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15개 단지 철근 누락돼
10곳, 설계미흡 실태 드러나
경실련 “LH 전관 특혜 탓”
전문가 “이권 카르텔 끊어야”

인천시 서구 검단신도시 신축 아파트 건설 중 발생한 붕괴사고 현장. (출처: 연합뉴스)
인천시 서구 검단신도시 신축 아파트 건설 중 발생한 붕괴사고 현장.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이우혁, 원민음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아파트 철근 누락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의 전수조사 지시까지 내려오면서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안전 부실 관리에 대한 책임 소지를 명확하게 할 수 있는 LH의 내부적인 개혁이 필요하며, 특정 이권 카르텔이 형성될 수 없도록 국가에 독립된 안전기구가 설립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3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아파트 지하주차장 부실공사에 대해 전수 조사하고, 즉시 안전 조치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LH 발주 아파트의 철근 누락 문제가 불거지자 전수조사 등 후속 대책을 마련하라고 당부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인천 검단 GS 신축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철근 누락 사례가 LH 발주 다른 아파트에서도 무더기로 발견됐다.

LH는 “무량판 구조로 설계된 아파트 91개 단지 가운데 15개 단지에서 전단보강근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LH는 인천 검단 GS 신축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쓰였던 ‘무량판공법’이 적용된 다른 LH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전수검사하면서 이 같은 사실을 파악했다. 무량판구조는 무게를 버티는 보 없이 기둥에 직접 슬래브를 지지하기 때문에 기둥이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철근을 튼튼하게 감아줘야 한다.

LH는 설계도면 및 구조계산서를 분석한 후 슬래브 전단보강근 철근을 비파괴 검사했다. 또 지하주차장 콘크리트를 점검하고 강도를 측정했다. 91개 단지 중 시공 내용을 샘플 조사한 뒤 미흡사항이 발견된 지구는 전수조사를 진행했다.

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드러난 곳은 남양주 공공분양 주택을 포함해 15개 단지였다. 이 중 10곳은 설계 미흡으로 철근이 빠져 있었다. 구조계산이 제대로 되지 않았거나, 구조계산은 제대로 됐으나 설계도면에 전단보강근 표기를 빠뜨린 사례였다. 남은 5곳은 시공이 미흡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출처: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출처: 연합뉴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무량판으로 설계 시공하면서 전단보강근 등 설계와 시공에 누락이 생기게 한 설계·감리 책임자에 대해서는 가장 무거운 징계 조치와 함께 수사 고발 조치를 취하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검단 아파트) 공사의 설계·감리를 맡은 업체가 LH 전관 영업업체”라며 “국토교통부는 설계·감리·시공업자를 비난만 할 뿐 원인으로 충분히 지목될 수 있는 전관 특혜 문제는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LH 출신을 영입한 건설업체들이 그간 사업 수주 과정에서 혜택을 받았고 LH가 이들의 부실한 업무 처리를 방치하면서 붕괴 사고까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권 카르텔’이 작동했다는 취지다.

이러한 이권 카르텔과 관련해 LH 내부의 개혁은 물론 국회의 국정조사를 비롯해 국가에 독립된 안전기구 설립을 통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는 “시공 과정에서 철근을 빼먹는 부실시공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이는 단순히 전수조사를 통해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LH 내부 개혁을 포함해 국회가 개입해 국정조사를 진행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어 “‘건설 적폐’라는 말처럼 건설업계에 작용하고 있는 이권 카르텔을 끊어내기 위해선 독립성이 보장된 국가기구 신설도 고려해야 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처럼 독립된 국민안전관리위원회를 신설해 이권 개입 없이 오로지 국민 안전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