 주고 신체에 문신을 새긴 사례(사이버+신체폭력+강요강제+금품갈취), 온라인에 등록된 카드번호를 탈취해 사용한 사례(사이버+금품갈취+협박위협), 계정을 도용해 다른 학생과의 교우관계에 악영향을 주고 게시물을 유포한 사례(사이버+개인정보 도용+언어폭력), 일면식도 없는 학생들 간 사이버상의 다툼이 집단 구타로 이어진 사례(사이버+신체폭력+언어폭력) 등 학급에 상관없이 복합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학교폭력은 그 형태나 모습이 빠르게 변화하고 끊임없이 진화하면서 피해학생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현장 대응에 어려움을 겪게 한다. 특히 사이버폭력은 가해자를 알 수 없거나, 일시적으로 업로드됐다가 삭제돼 증거확보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또 피해기록이 사이버 상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거나, 시간 및 장소 등과 무관하게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또 댓글이나 단체 채팅방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저격을 당하기도 하며, 평소 알고 있는 개인이나 그룹에서뿐만 아니라 일면식도 없는 대상 간 사이버폭력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렇듯 사이버폭력은 복잡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 초기에 교사나 부모가 알아차리기 힘든 특성을 가진다.

푸른나무재단 관계자는 사이버폭력의 예방을 위한 대책으로 “유해한 콘텐츠 차단 및 사전 삭제 등 선제적이고 다각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정부 및 공공영역에서는 단순한 시정명령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안전한 사이버 공간을 위한 상시 모니터링 및 신속한 삭제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어 “또 일정 규모 이상의 국내 사용자를 둔 플랫폼을 대상으로는 유해 콘텐츠의 신고 절차 마련, 의무조치 기준, 관련 보고서 공시 등이 포함된 제도를 마련해 기업이 자발적 정화 시스템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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