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해외금융계좌 신고 실적
131조 신고… 1인 평균 76.6억
“국세청, 면밀 조사하는 수밖에”

국세청. (출처: 연합뉴스)
국세청.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국내 거주자·법인이 지난해 해외 계좌에 보유하고 있다고 과세당국에 신고한 가상자산이 공개됐다. 탈세 우려가 있는 미신고된 금액이 5년간 2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는 국세청의 면밀한 조사만이 이 같은 행위를 막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20일 국세청이 공개한 2023년 해외금융계좌 신고 실적에 따르면 국내 거주자·법인이 지난해 해외 계좌에 보유하고 있다고 과세당국에 신고한 가상자산이 131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신고자 1인당 평균 신고액은 76억 6천만원이었고 연령별로는 30대가 123억 8천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올해 신고 대상은 지난해 1∼12월 매달 말일 기준으로 어느 하루라도 해외금융계좌 잔액이 5억원을 초과한 국내 거주자·법인이다. 지난해까지는 현금·주식·채권·집합투자증권·파생상품 등만 신고 대상이었지만 올해부터 가상자산도 포함됐다.

올해 해외금융계좌 총 신고액은 186조 4천억원, 신고인원(법인·개인)은 5419명이었다. 지난해보다 신고 인원은 1495명(38.1%), 금액은 122조 4천억원(191.3%) 늘었다.

이 중 854개 법인이 162조 1천억원을 신고했다. 지난해보다 신고인원은 107개(14.3%), 신고금액은 120조 5천억원(289.7%) 증가했다.

개인 4565명은 총 24조 3천억원의 해외 자산을 신고했다. 신고인원은 작년보다 1388명(43.7%), 금액은 1조 9천억원(8.5%) 증가했다.

연령대별 1인당 평균 신고액을 보면 30대가 94억 6천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20대 이하(79억 9천만원), 60대 이상(48억 4천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가운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2022년 5년간 해외금융계좌 미신고 금액은 총 2조 106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미신고 인원은 총 375명으로 이에 따른 과태료 부과 금액은 1424억원이었다. 해외 신고 의무 불이행에 따른 고발·통고 등 범칙 처분은 67건이었다.

국세청은 해외금융계좌를 동원한 역외 탈세를 차단하기 위해 지난 2011년부터 해외금융계좌 신고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해외금융계좌에 5억원 초과 현금이나 주식·채권·파생상품·가상자산을 보유한 국내 법인이나 거주자는 국세청에 계좌정보를 신고해야 한다.

기한 내 신고 의무를 위반하면 미신고 금액의 최대 20% 과태료가 부과되며 미신고 금액이 50억원을 초과할 경우 인적 사항이 공개되고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다.

실제 일부 자산가가 과거 스위스 등 외국에 은행 예금 계좌를 개설하고 거액의 자금을 예치하는 방식으로 수십억원대 소득세를 탈루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서영교 의원은 “앞으로 해외금융계좌 이용객들이 점점 더 늘어날 것에 대비해 역외 탈세를 더욱 엄격히 관리하고 국내 해외금융계좌 이용객들이 성실 납세를 실천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가 간 정보교환 자료, 외환 자료, 유관기관 통보자료 등을 종합해 해외금융계좌 미신고 혐의자를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호림 강남대학교 세무학과 교수는 “(미신고 금액은) 국세청이 탈세 조사를 열심히 하는 것 말고는 적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조세 조약에 따라 계좌가 있는 국가에 징수 협조를 요청할 수 있는데 금융계좌는 금방 다른 나라로 또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어서 은밀하게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현지 조사 및 다른 나라의 국세청으로부터 협력을 끌어내는 과정이 복잡하고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한계점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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