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위원회, 등재 최종 결정
한국 16번째, 경남 4번째 등재
동아시아 고대 문명 다양성 인정

가야고분군-말이산의 일출 (제공:세계유산등재추진단) ⓒ천지일보 2023.09.20.
가야고분군-말이산의 일출 (제공:세계유산등재추진단) ⓒ천지일보 2023.09.20.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해상 실크로드’ ‘철의 나라’하면 떠오르는 나라가 있다. 바로 ‘가야’다. 찬란한 해상무역의 강국이자, 높은 철기 문명을 꽃피운 동북아의 선진국이었던 가야는 실크로드의 중요한 위치에 자리했다. 이 같은 해상왕국의 위상을 증명할 귀중한 유적인 ‘가야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는 16번째이자 경남에서는 4번째 세계유산 등재다.

◆가야 대표하는 고분군 ‘7곳’ 등재

18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1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개최되고 있는 제45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가야고분군’을 세계유산목록에 등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가야고분군은 한반도에 존재했던 고대 문명 ‘가야’를 대표하는 영남과 호남 지역에 분포돼 있던 고분군 7곳을 묶은 연속 유산이다. 7개 고분군은 ‘경남 김해 대성동 고분군’ ‘경남 함안 말이산 고분군’ ‘경남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 ‘경남 고성 송학동 고분군’ ‘경남 합천 옥전 고분군’ ‘전북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 ‘경북 고령 지산동 고분군’ 등이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주변국과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독특한 체계를 유지하며 동아시아 고대 문명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가 된다는 점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인정된다”고 평가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총 16건의 세계유산(문화 14건, 자연 2건)을 보유하게 됐다.

가야고분군 위치 (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3.09.20.
가야고분군 위치 (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3.09.20.

◆가야문명 복원할 대표적 고고학 유적

가야는 한반도 남쪽에 있었던 변한의 12개 작은 나라들을 통합해 세운 연맹 왕국이다. 김해의 금관가야, 고령의 대가야, 함안의 아라가야, 고성의 소가야, 성주의 성산가야, 상주의 고령가야 등 여섯 나라가 있었다.

가야는 철을 풍부하게 생산했고 중국, 일본 및 한반도의 여러 지역과 교역을 했다. 교역을 위한 다양한 육로나 해로가 발달했고 특히 해상무역이 아주 활발했다. 이에 가야는 해상무역의 통로, 즉 해상 실크로드의 종점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처럼 가야는 562년 신라에 흡수되기 전까지 바다를 주름잡는 해상 강국으로 우뚝 서 있었다.

지산동고분군(경북 고령) (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3.09.20.
지산동고분군(경북 고령) (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3.09.20.

이런 가운데 유네스코에 등재된 가야고분군은 사라진 가야문명을 복원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고고학 유적으로 의미를 지닌다.

가야고분군은 지리적 분포, 입지, 고분의 구조와 규모, 부장품을 통해 주변국과 공존하면서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독특한 체계를 유지해 온 ‘가야’를 잘 보여주며, 동아시아 고대 문명의 다양성을 나타내고 있는 중요한 유적이다.

대성동 고분군(경남 김해) 출토 유물 (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3.09.20.
대성동 고분군(경남 김해) 출토 유물 (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3.09.20.

◆교역의 흔적 담긴 가야고분군

‘경남 김해 대성동 고분군’은 1~5세기 가야연맹을 구성했던 금관가야의 대표적인 고분군이다. 이 고분군은 가야 정치체가 공유한 고분의 여러 가지 속성의 이른 시기의 유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중국과 일본에서 수입된 교역품을 통해 금관가야가 동북아시아 교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말이산 고분군(경남 함안) 출토 유물 (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3.09.20.
말이산 고분군(경남 함안) 출토 유물 (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3.09.20.

‘경만 함안 말이산 고분군’은 1~6세기 가야연맹을 구성했던 아라가야를 대표하는 고분군으로 신청유산 중 가장 오랜 기간 조성됐다. 고분군은 남북으로 약 2㎞ 정도 이어진 구릉에 조성돼 있으며, 거대한 봉토분이 군집돼 고분군이 기념비적인 경관으로 형성된 과정을 보여준다.

‘경남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은 5~6세기 가야연맹을 구성했던 비화가야를 대표하는 고분군이다. 묘제와 부장품을 통해 신라와 자율적으로 교섭했던 가야 정치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구릉지에 조성된 크고 작은 고분의 배치는 지배층의 계층 분화를 나타낸다.

‘경남 고성 송학동 고분군’은 5~6세기 가야연맹을 구성했던 소가야를 대표하는 고분군이다. 해안가의 고성분지에 조성돼 있는 고분군은 당시 소가야의 중심지였음을 알려준다. 또한 소가야가 가야 각국을 포함해 백제, 일본 등 여러 정치체와 자유로운 해상 교역을 통해 성장한 세력이었음을 보여준다.

‘경남 합천 옥전 고분군’은 4~6세기 쌍책지역 일대의 가야 정치체를 대표하는 고분군이다. 용과 봉황으로 장식된 대도와 철제무기류, 금은 장신구 등이 출토돼 가야 금속공예 기술의 정수를 보여준다.

‘전북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은 남원시 동면 유곡리 성내부락 주변 작은 언덕과 이 언덕 북쪽 두락리에 있는 삼국시대 무덤들이다. ‘경북 고령 지산동 고분군’은 대가야국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고령지역에 대형봉토분이 밀집 조영된 최고 지배자 집단의 고분군이다.

교동과 송현동고분군(경남 창녕) (제공: 문화재청)ⓒ천지일보 2023.09.20.
교동과 송현동고분군(경남 창녕) (제공: 문화재청)ⓒ천지일보 2023.09.20.

◆등재 결실 위한 10년의 노력

가야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 추진 움직임은 지난 2012년 시작됐다. 경남도에서는 2013년 6월 김해 대성동고분군, 함안 말이산고분군의 세계유산 추진을 위한 잠정목록 등재를 신청했다. 같은 해 경북 고령을 시작으로 2017년 경남 합천‧고성‧창녕과 전북 남원 등 총 3개 도, 7개 시군이 등재신청 대상을 선정하고 등재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10여년간 힘을 모았다.

경남도는 2021년 1월 가야고분군에 대한 세계유산 등재신청서를 유네스코에 제출해 심사 단계를 거쳤다. 이후 지난 5월 유네스코 심사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이코모스) 평가 결과 세계유산 ‘등재 권고’ 결정을 받았으며, 이번 9월 17일 오후 등재 결정이 최종 확정됐다. 10년 만에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공식 등재일은 제45차 세계유산위회 폐회일인 오는 25일로 예정돼 있다.

이번 유네스코 세계 유산 등재에 대해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가야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는 2013년 잠정목록에 오른 이후 10여년 동안 민·관·학이 함께 마음을 모아 이뤄낸 쾌거”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가야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면서 우리나라는 총 16건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우리나라는 1995년 석굴암과 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를 시작으로 문화유산 14건, 자연유산 2건이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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