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판화박물관 개관 20주년 맞아
동아시아 고판화 명품 특별전
22일~내년 1월 31일까지 개최
소장품 70여점 선별, 대중에 공개
​​​​​​​고서, 고판목, 대형 고판화 등 전시

11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선학 고판화박물관 관장이 박물관 개관 20주년을 맞아 열리는 ‘인쇄문화의 꽃 –동아시아 고판화 명품 특별전’에서 공개될 소장품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11.11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학선 고판화박물관 관장이 박물관 20주년을 맞아 열리는 ‘인쇄문화의 꽃 –동아시아 고판화 명품 특별전’에서 공개될 소장품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11.
11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선학 고판화박물관 관장이 박물관 개관 20주년을 맞아 열리는 ‘인쇄문화의 꽃 –동아시아 고판화 명품 특별전’에서 공개될 소장품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11.11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학선 고판화박물관 관장이 박물관 20주년을 맞아 열리는 ‘인쇄문화의 꽃 –동아시아 고판화 명품 특별전’에서 공개될 소장품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11.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1000여년 전부터 20세기 초까지 망라된 동아시아의 고판화의 주요 흐름을 풀어내고자 합니다. 학자나 문화 작가들에게 영감을 줄 뿐 아니라 시민들에게 아름다운 고판화 문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리입니다.”

11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만난 원주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한선학 관장은 박물관 20주년을 맞아 열리는 ‘인쇄문화의 꽃 –동아시아 고판화 명품 특별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전시는 2023년 문화재청 생생문화재사업으로 전문가와 시민, 학생에게 고판화의 아름다움과 미래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고판화의 디자인적인 특성을 보급하기 위해 기획됐다. 전시는 오는 22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다.

11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학선 고판화박물관 관장이 박물관 20주년을 맞아 열리는 ‘인쇄문화의 꽃 –동아시아 고판화 명품 특별전’에서 공개될 소장품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11.
11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선학 고판화박물관 관장이 박물관 개관 20주년을 맞아 열리는 ‘인쇄문화의 꽃 –동아시아 고판화 명품 특별전’에서 공개될 소장품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11.

◆장르별로 나눠 고판화 전시 

한 관장은 지난 1996년부터 수집한 동아시아 고판화 자료 2500여점을 중심으로 2003년 박물관을 설립했다. 설립 후에도 3500여점의 소장품을 추가로 수집해 현재 6000여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고판화박물관 소장품 6000여점 중 고서, 고판목, 대형 고판화 등 70여점을 선별해 선보인다. 전시에서는 강원도 유형문화재 152호 ‘불설아미타경’ 등 총 7건의 도지정문화재가 모두 출품될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한국, 중국, 일본, 티베트, 베트남 고판화 명품도 출품된다.

전시는 동아시아 고판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장르별로 나눠 진행한다. 1부 삽화판화, 2부 예술판화, 3부 문양판화 등으로 구성됐다.

조선후기 호작도 (제공: 고판화박물관) ⓒ천지일보 2023.09.11.
조선후기 호작도 (제공: 고판화박물관) ⓒ천지일보 2023.09.11.

1부 삽화 판화에서는 도교 판화의 압권인 옥추보경 등 강원도 지정문화재 7건을 비롯해 조선시대 최고의 판화인 ‘오륜행실도’ 목판, 원주의 대표적인 인물로 고구마를 가져온 조엄(趙曮, 1719~1777)이 그려진 ‘조선통신사 행렬도’ 등 고려시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다양한 전적류가 공개된다.

한 관장은 “‘조선통신사 행렬도’ 속 정사(正使, 외국으로 파견하는 사신의 우두머리)에 조엄의 이름이 써 있는 데, 자세히 보면 다른 사람의 이름이 조엄 글자 아래로 새겨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는 조선통신사를 다른 사람들이 이끌려 했지만 사정 상 못 가게 됐다. 조엄이 가게되자 따로 이름을 찍어서 붙인 것”이라며 “이는 역사적으로 재미있는 기록물이자 중요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홍루몽 대형 년화 (제공: 고판화박물관) ⓒ천지일보 2023.09.11.
홍루몽 대형 년화 (제공: 고판화박물관) ⓒ천지일보 2023.09.11.

