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전승절 행사에 중러 대표단 초청 등 잇단 재개 조짐

내달 항저우 아시안게임 가늠자 될 듯… 코로나 확산은 변수

16일 신의주 출발해 압록강철교 건너는 버스들. (출처: 연합뉴스)
16일 신의주 출발해 압록강철교 건너는 버스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한 신의주와 중국 랴오닝성 단둥을 잇는 압록강철교(중국식 명칭은 중조우의교)에서 버스 행렬이 오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북중 간 인적 왕래가 처음으로 확인된 것인데, 북한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국경 문을 닫은 지 3년 7개월 만이다.

잇단 개방 조짐에 이어 양국을 잇는 압록강철교에서의 움직임까지 북한이 국경 개방에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대북소식통 “北신의주→中단둥 버스 이동”

16일(현지시간) 오전 10시 15분 중국 단둥을 출발해 압록강철교 건너 북한 신의주에 도착한 버스 2대가 11시 20분 단둥으로 돌아왔다고 연합뉴스가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버스에 누가 타고 있는지 확인되지는 않았으나카자흐스탄에서 열리는 국제태권도연맹(ITF)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단이 타고 있었을 것 같다고 대북 소식통들은 전했다.

ITF를 통해 동구권 국가에 태권도를 보급, 우호관계를 유지해온 북한은 이번 세계선수권에 100여명 규모의 선수단을 파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날 단둥에 도착한 북한 선수단은 60∼70명 규모로 추정됐다.

이들은 단둥 해관(세관)에 도착해 입국 수속을 밟은 뒤 미리 준비된 다른 버스 두 대에 나눠타고 단둥역 방향으로 떠났다. 북한에서 선수들을 싣고 온 녹색 버스들은 반대편인 압록강 쪽으로 갔다.

일각에서는 이날 3년 만에 북한에서 외국으로 출국하는 인적 교류가 재개된 만큼 북한이 베이징의 중국 주재 대사관에 체류 중인 유학생 300∼400명을 북한으로 들여보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여름철 관광 대목을 맞아 압록강철교 인근이 한층 북적이는 모습이라는 게 대북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지난해 9월 약 5개월 만에 재개된 압록강철교 화물 교역은 하루 한두 차례씩 계속되고 있다. 전날도 오전과 오후 한 번씩, 이날 오전에도 화물 열차가 단둥과 신의주를 오갔다.

◆북중 교역 정상화 가능성

이날 압록강철교의 버스 행렬은 코로나 봉쇄 이후 3년 7개월 만에 상당수의 북한 사람이 중국으로 건너간 것이라는 점에서 북중이 물적 교류에 이어 인적 왕래까지 정상화를 본격화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앞서 2020년 1월 코로나19 확산세가 시작되면서 정기 여객열차 운행 등을 전면 중단하며 국경 봉쇄 조치를 시작했다. 방역을 위해 최대 우방이자 제1 교역상대국인 중국과의 인적·물적 왕래 단절까지 감수한 고육책이었다.

하지만 이후 물자난 등이 심화하자 북한은 지난해 1월 중국을 오가는 화물열차 운행을 재개했고, 올해 들어서는 함경북도 나선시 원정리∼중국 옌볜 조선족자치주 훈춘, 함경북도 무산군∼중국 지린성 난핑 통상구 등 일부 구간에서 제한적으로 화물 트럭 운행을 다시 시작했다.

특히 지난달 27일 6.25전쟁 정전협정일(북한식 명칭은 전승절)을 맞아 중국·러시아 대표단을 대거 초청하면서 국경 개방이 시간문제라는 전망까지 나왔고, 또한 북한 대표 관광지인 남포 일대 정비에 나섰다거나 북한 여행사가 올해 평양에서 열리는 골프대회를 앞두고 외국인 참가자를 모집하는 공고를 냈다는 등의 소식이 연이어 전해지자 이런 해석에 더욱 힘이 실렸다.

전문가들은 다음달 열리는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이를 가늠할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다. 현재 북한이 참가 등록을 마친 상태여서 선수단은 물론 고위급 대표단 200여명을 파견할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대외 교류에 나설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다만 여전히 변수는 있다. 최근 전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고 있기 때문인데, 실질적인 국경 개방은 상황을 지켜 본 후에야 결정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시각이다. 중국은 올해 초부터 단계적·선별적으로 허용해온 자국민 해외 단체관광을 이달 한국 등 138개국을 대상으로 사실상 전면 재개했으나, 북한은 이 명단에서 빠져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중 접경 ‘만포경제개발구’ 홍보도

이런 가운데 북한이 중국과 닿아있는 자강도 만포경제개발구를 북한 무역 관련 선전잡지 ‘대외무역’ 3호에 소개해 관심이 쏠렸다. 만포경제개발구는 북한이 2013년 11월 외자 유치와 경제 개발을 목적으로 발표한 경제개발구 13곳 중 하나라 이 지역이 앞으로 북중교류의 거점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17일 이 잡지는 북중 접경지역에 위치한 만포경제개발구를 소개하는 기사를 대대적으로 싣고 3.9㎢ 면적에 달하는 이곳이 현대농업, 관광휴양, 대외무역을 중심으로 한 종합 경제개발구 건설을 목적으로 하며, 풍부한 수자원 등 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데 최적화돼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중국을 겨냥한 홍보하고 나선 것인데, 경제개발구는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 길림성 지안시와 마주 보는 자강도 만포시 미타리와 포상리의 일부 지역이 속한다. 중국 내륙이자 압록강 중류에 있는 지안은 대표적인 북·중 교역 거점으로 꼽힌다. 2019년에는 만포와 지안을 잇는 다리가 정식 개통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외자 유치가 사실상 막혀있는 상황에서 만포경제개발구를 홍보한 것은 단기적으로는 관광객 유치에 목적을 둔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등 당국에서 북한의 국경 개방 가능성이 무게를 두는 이유다.

잡지도 관서팔경 중 하나인 세검동에 있는 누정 ‘세검정’ 등 관광지와 미타리에 있는 약수터 ‘미타약수’가 만성위염이나 비만 등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며 관광과 의료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선전했다.

북한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3년 3월 당 전원회의에서 “각 도의 실정에 맞는 경제개발구를 내오고 특색 있게 발전시켜야 한다”고 지시하면서 경제개발구 지정을 본격화했지만, 열악한 인프라와 대북제재 등으로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북한은 여전히 경제개발구 제도를 지속해서 정비하는 등 향후 제재가 완화됐을 경우에 대비한 준비 작업은 꾸준히 진행하는 양상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