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정현 목사가 지난 2013년 2월 10일 사랑의교회 주일예배에서 박사학위 논문 표절 논란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천지일보 DB. ⓒ천지일보(뉴스천지)

한국교회가 신학교수들의 표절시비로 몸살을 앓고 있다. 표절 의혹을 제기한 측과 표절이 아니라고 맞서는 교수들의 신경전은 치열하다. 반면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목회자들도 속속 등장했다. 문제는 표절시비에 걸린 책이 한두 권이 아니라는 점이다. 도마에 오른 저자들도 내로라하는 유명 신학대학교 교수나 대형교회 목회자에서 일반 신학자까지 다양하다. 교계 내 표절은 왜 이렇게 급속도로 확산됐을까. 본지는 최근 벌어진 표절 논란을 짚어보고 대안을 살펴봤다.

신학대학 유명 교수 저서 줄줄이 표절시비
“인정한다” “못한다” 반응 갈리는 신학교수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한국교회 내 표절 시비가 큰 화두로 부각되기 시작한 때는 지난 2012년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에 대한 표절 의혹이 제기되면서부터다.

◆오정현 목사 건으로 표절 논란 확산

오 목사는 논란이 일자 “내가 작성한 박사 학위 논문에 대해 표절이나 대필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양심과 명예를 걸고 떳떳하게 내가 작성한 논문임을 밝힌다. 추후에라도 박사 학위 논문에 대한 그 어떤 부정직한 증거라도 나온다면 사랑의교회 담임목사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아공포체프스트룸대학에서 받은 신학박사 학위 논문, 2005년 미국 바이올라대학에서 받은 박사학위 논문, 미국칼빈신학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등이 표절인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이후 올해 3월부터 신학서적에 대한 표절 논란이 또다시 일기 시작했다. 이성하 목사(가현침례교회)가 다수 신학자들에 대한 표절 의혹을 제기하면서부터다. 페이스북에는 ‘신학 서적 표절 반대’ 그룹이 만들어졌고, 표절 반대 여론은 급속도로 확산됐다. 이 그룹에는 속속 표절 의혹이 제기되는 서적과 신학자들의 이름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 목사가 의혹을 제기한 목회자들만 해도 김지찬, 송병현, 이필찬, 이한수 등 개신교계 내로라하는 신학자들이었다. 표절 시비에 휘말린 신학교수들의 반응은 양분됐다. 표절을 인정하고 절판하거나 여론의 도마에 오른 데 대해 사과를 하는 반면 한편에서는 표절을 극구 부인했다.

◆과오 사과하는 신학자들

요한계시록 전문가로 알려진 이필찬 교수와 성결대학교 이성훈·전정진 교수는 자신의 과오를 인정했다. 에스라신학대학원대학교 양용의 교수도 사과문을 냈다.

‘HOW주석시리즈’의 일부를 집필한 이성훈 목사는 지난 6월 11일 표절의혹과 관련해 “표절에 관한 모든 것을 인정한다”며 사과문을 냈다.

직접적으로 표절했음을 인정하는 사과는 아니었지만 잘못을 인정하는 사과문도 이어졌다. 개신교계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내가 속히 오리라’를 저술한 이필찬 교수도 같은 날 사과문을 내고 “이 문제는 무조건 제 실수이고 제 문제임이 틀림이 없다”며 “이번 기회에 강의안 중심으로 엮어졌던 다른 모든 저술들을 재검토하려고 한다. 책의 절판 문제 등을 출판사와 긴밀히 상의해 이러한 문제를 책임지고 감당해 나가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하나님 나라 어떻게 읽을 것인가’ ‘마태복음 어떻게 읽을 것인가’ ‘마가복음 어떻게 읽을 것인가’ ‘히브리서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저술한 양용의 교수는 지난 3월 21일 논란에 대해 사과문을 내고 “리처드 토마스 프란스 교수의 글을 책의 필요에 맞게 과감히 단순화하거나 재기술 했다. 하지만 불편한 마음을 느끼신 모든 분들에게 송구한 마음이다. 앞으로는 같은 실수를 안 하도록 유념하겠다”고 밝혔다.

양용의 교수와 같은 ‘어떻게 읽을 것인가’ 시리즈의 한 권인 ‘레위기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저술한 전정진 교수도 신학대학원 채플 시간에 참석해 동료 교수들과 신학생들에게 머리를 숙이고 사과했다. 두 교수가 쓴 책들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해당 출판사가 관련 책들을 절판했고, 판매 중지 후 전량 회수했다.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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