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4개월 특별조사 마무리
출판사에 미분배 수익지급 등 시정명령
​​​​​​​박보균 문체부 장관 “강력조치할 것”

‘검정고무신 고 이우영 작가 사건 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고 이우영 작가의 동생 이우진 작가가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3.28.
‘검정고무신 고 이우영 작가 사건 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고 이우영 작가의 동생 이우진 작가가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3.28.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1990년대 인기 만화 ‘검정고무신’ 저작권 분쟁과 관련해 원작자에 불리한 불공정행위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형설출판사·형설앤 대표에게 불공정 행위를 중지하고 미배분된 수익을 원작자인 고(故) 이우영 작가와 동생 이우진 작가에게 지급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17일 문체부는 지난 3월 28일 예술인신문고에 검정고무신 관련 신고가 접수되면서 문체부가 특별조사팀을 꾸려 사건조사를 진행했고, 조사 결과 불리한 불공정계약 내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만화 검정고무신과 관련해 저작권자 간 체결한 계약을 면밀히 살펴본 결과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예술인 권리보장법)’이 금지한 불공정행위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강력히 조치해 피해 입은 예술인을 두텁게 구제해 ‘검정고무신 사건’과 같은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3월 저작권 분쟁 중이던 고 이우영 작가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이 전해진 후 이우영작가사건대책위원회(대책위원회)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정고무신 사업자는 15년 동안 원작자에게 1200만원을 지급했다. 이는 1년에 80만원을 지급한 꼴”이라며 불공정한 계약 내용을 공개했다. 이와 함께 형설출판사의 저작권 반환을 포함해 유족과 만화인들에 대한 사과, 재발 방지를 위한 근원적 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이후 특별조사팀은 4개월간의 조사 과정을 통해 이같이 결론을 내렸다.

지난 5월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 형설출판사 앞에서 열린 '검정고무신' 장례 집회에서 이우영작가사건대책위원회가 출판사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지난 5월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 형설출판사 앞에서 열린 '검정고무신' 장례 집회에서 이우영작가사건대책위원회가 출판사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투자 수익 미분배, 예술인 권리보장법 위반

문체부는 형설출판사 대표(피신고인)가 투자 수익을 이우영·이우진 작가(신고인)에게 배분하지 않았다며 ‘수익 배분 거부행위’를 중지할 것을 명령했다. 특별조사 결과, 형설출판사 대표는 만화 ‘검정고무신’ 저작권자 간 2008년 6월 체결한 사업권 설정계약서의 해석을 근거로 이같이 판단했다. 문체부는 형설출판사 대표가 투자수익 배분을 거부하는 것은 ‘예술인 권리보장법’을 위반한 불공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계약 내용에도 불공정한 부분이 포함돼 있었다. 저작권자 간 2010년 체결한 ‘손해배상청구권 등 양도각서’의 경우 이우영·이우진 작가가 검정고무신 관련 일체의 작품 활동과 사업에 대한 모든 권리를 형설출판사 대표에게 양도하고 위반 시 위약금을 규정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즉, 이우영·이우진 작가에게만 일방적 의무를 지우고, 형설출판사 대표는 이에 대해 아무런 대가를 지급하지 않은 것이다. 문체부는 이것이 정상적인 거래 관행에 비춰 볼 때 ‘현저하게 신고인에게 불이익한 거래조건을 설정한 행위’에 해당해 ‘예술인 권리보장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형설출판사 대표에게 계약서의 내용을 변경함으로써 신고인에 대한 불이익 행위를 중지할 것을 명령했다.

또한 이우영·이우진 작가가 2008년 사업권 설정계약서 제6조에 근거해 모호한 계약 내용의 변경을 수차례 요구했으나, 형설출판사 대표는 협의에 전혀 응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했다. 문체부는 협의에 전혀 응하지 않은 피신고인의 행위가 ‘거래조건의 이행과정에서 신고인에게 그밖에 불이익을 주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검정고무신-즐거운 나의 집 스틸컷 (출처:스틸컷 캡처) ⓒ천지일보 2023.07.17.
검정고무신-즐거운 나의 집 스틸컷 (출처:스틸컷 캡처) ⓒ천지일보 2023.07.17.

◆예술인 권리보장위원회 심의·의결 거쳐

그동안 문체부는 사건당사자와 관계자로부터 제출받은 의견서, 증거자료 및 수차례 진행한 출석조사 결과 등을 종합해 ‘예술인 권리보장 및 성희롱·성폭력 피해구제 위원회(예술인 권리보장위원회)’에 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이후 예술인 권리보장위원회가 해당 사건을 심의한 결과 예술인 권리 침해행위가 있었음을 확인하고 피신고인에게 시정명령할 것을 문체부에 요청했다.

시정명령을 받은 형설출판사 대표는 9월 14일까지 이행 여부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문체부에 제출해야 한다. 미 이행 시 문체부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3년 이내의 범위에서 재정지원을 중단·배제할 수 있다. 필요한 경우 시정조치 명령 공표도 명할 수 있다.

검정고무신-즐거운 나의 집 스틸컷 (출처:스틸컷 캡처) ⓒ천지일보 2023.07.17.
검정고무신-즐거운 나의 집 스틸컷 (출처:스틸컷 캡처) ⓒ천지일보 2023.07.17.

한편 지난해 9월 ‘예술인 권리보장법’ 시행 이후 예술인 신문고에 신고된 사건은 총 123건이다. 문체부는 이번 사건을 비롯해 예술인 권리침해행위 17건에 대한 시정명령을 내렸으며, 시정권고 3건, 분쟁조정 3건, 조치 전 이행 5건 및 종결 15건 등 총 43건을 처리했다. 현재 14건은 위원회 심사가 진행 중이며, 이 외 66건은 사실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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