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언어폭력 견디다 자퇴
27kg였던 체중 반년 만에 22kg
서울과학고가 사건화 만류했다“
학부모한테 받은 이메일 공개

(캡쳐: 백강현군 계정)
(캡쳐: 백강현군 계정)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만 10살의 나이에 서울과학고에 입학한 ‘영재발굴단’ 출신 백강현군의 아버지인 백동기(63)씨가 백군이 자퇴하게 된 자세한 배경을 전했다.

20일 경향신문이 백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보도했다. 백씨는 백군이 서울과학고 내에서 동급생들로부터 지속적인 언어폭력 피해를 봤고 견디다 못해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또 학교폭력 사실을 학교에 알렸지만 학교가 사건화를 만류했다고도 말했다.

강씨는 “강현이가 워낙 어린 나이에 서울과학고에 입학했다”며 “(동급생) 형들과 비교하면 6살 차이가 났고, 체격 차이도 컸다. 나이가 어리니까 지식도 부족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강현이를 신기하게 보다가 중간고사를 치른 뒤인 5월 이후부터 괴롭히기 시작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어떤 방식으로 괴롭혔는지에 대해선 “아이의 자존감을 바닥으로 만들었다. ‘너 같은 놈이 여기 서울과학고에 온 것은 국민들을 기만하는 거다’ 이런 얘기를 지속적으로 했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서울과학고에는 조별과제, 조별발표가 많다. 조별과제를 할 때도 강현이에게 발언권을 주지 않고 아무것도 못 하게 앉혀놓기만 했다고 한다. 한두 번이 아니고 지속적으로 그런 일이 있었다”며 “조별과제를 하는 몇 시간 동안 옆에 앉혀놓기만 하니까 강현이가 스마트폰을 보면 ‘스마트폰 본다, 게임한다’면서 나쁜 아이로 만들어버렸다. 한 명도 말을 안 걸어주고 투명인간 취급했으면서. 디씨인사이드라는 사이트에 강현이에 대해 ‘저 X신, 바보, 찐따 X끼,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X신 X끼’ 등의 욕설을 올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가해학생 규모에 대해선 “두 학생이 주도했고, 나머지 학생들은 주도한 학생들이 놀리면 깔깔거리면서 웃는 등 동조하고 방관했다고 한다”고 답했다.

어떻게 대응했는지에 대해선 “5월에 중간고사 마치고 나서 이런 상황을 알게 됐다. 강현이가 얘기하면서 피눈물을 흘렸다. 죽을 정도로 힘들다고 표현했다. 얘기를 듣자마자 바로 학교에 찾아갔다”며 “디씨인사이드에 명예훼손을 하고 괴롭히는 아이는 경찰에 신고해서 찾으려고 했고, 학폭은 학교에 이야기했는데 학교에서는 신고를 만류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테니 묻고 가자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강현이는 그때 학교를 정말 다니고 싶어했고, 어떻게든 서울과학고를 졸업하고 싶어했다”며 “그런데 이렇게 문제를 일으키면 그다음부터는 학교를 도저히 못 다닐 것 같았다. 그래서 학교 의사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그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후 학교의 대응에 대해선 “형들도 강현이가 오는 걸 싫어하고 강현이도 조별과제를 불안해하기 때문에 조별과제 점수를 0점 맞더라도 단독 발표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학교에 부탁했는데 안 된다고 했다”며 “강현이 하나 때문에 학교 전체 시스템을 바꿀 수 없다는 거였다”고 전했다.

학교에 알린 후 상황에 대해선 “직접적인 괴롭힘은 없어졌다”면서도 “하지만 아이가 완전히 외톨이가 됐다. 어린애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온종일 한 명도 말을 안 걸어줬다”고 말했다.

학교를 그만두기로 한 계기에 대해선 영어만이라도 혼자 발표할 수 있도록 얘기를 해서 학교를 찾아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 이후 강군이 ‘이제 그만하고 싶다’고 말해 꼭 안아줬다고 전했다. 강씨는 “그래도 겉으로는 강현이가 학교생활을 잘한 것처럼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아이가 너무 말라 있어서 영상을 찍을 수가 없었다”며 “입학할 때 27kg이었던 아이의 체중이 22kg까지 빠졌다. 입학 전 밝았을 때 찍었던 사진으로 영상을 만들어 올렸다. 학교를 그만두면 ‘봐라, 천재라고 하더니 공부 못 따라가서 나간 거잖아’라는 소리를 강현이가 듣기 싫어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악몽을 잊고 좋은 추억으로 끝내고 싶었다”고 했다.

강씨는 공론화하기로 한 이유에 대해 “(자퇴를 알리는) 영상을 올리자마자 ‘영상을 내리지 않으면 아이가 학교에서 꼴찌를 하고 전 과목에서 한 문제도 못 풀었다는 걸 알리겠다’는 이메일이 왔다”며 “강현이 성적이 하위권이기는 했지만 그렇게 다 빵점을 맞고 한 문제도 못 풀 정도는 아니었다. 학교를 그만두기 이전에도 유튜브에 악플(악성 댓글)이 정말 많았다. 이걸 터뜨리지 않으면 앞으로 유튜브에 영상을 올릴 때마다 계속 이런 악플과 협박을 받을 것 같아서 그런 고리를 끊어내고 싶었다”고 전했다.

백군은 현재 눈동자에 초점도 없고 의욕도 없는 상태라고 한다. 백씨는 “정신과도 데리고 가 보고 하고 싶은데 형편이 어려워서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군은 검정고시를 치르고 수능을 준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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