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관리 제대로 못한 불찰”
尹정부 출범 관련 입장 표명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11일 오전 대구 동구 팔공총림 동화사를 방문해 통일대불로 향하고 있다. 2023.04.11. (출처: 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11일 오전 대구 동구 팔공총림 동화사를 방문해 통일대불로 향하고 있다. 2023.04.11.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원민음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신의 탄핵과 관련해 “주변을 잘 살피지 못해서 맡겨 주신 직분을 끝까지 해내지 못하고 많은 실망과 걱정을 드렸던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 출범에 대해서는 “우선은 좌파 정권이 연장되지 않고 보수 정권으로 교체됐다는 데 안도했다”며 언급이 적절치 않다면서도 “당시 수사팀에 참여했던 검사 중에 윤석열 정부에서 장관이라든가 요직에 여러 분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26일 공개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국정농단과 공천개입 등으로 징역 22년이 확정돼 수감생활을 하던 중 지난 2021년 12월 특별사면됐다.

박 전 대통령은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와의 관계에 대해 “대통령에 당선된 후 청와대로 들어오면서 사적인 심부름을 할 사람이 없었다”며 “대통령이 되기 전에 한 번도 최 원장이 저를 이용해 사적인 잇속을 챙긴다거나, 이권에 개입하거나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사심 없이 저를 도와주는 사람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르재단 등에 롯데·SK가 낸 출연금이 뇌물로 인정된 것에 대해서도 “롯데가 K스포츠재단에 기부했다가 돌려받은 돈, (K스포츠재단이) SK로부터 지원받기로 했다가 포기한 것에 대해 법원이 제3자 뇌물죄를 인정했다. 그런데 이 판결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이 죄는 부정한 청탁이 있어야 성립되는 것이다. 롯데나 SK가 저한테 어떤 청탁도 한 적이 없다. 대통령 면담이니 기업의 애로사항이나 현안에 대해 말을 했겠지만, 저는 하나도 들어준 것이 없다”며 판결을 부인했다. 박 전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최 원장이 재단을 통해 사적 이익을 챙기려고 했었다면 그것을 알지 못한 제 책임이고, 사람을 잘못 본 제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며 도의적 책임을 거듭 강조했다.

국정원 특활비 수수에 대해선 “취임 초 보좌진으로부터 국정원에서 청와대 운영과 관련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돈이 있다는 보고를 받았고, 또 ‘역대 정부에서도 (국정원이) 그런 지원을 해왔다’길래 그러면 ‘지원받아서 일하는 데 쓰라’고 했다. 다만 어디에 썼는지 보고를 받은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 특활비를 제 사적 용도로 쓴 것은 전혀 없다”고 답했다.

징역 2년형을 받은 새누리당 총선 공천 개입 혐의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리스트를 만들어 당에 전달하면서 ‘이 사람들은 꼭 공천하라’고 한 기억은 전혀 없다. 수석비서관회의 때 정무수석이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한 적이 있는데, 저는 그게 당에서 (조사를) 해서 청와대에 전달한 걸로 생각했다”고 부인했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김무성 대표가 공천과 관련해 저한테 면담 요청도 했고, 전화 연결도 부탁했는데 그게 (연결)되지 않았다. 그 얘기를 제가 구치소에 들어와서야 전해 들었다. 당시에 저는 전혀 몰랐던 일이고 그래서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했나’ 하고 분노했지만 누구를 탓하겠나. 그것도 대통령인 제 책임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탄핵 표결 당시 일부 친박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진 데 대해선 “소위 친박이라는 의원 중에 탄핵에 찬성한 의원도 있었고, 저의 오랜 수감 기간 동안 한 번도 안부를 물은 적이 없는 의원이 대부분이다. 동생(박지만 EG 회장)의 친구인 의원도, 원내대표였던 의원도 탄핵에 찬성했다는 얘기를 듣고서 사람의 신뢰와 인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근혜정부가 ‘실패한 정부’라는 평가에 대해선 “제가 임기를 마치지 못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실패한 것’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제가 받아들인다. 그러나 ‘정책적으로 실패한 정부다’라고 한다면 도대체 어떤 정책이 잘못됐다는 건지 모르겠다. ‘통진당 해산’이라든가 ‘공무원 연금개혁’ ‘개성공단 폐쇄’ ‘사드 배치’ 등은 국운이 달린 문제라 어떤 것을 무릅쓰고라도 꼭 해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창조경제 혁신센터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역할을 기대하면서 상당히 공을 많이 들인 정책이다. 제가 탄핵되기 전부터 벌써 상당한 성과가 나오기 시작해 보람을 많이 느꼈다”고 밝혔다. 정책적으로는 ‘성공한 정부’라는 주장이다.

박 전 대통령은 내달 4일부터 중앙일보를 통해 회고록을 연재할 예정이다. 회고록은 2011년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을 맡았을 때부터 2021년 특별사면으로 출소할 때까지 10여년을 배경으로 한다는 게 중앙일보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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