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전 4호기. (출처: 연합뉴스)
고리원전 4호기. (출처: 연합뉴스)

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우리나라는 이제 독보적인 원자력 기술을 보유한 ‘원전 강국’으로서 새로운 도약을 이뤄나가야 한다. 마침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공기업 수주에 의존하지 않는 원전설비 수출기업 100개사를 육성한다는 목표를 지난 11일 세웠다.

지금은 세계 원전 시장의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해외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우리나라 기업들을 탄생시켜 나가야 할 시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원전 중소·중견기업의 첫 번째 수출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원전 중소·중견기업 수출 첫걸음 프로그램’을 새롭게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아직 수출 경험이 없지만 잠재력을 갖춘 유망 중소·중견기업을 선정해 수출 전 단계를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조기 발굴해 뛰어난 원전 기술력을 갖춘 회사로 키워나갈 수 있다면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산업부는 기술력과 더불어 수출 준비도와 추진 의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올해 10개사를 지원 대상으로 선정할 방침이다. 이후 2027년까지 60개사를 더 지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프로그램 지원 대상이 되면 원전수출산업협회, 한국수력원자력,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원자력협력재단, 무역보험공사 등 5개 기관이 시장조사는 물론 수출 전략 수립과 품질인증 획득, 마케팅, 계약체결, 납품까지 밀착해 지원해준다.

기업당 최대 지원 규모는 금융지원을 제외하고 연간 4억원에 달한다. 총 5년간 지원하게 되니 전체 액수는 20억원 규모다. 산업부는 향후 참여 지원 기관을 확대하고 지원 범위도 넓혀갈 방침이다.

지난해 기준 독자 수출 경험을 보유한 원전설비 수출기업은 총 40개사다. 산업부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오는 2027년까지 원전설비 수출기업 총 60개사를 신규로 길러내게 된다면 우리나라는 원전설비 수출기업 100개사를 보유한 나라가 된다.

산업부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최근 신규 원전 건설과 계속운전 확대로 세계적인 원전설비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이다. 이는 우리나라 기업의 글로벌 공급망 진입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의미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세계원자력협회(WNA)의 각각 지난 7월과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건설 중인 세계 원전은 작년 6월 53기에서 올해 5월 57기로 4기가 증가했다. 건설을 계획 중인 원전은 작년 6월 95기에서 올해 5월 100기로 5기가 늘었다.

IAEA의 지난 7월 자료에 따르면 30년 이상 가동 중인 원전의 경우 전 세계 원전의 66%(248GW)에 달했다. 이를 토대로 살펴보면 원전설비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주요국들은 과거 원전 건설 중단 등의 영향으로 설비제조 능력이 약화했다는 분석도 있다. 즉 우리나라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 상대적으로 용이해졌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지난 50여년간 국내 외 총 34기의 원전을 건설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해왔기에 세계 시장에서 신뢰가 있고, 미국, 캐나다, 프랑스가 개발한 다양한 노형에 대해 운영 및 유지보수를 한 경험이 있다”면서 “기자재부터 운영·정비 서비스까지 완결된 공급망도 구축하고 있어 수출역량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작년 8월 13년 만에 이집트 엘다바 원전사업을 수주한 것에 이어, 작년 7월 한국형 원전인 ‘APR1400’을 폴란드에 수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등 원전산업 재부흥을 위한 탄탄한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산업부의 이번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신규 원전설비 수출기업들이 목표한 것 이상으로 나타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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