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미] 순천의 가을 味

철맞은 낙지·새우·전어 풍성
순천서만 먹을 수있는 ‘대갱이’
‘고들빼기’ 혈당조절 효과 톡톡

순천에서 맛볼 수 있는 대갱이무침. (제공: 순천시) ⓒ천지일보 2023.08.30.
순천에서 맛볼 수 있는 대갱이무침. (제공: 순천시) ⓒ천지일보 2023.08.30.

[천지일보 순천=김미정 기자] 말도 사람도 입맛이 달곰해진다는 천고마비의 계절이 돌아왔다. 가을바람 따라 들녘에선 오곡이 무르익고, 해산물들 역시 사계절 중 가장 기름지고 맛있어지는 시기. 덕분에 맛의 도시 순천의 가을 밥상도 풍성하고 후해진다.

9월부터 이듬해 2월이 제철인 낙지는 가을 보양식의 최강자로 손꼽힌다. 특히 순천산 낙지는 순천 갯벌에서 자라 맛과 영양이 탁월하다. 다리가 가늘고 부드러워 ‘세발’이라 불리는 세발낙지를 채 썬 오이와 다진 마늘을 조금 곁들여 고소한 참기름과 참깨를 뿌려 먹으면 세발낙지 탕탕이가 완성된다. 살짝 데쳐 야들야들해진 낙지와 데친 시금치를 넣고 초고추장 양념으로 무친 새콤달콤 낙지초무침도 입맛을 돋운다. 화끈하게 불맛 살린 낙지볶음, 아귀찜에 도전장을 내민 매콤한 낙지찜, 특제 육수에 불고기와 낙지로 궁합 맞춘 불낙전골, 나무 꼬챙이에 돌돌 말은 낙지에 수제 양념 소스를 바른 후 약한 불에서 살살 구워낸 낙지호롱, 낙지 본연의 맛을 살려 시원하게 끓이는 낙지 연포탕과 잘 삶은 갈비와 낙지 맛이 신박하게 조화를 이루는 갈낙탕까지. 낙지 하나만으로 3박 4일 순천 식도락 가을 여행이 가능하다.

세발낙지 탕탕이. (제공: 순천시) ⓒ천지일보 2023.08.30.
세발낙지 탕탕이. (제공: 순천시) ⓒ천지일보 2023.08.30.

주꾸미의 제철은 봄이지만 찬바람 도는 9월부터 살이 오르기 시작한다. 전라도 말로 ‘먹작 것’이 있어지는 가을 주꾸미는 봄과는 또 다른 별미다. 타우린 함량에 있어 낙지와 쌍벽을 이루는 주꾸미는 다이어트에 최적의 음식 재료다.

순천에서 맛볼 수 있는 대갱이는 과거 어부들이 못생긴 생선을 그물에서 골라 버렸다는데 그중 하나다. 정식명칭인 ‘개소겡’이란 이름 대신 순천에선 ‘은지구’란 이름으로 더 친숙하다. 어부들의 밥상에서나 볼 수 있었던 서민 음식으로 대갱이탕은 미꾸라지 대신 끓여 먹는 순천의 가정식 보양탕이었다. 잘 말린 대갱이를 살이 연해질 때까지 수십 번 몽둥이로 두들겨 구워낸 후, 매콤 새콤하게 무쳐내면 씹을수록 감칠맛이 나는 대갱이무침이 완성된다.

전어구이. (제공: 순천시) ⓒ천지일보 2023.08.30.
전어구이. (제공: 순천시) ⓒ천지일보 2023.08.30.

순천시가 선사하는 또 하나의 가을 맛이 있다. 바로 새우와 전어다. 냄비에 굵은 소금을 깔고 익힌 왕새우소금구이와 맛이 깔끔하면서도 담백한 왕새우찜은 일품이다. 초가을 전어는 맛이 부드럽고 뼈가 억세지 않아 뼈째 먹기에 좋다. 전어 회무침에 흰 쌀밥과 김 가루를 살짝 넣어 비벼 먹는 것도 추천한다. 집 나간 며느리를 불러들인다는 전어구이 또한 머리부터 통째로 먹어야 전어의 고소함을 200% 즐길 수 있다.

조선시대 당시 순천 부읍성으로 불리며 중심 상권을 형성했던 순천 중앙시장에서는 곱창전골을 맛볼 수 있다. 주머니 가벼운 사람들이 배 채우기 좋은 곱창집과 국밥집이 하나둘 터를 잡으면서 1970~1980년대엔 곱창집이 무려 20여곳에 이르렀다고 한다. 지금은 노포집 몇 곳이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곱창에 진하게 우린 양념 육수 붓고, 부추나 시금치 등 제철 채소 아낌없이 올린 후 불린 당면을 포개주면 칼칼한 국물 맛과 쫄깃한 식감이 입맛을 자극한다. 곱창전골이 바닥을 드러낼 즈음 남은 국물에 김 가루 듬뿍 들어간 밥을 잘 볶아주면 곱창볶음밥이 완성된다.

순천 고들빼기김치. (제공: 순천시) ⓒ천지일보 2023.08.30.
순천 고들빼기김치. (제공: 순천시) ⓒ천지일보 2023.08.30.

순천 별량 개랭이마을이 전하는 건강한 맛 고들빼기도 있다. 떫고 쓴맛을 가졌으며 ‘천연 인슐린’이라 불릴 정도로 혈당 조절과 콜레스테롤 저하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월 말에서 9월 초를 시작으로 가을 내내 수확한다. 고들빼기의 핵심은 밭의 인삼이라 불리는 씁쓸한 맛과 향의 뿌리다. 지역 특산품인 고들빼기김치는 순천의 어느 식당에 가도 쉽게 맛볼 수 있다. 김치뿐 아니라 생채나 전으로도 즐기며, 연한 고들빼기는 샐러드처럼 무쳐 삼겹살과 함께 곁들일 수 있다.

다이어트에 좋기로 소문난 콤푸차를 순천에선 ‘발효음료’라는 보다 대중적인 마실거리로 언제든 손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다. 2023 로컬 콘텐츠 페스타에서 첫선을 보인 순천표 콤부발효음료 ‘정원에 톡’은 비정제 원당으로 열량은 낮추고, 원당에 포함된 다양한 미네랄을 섭취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천연 소화제로도 제격이며 정원도시 순천의 톡 쏘는 매력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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