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시, 1억 7천 들여 제작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친일파 논란에 교체, 아쉬워”

지난 5월 공개된 김현철 화백의 새 춘향 영정(왼쪽), 1961년 제작된 김은호 화백의 춘향 영정(오른쪽). (제공: 남원시) ⓒ천지일보 2023.08.02.
지난 5월 공개된 김현철 화백의 새 춘향 영정(왼쪽), 1961년 제작된 김은호 화백의 춘향 영정(오른쪽). (제공: 남원시) ⓒ천지일보 2023.08.02.

[천지일보 남원=김도은 기자] 전북 남원시가 예산 1억 7000만원을 들여 새로 제작한 춘향영정을 두고 논란이 식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몽룡도 못 알아볼 억지 춘향”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되는 등 ‘절개지킨 16세 미녀 성춘향’ 이미지(형상)에 대한 파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국악인들도 1일 남원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춘향 모습으로 문화재 춘향가를 부를 수 없다”며 “고귀한 춘향으로 다시 그려 봉안하라”고 성명을 냈다. 국악인들은 성명을 통해 “새 춘향 영정은 나이가 40~50대로 보이고 얼굴은 남장여자, 의복은 어우동을 연상시킨다”고 주장했다.

새 춘향영정을 그린 김현철 화백과 남원시는 춘향전을 토대로 복식 전문가 등의 고증을 거쳐 당시 춘향의 모습을 최대한 반영했다는 입장이지만 논란은 식지 않고 있다.

원래 봉안된 춘향영정은 일제 강점기 초상화의 대가로 알려진 김은호 화백(1892~1979년)이 그렸다. 김 화백은 표준영정제작에 참여해 세조 어진을 그린 것으로 유명하며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인 순종의 어진도 그렸다. 춘향 외에도 논개, 아랑 등 고전소설 속 여인들의 영정과 다양한 한국화를 남겼다.

춘향영정 논란은 김은호 화백의 친일시비로 인해 진주시민단체들이 지난 2005년 진주성 의기사에 봉안된 논개영정을 강제철거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의 요구로 남원 광한루 춘향사당에 있던 성춘향 영정도 철거했다.

남원시와 남원문화원은 지난 5월 25일 제93회 춘향제 춘향제향에 앞서 춘향 영정 봉안식을 하고 새 영정을 광한루원 춘향사당에 봉안했다. 새롭게 봉안된 춘향영정에 대한 논란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새 영정은 김현철 화백이 4개월여에 걸쳐 그렸으며 가로 94㎝, 세로 173㎝ 크기다. 새 영정 속 춘향은 절개를 상징하는 대나무 뿌리 모양 죽절비녀를 꽂고 금봉채(金鳳釵, 봉황 모양을 새긴 금비녀)로 장식한 낭자머리를 하고 있다. 다홍치마와 연두색 저고리는 당시 젊은 여인이 즐겨 입은 복장이다.

영정이 공개된 후 지역 시민단체와 관광객 사이에선 “춘향의 덕성이나 기품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면서 “다시 그려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은 소설 속 인물인 ‘춘향’의 영정을 두고 시민단체와 국악인들까지 반발하는 이유에 대해 여러 해석을 내놨다.

그는 “다양한 고증을 거쳤다고는 하나 초상화를 잘 그리는 것이 워낙 어렵다”면서 “김은호 화백이 그린 논개 영정을 바꾼 후에도 이전만 못하다는 논란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김은호 화백은 어진을 그릴 정도의 초상화 대가”라면서 “상상 속 인물의 초상화를 일반인들이 공감할 수준으로 그려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친일행적 시비 때문에 춘향 영정이 철거된 점은 개인적으로는 아쉽다”면서 “남원시가 모른척 했으면 될 일 아니었나하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김 원장은 “춘향, 논개 영정뿐 아니라 현충사 내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표준 영정도 친일 논란이 있는 장우성 화백이 그린 것”이라면서 “워낙 잘 그린 영정이라 감히 철거를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친일파가 그림마저 친일적으로 그리진 않았을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널리 인식된 영정을 작품 자체로 평가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친일파 작가의 춘향영정 논란을 해결하려다 나름의 고증을 거치고도 ‘춘향’ 이미지 파괴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남원시는 “또다른 결정은 새로운 논란을 낳는다”며 최대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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