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K 막장 드라마라고 할만하다. 대개 극단적 설정과 전개의 드라마를 막장 드라마라고 한다.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라고 비판도 가해진다. 요즘엔 ‘길티플레져’라는 말로 죄책감을 느끼며 즐기는 드라마로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이 시청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물론 단점과 폐해도 있겠다. 그런데도 이런 드라마를 통해 사회적인 메시지를 찾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이점을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드라마 ‘7인의 탈출’이다.

드라마 ‘7인의 탈출’은 극단적 설정과 서사 전개의 드라마들처럼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장면들이 초기부터 펼쳐진다. 등장인물들은 격한 감정과 표정을 짓고 소리를 지르며 거친 행동들을 마구 내보인다. 끝장을 보자는 투다. 아무래도 시청자의 눈길을 잡기 위한 인위적 장치로 간주할 수 있다.

드라마의 설정도 막장 드라마의 원형을 보여준다. 방씨 일가라는 부잣집이 등장하고 이곳을 중심으로 고질적인 혈연집착의 가족주의가 만연하다. 모든 기본적 원인이 여기에서 비롯된다. 여기에 우정과 사랑은 없고, 황금 만능주의에 음모와 배신 그리고 조폭 코드까지 버무려진다. 비정한 욕망의 세상의 실체를 보여주려 작심한 듯하다.

주인공이 닥친 현실은 매우 끔찍하다. 엄마는 돈을 위해 이용하고 학교 친구는 성공을 위해 임신 사실을 덮어씌운다. 담임 교수는 정규직 때문에 이를 왜곡 은폐하고 학교와 학부모는 학교 이미지와 위신 때문에 방다미 학생을 퇴학시킨다. 급기야 총격을 당하고 죽는 모습을 SNS에 중계 방송한 채 실종된다.

더 나아가 혈연관계가 아닌 방다미 양부는 경찰 등 사법 기관에 따라 마약 중독자이며 딸 성범죄의 패륜아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하는가 하면 억울한 다미와 남편의 상황을 타개하려는 양모는 조폭들의 방화로 죽음을 맞는다. 심지어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고 진실을 밝히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던 방 회장은 악인들에게 목숨을 빼앗긴다.

사실 이런 장면들만 보면 반박의 여지가 없다. 시청자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도록 자극적인 설정이나 장면들을 모두 수집해 놓은 듯하다. 불편해서 시청을 못 하겠다는 원성도 나올 만한 면이 있다. 하지만 자극적이고 극단적이긴 하지만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과 비교했을 때 결코 이 드라마가 상상 밖에 있는 것인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드라마의 상황들은 차마 못 볼 정도로 충격적이긴 한데,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학교폭력의 만연과 학교 제도 행정의 무능함은 여전하다. 부유층과 기득권층의 돈을 둘러싼 음모와 협잡도 더한 현실이다. SNS를 통해 선량한 사람도 억울한 가해자로 만드는 일들도 부지기수다. 가짜 뉴스와 진실의 은폐는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국가 수사기관이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고 사익에 무력해지는 사례도 얼마든지 있다. 이 드라마의 세계보다 지나치다고 할 수 있을까 싶다.

무엇보다 이런 유형의 드라마에서 중요한 것은 이후에 마무리일 것이다. 이전의 사례들을 보면 자극적인 것은 물론 더 나아가 자못 충격적인 전개를 하면서 사회적인 메시지도 전달하는가 싶더니 흐지부지되는 이른바 용두사미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드라마도 결말을 어떻게 맺어가는지가 중요할 것이다. 그 방향은 악행을 저지른 이들을 어떻게 사필귀정시킬 것인가이다. 단순히 사적인 복수에 머물지 않고 제도적인 대응도 생각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드라마의 시작보다 마지막을 중요하게 평가해야 한다. 하지만 언론미디어조차 이점에 주목하지 않고 초기 문제의 장면들에 집착하니 거꾸로 막장 드라마 프레임에 따른 노이즈 마케팅 전략에 이용당한다.

극단적인 설정과 자극적인 장면 때문에 그 드라마 자체의 가능성을 일방적으로 완전히 깎아내리는 것은 본질을 분명 놓치는 것이다. 또한 드라마도 시청자의 눈길만 끄는 장면의 나열이라면 사회적 사건들을 떠올릴 수 있는 소재의 사용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드라마 ‘7인의 탈출’은 비록 불편한 장면이 빈번해도 우리 사회의 부정과 부패 공정하지 않은 모습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바람직한 결말을 끌어내야 한다. 그것이 없다면 정말 막장 드라마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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