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전투기 공장 등 시찰할듯

16일 블라디보스토크 도착 예정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환영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3일 연회를 마련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4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연회가 끝난 후 다음 방문지로 출발하기 위해 열차에 오르고 있다. 2023.9.14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환영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3일 연회를 마련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4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연회가 끝난 후 다음 방문지로 출발하기 위해 열차에 오르고 있다. 2023.9.14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약 4년 만에 극적으로 성사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마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극동 하바롭스크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바롭스크주에 있는 산업도시 콤소몰스크나아무레를 방문할 예정인데, 여기에는 북한이 특히 취약한 비대칭 전력인 전투기 생산 공장뿐 아니라 잠수함 등 군함 건조를 위한 조선소 등 군수공장들이 몰려있다.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로켓 기술에 대한 지원 확답을 받더니 전투기와 핵잠수함까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라 주목된다. 이는 북한의 각종 재래식 무기체계의 현대화 문제와 관련된 행보로 관측된다.

◆“김정은 열차, 하바롭스크로 이동 중”

연합뉴스는 14일 현지 관계자들을 인용해 전날 오후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 및 만찬 일정을 소화한 김 위원장이 전용 열차를 타고 하바롭스크주에 있는 산업도시 콤소몰스크나아무레로 이동 중이라고 보도했다.

콤소몰스크나아무레는 정상회담이 열렸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동쪽으로 1170㎞가량 떨어져 있다.

김 위원장의 전용 열차는 현지시간으로 낮 12시 18분 현재 콤소몰스크나아무레로 향하는 하바롭스크주 인근의 시베리아횡단철도 지선 부근에 도달했거나 막 진입했을 것이라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 지점에서 콤소몰스크나아무레까지는 8∼9시간 정도 걸리는데 김 위원장 전용 열차 속도가 일반 열차보다 훨씬 느린 점을 감안할 때 이날 오후 늦게나 목적지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김 위원장은 내일(15일) 오전이나 돼야 러시아 첨단 다목적 전투기 수호이-57과 민간 항공기 등을 생산하는 유리 가가린 전투기 공장 등을 둘러볼 것으로 전망된다. 잠수함 등 군함 건조를 위한 조선소 등도 들여다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콤소몰스크나아무레 일정을 소화한 뒤 전용 열차를 타고 남쪽으로 1150㎞가량 떨어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한다. 김 위원장은 오는 16일 정오를 전후해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뒤 태평양함대 사령부, 극동연방대학교 등을 둘러보는 일정을 소화하고 당일 밤늦게 북한으로 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 나홀로 일정 이어가는 배경은

북한군의 재래식 전력은 양적 측면에선 여전히 위협적이지만, 장비의 노후화가 매우 심각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북한의 주력 전투기는 1950년대 개발된 미그-19와 1970년대 초도 비행한 수호이(Su)-25이며, 잠수함의 경우도 1950년대 설계된 로미오급으로 50년 가까이 운용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을 마친 김 위원장이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넘어 나 홀로 일정을 이어가는 배경에는 이 같은 재래식 전력 노후화 극복과 함께 무기체계 현대화에 대한 절박감이 깔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김 위원장이 찾을 ‘유리 가가린’ 전투기 공장은 러시아의 첨단 다목적 전투기 수호이(Su)-57과 민간 항공기 등을 생산한다. 특히 김 위원장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Su-57(별칭 Felon)은 러시아의 5세대 스텔스 전투기로 고도의 항공 장비와 다양한 미사일을 갖추고 있다.

잠수함 건조를 위한 조선소를 방문하는 것도 같은 일환이다. 북한은 최근에도 첫 전술핵 공격잠수함을 건조했다며 3천톤급 잠수함을 공개했지만, 군은 정상 운용이 가능한 모습이 아니라며 평가절하했다. 김 위원장이 콤소몰스크나아무레 일정 뒤 블라디보스토크에 다시 들러 전략핵잠수함, 핵추진 순항미사일 잠수함 등을 운용하는 러시아 태평양함대 등을 방문할 계획인 것도 이와 관련돼 있다.

김 위원장의 이런 움직임에 미국 등 서방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서방 언론들은 전날 북러 정상회담에 대해 각종 논평을 쏟아내고 있고 만남 자체를 조롱하는 것은 물론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되는 불법 무기 거래를 막겠다며 시시각각 노골적으로 개입하려 드는 모양새다.

러시아가 돕겠다고 한 첩보위성 기술이나 다탄두체 기술, 정밀 타격을 위한 제어기술를 북한이 확보하게 된다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고 게다가 비대칭 첨단 전력인 스텔스 전투기, 발사관 10개를 갖춘 핵잠수함을 갖게 된다면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통제불능의 나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북러가 이렇게 무기 기술 등을 거래할 수 있다며 냄새를 풍기는 건 미국 정부가 현 난국을 해결하라는 압박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 관계 당국도 북러 무기 거래 가능성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극우 인사로 알려진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남북관계관리단 회담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이같이 밝힌면서 “러시아와 북한은 스스로 고립과 퇴보를 자초하는 불법 무도한 행위를 중단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등 국제규범을 준수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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