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30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추기경 회의(consistory)에서 남수단 주바 대교구장 스테판 아메유 마틴 물라 대주교를 추기경으로 서임한 뒤 악수하고 있다. 2023.09.30 (출처: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30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추기경 회의(consistory)에서 남수단 주바 대교구장 스테판 아메유 마틴 물라 대주교를 추기경으로 서임한 뒤 악수하고 있다. 2023.09.30 (출처: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30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추기경 회의(consistory)를 열고 신임 추기경 21명을 공식 서임했다.

교황은 이날 신임 추기경들에게 빨간색 사제 각모(비레타)와 추기경 반지를 수여하며 "다양성은 필요하며 필수 불가결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3년 즉위한 이래 신임 추기경 서임을 위한 추기경 회의가 열린 것은 이번이 아홉 번째다.

교황은 그동안 유럽보다는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출신 추기경의 비율을 늘리며 보다 포용적이고 보편적인 교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탈중앙화'로 표현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성향은 이날 새 추기경 서임식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교황의 모국인 아르헨티나 출신 2명을 비롯해 남미 출신 추기경 3명, 아프리카 출신 추기경 3명이 새롭게 서임 됐다.

아시아에서는 말레이시아의 페낭 주교와 홍콩의 스티븐 차우 주교가 추기경으로 승격됐다.

말레이시아와 남수단에서는 역대 최초의 추기경이 배출됐다.

'중국통'으로 불리는 차우 주교를 추기경으로 임명한 것은 교황의 중국에 대한 대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차우 주교는 지난 4월 베이징 교구장 조지프 리산 대주교의 초청을 받아 중국 본토를 방문했다. 1997년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후 홍콩의 고위 성직자가 베이징을 방문한 건 처음이었다.

추기경은 가톨릭 교계에서 교황 다음으로 높은 성직자로, 신임 추기경 21명 중 80세 미만인 18명은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회의인 '콘클라베'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로써 콘클라베 투표권을 가진 80세 미만 추기경 137명 가운데 72%인 99명이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서임 됐다.

새 교황으로 선출되려면 콘클라베에서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간 동성애, 낙태, 이혼 후 재혼자에 대한 성체성사 허용, 성직자의 독신 의무, 불법 이민 문제 등 사안에 진보적 태도를 보여왔는데, 그와 뜻을 같이하며 그의 개혁 정책을 이어갈 수 있는 성직자가 다음 교황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로이터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번 서임식으로 자신의 유산을 더욱 공고히 했다"고 평가했다.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추기경은 유럽이 52명으로 여전히 가장 많고, 미주 지역이 39명, 아시아 지역이 24명으로 그 뒤를 잇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강론에서 "더욱 교향악적이고 공의회적인 교회"를 촉구했다.

교황은 가톨릭교회를 오케스트라에 비유하며 한 파트나 악기가 혼자 연주하거나 다른 악기를 압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교황은 "다양성은 필요하며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며 "각 소리는 공동의 계획에 기여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상호 경청이 필수적이며, 각 음악가는 다른 음악가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10월 4일부터 29일까지 바티칸에서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Synod)를 개최한다.

이번 시노드는 두 차례의 시노드 중 첫 번째 시노드로, 두 번째 시노드는 내년에 열릴 예정이다.

이번 시노드에서는 교회 내 여성의 역할, 성소수자 가톨릭 신자, 사제 독신주의 등 가톨릭교회 내 보수와 진보가 크게 대립하는 이슈가 논의될 예정이다.

(바티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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