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전 이 땅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지나간 역사는 그저 역사일 따름인가. 그럴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경계와 교훈으로 삼아야 함을 일찍이 성인들은 들려주고 있다. 조선이 창업되고 518년 만에 문을 닫게 되는 비극적 사건이 발생한다. 경술국치(庚戌國恥), 1910년 8월 22일 대한제국은 내각총리대신 이완용과 일본제국의 한국 통감 데라우치 마사타케 사이의 치욕적이며 망국적인 합병 조약이 체결되고, 그 달 29일 비로소 공포되니 대한제국은 멸망하고 만다. 그리고 꼭 백년, 경인년 새 아침이 밝았다.

36년의 일제 치하, 6.25동란, 휴전, 남북의 지리(支離)한 대치, 군사정권, 민주화 등 뒤돌아보면 아마 이러한 격랑의 세월과 함께한 민족도 어디에 또 있을까 하는 생각에 아찔할 정도다.

이제 그 모진 바람을 다 이겨내고 다시금 백년 아니 천년의 대서사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누가 뭐라 하던 역사의 수레바퀴는 미래를 향해 조용히 때로는 굉음과 함께 질주해 갈 것이다.

그 백년이 지난 지금 세계의 변방에서 세계중심의 축으로 급부상하고 있음을 현실의 눈으로 똑바로 응시하고 인정하자. 긴 터널과도 같았던 백년의 세월을 헤쳐 온 선조들이 모르고 보면 모르겠지만 알고 보면 참으로 자랑스럽다.

그 참혹했던 시절을 이겨내며 산업화를 이루었고, 그 어두웠던 시절을 극복하며 민주화를 이뤄냈다. 그리고 경제적·군사적·문화적 세계 최 우위를 눈앞에 둔 상태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가 해결하고 이루어가야 할 일은 무엇일까. 문화 콘텐츠가 승부를 좌우한다는 명백한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즉, 물질이 아니라 정신이 지배하는 세상, 곧 문화의 전성시대가 펼쳐질 것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과거의 유대인같이 세계 지식인의 핵으로 급부상한 한민족(韓民族), 바로 오늘의 한국의 국력과 국격을 안겨다 준 장본인 즉, 흩어져 있는 8백만 디아스포라의 저력이기도 하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함께 깨달아야 하는 것은 우리가 인정하기 싫어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 있다. 그것은 우리가 알고 있던 바와는 사뭇 다른 내용이다. 다름 아닌 민족적 근성 즉, 긍정의 힘이다. 오늘날의 코리아가 되기까지는 바로 이 긍정의 힘을 가진 ‘코리안’이 그 원동력이었던 것이다. ‘안되면 되게 하라’ ‘빨리 빨리’의 문화는 부정적 시각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오늘의 한국을 일구어 낸 긍정의 힘이었고 원동력이었음을 인정하자. 그렇기에 한국의 브랜드는 ‘코리안’이다.

이러한 시대적 현실 앞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있다면 우리의 ‘의식의 변화’다. 단일민족을 앞세워 폐쇄적이며 이기적인 사고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사실이다. 새롭게 시작되는 이 시대는 하나의 지구촌 시대임을 명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내수만이 다가 아니라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다문화 의식’으로의 전환이 시급함을 일깨워 주고 있다.

과거 역사를 보더라도 서양을 지배해온 이탈리아도 우리와 같은 반도국의 지리적 요건과 함께 다문화를 받아들임으로써 천년의 지배가 가능했던 것이며, 반면에 1980년대만 해도 세계를 삼킬 것만 같았던 일본의 성장은 폐쇄적이며 이기적인 우월적 사고와 경제정책으로 그 우수한 경제성장은 멈춰 서고 오히려 추락의 길을 걷고 있음을 우리는 가까이서 목도하고 있다. 수출은 하면서 개방하지 않는 폐쇄성이 오늘의 일본인 것이다.

오늘날 한국 또한 ‘세계경제를 주도 한다, 세계 금융의 허브다, 글로벌 본사가 가장 집중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하는 곳이 한국이다’ 등으로는 결코 일등국가의 일등국민이 될 수 없는 시대적 현실을 읽어야 한다. ‘글로벌’이란 뜻이 그렇듯이 가장 세계적인 국가의 국민이 되려면 가장 세계적인 글로벌적 마인드 곧 하나의 세계관을 가질 때만이 가능하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그래서일까. 최초의 고대국가인 고조선부터 우리는 우리만을 생각해 온 민족이 사실은 아니었다. 바로 ‘홍익인간(弘益人間) 즉,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라’는 건국이념이 이를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어쩌면 희망의 새 시대를 선도할 미래의 대한민국을 미리 예견한 이념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은 무리일까. 실제 잘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많은 곳에서 홍익인간의 민족적 기질이 세계 도처에서 잘 나타나고 있음도 잊지 말자.

그렇다. 세계의 으뜸가는 국가가 되기 위해선 가장 요구되는 것이 있다면, 언급한 바와 같이 다양성을 이해하고 배려하고 포용하는 다문화 의식을 가진 민족이어야 함을 꼭 기억해야 한다.

서기동래, 이 말은 서쪽의 기운 즉, 물질이 지배하는 시대가 끝이 나고, 동방의 정신문명 즉, 정신이 이 세상을 천대 만대까지 지배해 가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선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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