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탄소국경조정제도 분석
적용 품목, EU 수출품 7.5%
철강 89%, 가장 많이 차지해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관련한 의무보고가 오는 10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시멘트, 전기, 비료, 철 및 철강 제품, 알루미늄, 수소 등 6대 품목을 EU에 수출하는 기업들은 EU 측에 탄소배출량을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해당 의무를 지키지 않을 경우 과태료가 부과되기 때문에 기업들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대(對)EU 수출액은 681억달러다. 이 중에서 CBAM 대상이 되는 품목의 수출액은 51억 달러로, 대EU 총 수출액의 7.5%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무역협회(무협)는 ‘미리 보는 EU 탄소국경조정제도 시범 시행 기간 주요 내용 및 시사점’ 보고서에 이 같은 내용을 담아 26일 발간했다.
무협 보고서에 따르면 CBAM은 사전에 승인받은 신고인만이 EU 역내로 시멘트, 전기, 비료, 철 및 철강 제품, 알루미늄, 수소 등 상품을 수출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또한 승인된 신고인은 전년도에 수출한 상품의 내재 탄소배출량에 상응하는 CBAM 인증서를 매입해 EU에 제출토록 했다. 만약 원산지국에서 이미 지불한 탄소 가격이 있다면 제출할 인증서에서 그만큼 차감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EU는 오는 2026년 본격적인 CBAM 시행에 앞서 제3국 기업이 내재 탄소배출량 산정 및 인증서 제출 의무를 원활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내달 1일부터 2025년 말까지 전환 기간을 설정했다. 전환 기간에는 보고 의무만 부과한다.
첫 보고는 전환 기간 개시 이후 첫 분기인 올해 10~12월을 대상으로 한다. 내년 1월에는 탄소배출량 보고서를 제출하게 된다. 만약 기업이 탄소 배출 보고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보고되지 않은 내재 배출량 1톤(t)당 10~50유로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불성실 보고가 지속될 경우 할증된 과태료를 적용받게 되기 때문에 기업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무협은 설명했다.
오는 2024년까지는 EU 이외의 제3국에서 시행하는 탄소배출량 산정 방식이 허용된다. 하지만 오는 2025년부터는 EU의 방식만 적용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EU식 내재 배출량 산정에도 대비해야 한다.
CBAM이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경우 CBAM 적용 대상 상품을 수출하는 기업들엔 상당한 영향이 가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대EU 수출액 681억 달러 가운데 CBAM 대상 품목의 수출액은 51억 달러(7.5%)였다.
특히 CBAM 대상 품목 가운데 철강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9.3%(45억 달러)에 달했다. 이에 따라 현 수출 기조가 유지된다면 철강업계가 CBAM 시행의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됐다. 알루미늄은 10.6%(5억 4천만 달러)를 차지했다. 비료나 시멘트, 수소의 대EU 수출은 544만 달러로, 대EU 총 수출액의 0.1%에 불과했다.
EU는 현재 CBAM 대상인 6대 품목 외에도 유기 화학물이나 플라스틱 등을 추가로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우리 기업은 CBAM 전환 기간 보고 의무를 성실히 준수해 과태료 부과 등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특히 2025년부터는 한국식으로 산정한 탄소 내재 배출량이 허용되지 않는 만큼 기업에서는 불리한 산정 기준이 적용되지 않도록 내재 배출량에 대한 측정·관리체계를 구축해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수석연구원은 “주요국의 탄소 규제가 강화되면서 향후 저탄소 배출 상품으로 공급망이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한국 기업들은 탄소 중립 경영, 저탄소 공급망 재편 등 장기적인 탄소경영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