전시에서는 세계적인 명품인 명나라 성화 13(1477)년 황실 내부각본인 ‘불정심다라니경’, 중국의 영향을 벗어나 독자적인 고판화의 경지를 보여주는 목련경, 고씨화보, 당시화보, 시여화보 등 조선시대 화가들과 선비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줬던 다양한 화보 등도 공개된다.

2부 예술판화에서는 세계적인 명품으로 꼽히는 한국 ‘치성광여래도’, 중국 금릉각경처가 판각한 ‘관음보살도’ 대형 판화, 고려불화를 모본으로 판각한 일본의 ‘오백나한도’ 대형 목판화 등의 불화판화가 공개된다. 또 토요토미 히데요시 문장이 새겨진 ‘관경만다라 채색판화’ 등 다양한 대형 종교판화를 볼 수 있다.

판화-조엄 조선통신사 행열도 (제공: 고판화박물관) ⓒ천지일보 2023.09.11.
판화-조엄 조선통신사 행열도 (제공: 고판화박물관) ⓒ천지일보 2023.09.11.

채색 ‘화조도’ 까치와 호랑이 주사 목판, 인출판화 등 한국의 민화 판화, 연행을 다녀오는 조선 사신들이 중국 유리창에서 소중하게 구입해 사랑방 벽면을 장식하거나, 아름다운 병풍으로 꾸며 장식용으로 사용했던 화조, 초충도 년화판화 등도 소개된다.

새롭게 수집한 세계적인 중국 소주 도화오 ‘복’자 문자도를 비롯해 천진 양류청 년화의 백미인 ‘홍루몽’ 대형 년화(年畵)도 처음으로 소개된다. 고흐가 사랑했던 히로시게 ‘동해도 53차 대형 병풍’, 호코사이의 ‘후지산 36경’ 등 일본 우키요에 판화들도 주목해야 할 작품들로 꼽힌다.

3부 문양판화에서는 옛 선조들의 생활 속에서 아름다운 멋을 실천했던 조선시대 능화판을 비롯해, 조선 선비들이 사랑했던 청나라 시전지들을 비롯해 자신이 직접 새겨 사용했던 조선의 시전지, 조선과 청나라의 문자도 판화 등이 소개된다.

안중근 이토히로부미 저격 석판화 (제공: 고판화박물관) ⓒ천지일보 2023.09.11.
안중근 이토히로부미 저격 석판화 (제공: 고판화박물관) ⓒ천지일보 2023.09.11.

◆지속적인 수집활동의 결과물

한 관장은 개관 20주년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은 지속적인 수집활동으로 확보한 동아시아 고판화 소장품의 활용을 통해 얻어진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한 관장은 “고판화가 기록문화유산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좀 더 알길 바란다”며 “4차 산업혁명의 중요한 콘텐츠 중 하나가 디자인이며, 디자인의 꽃은 고판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양 고판화와 달리 동양 고판화는 크기가 크며, 칼 선이 잘 남아 있어 붓이 그리지 못하는 디자인을 더욱 잘 그려낼 수 있는 매력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수집에는 필연적으로 많은 투자가 있어야 하고 박물관 운영에도 많은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 법인이나 다국적 법인 설립 등 다양한 연구와 실험을 통해 고판화박물관의 지속 발전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행사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14차에 걸쳐 개최되고 있는 원주세계고판화문화제의 메인 전시회다. 특히 오는 22일과 23일에는 소장품을 주제로 다양한 발표와 토론이 전개된다. 세계적인 고판화학자인 중국 조우신혜 선생(전 북경수도도서관 부관장)을 비롯해 중국년화 전문가인 천진미술대학의 장엔문 교수, 중국연화연구의 중심인 천진대학의 당라교수, 일본의 국문학연구자료관 부관장인 이리쿠치 교수 등 전문가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오륜행실도 목판화 (제공: 고판화박물관)ⓒ천지일보 2023.09.11.
오륜행실도 목판화 (제공: 고판화박물관)ⓒ천지일보 2023.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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