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한 분위기의 어시장·항구
“방류 결정에 피해볼까 호소”
“어민 생계가 달렸다니 화나”
어민 위한 대안 모색 목소리

[천지일보 진도=천성현 기자] 지난 10일 오후 2시쯤 오후 본지가 방문한 진도수상시장은 한산했다. ⓒ천지일보 2023.07.13.
[천지일보 진도=천성현 기자] 지난 10일 오후 2시쯤 오후 본지가 방문한 진도수상시장은 한산했다. ⓒ천지일보 2023.07.13.

[천지일보=전국특별취재팀] “손님은 계속 줄어드는데 오염수까지 방류된다면 얼마나 더 힘들어질지 상상하고 싶지 않아요.”

전남 진도군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이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진도수산시장과 서망항 상인들을 비롯한 진도군 수산업 종사자들과 주민들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걱정 섞인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들은 방류 후에는 경제적 타격 등 영향이 나타날 거라 예상했다.

지난 10일 오후 본지가 찾은 진도수산시장에는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한 호객행위 없이 한적했다. 상인들은 조용한 시장에서 수산물을 다듬거나 가게 안쪽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10년 넘게 횟집을 운영하는 김선영(가명, 50대, 여, 진도군 진도읍)씨는 “장사가 더 안되면 가게를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일본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방류 결정에 국민과 어업인들이 피해를 볼 것 같아 억울하다”고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시장 상인들은 안 그래도 경제 상황이 어려운데 더 힘들어지면 생계유지가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부 상인들은 방류로 인해 업종 변경을 고민하며 인식 악화를 우려하는 사람도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에 가게를 열었다는 조민아(가명, 40대, 여)씨는 “오염수 방류가 이뤄진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방류 후 손님들의 반응을 예측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아직 대출금이 남아 있어 장사가 잘 안되더라도 가게를 닫을 수 없다”며 “바닷고기 판매가 어려워진다면 민물 생선을 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푸념했다.

오염수 방류가 이뤄지면 수산업 종사자들뿐만 아니라 가족의 생계와 노후대책까지 위협하는 문제로 이어질 거라 지적하는 주민도 있었다.

활어차를 이용해 수산물 유통업을 하는 김진수(가명, 50대, 남, 전남 진도군)씨는 현재는 방류 전이라 큰 변화는 느끼지 못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방류 후에 어떤 영향이 나타날지는 알 수 없을 것 같다”며 “상인들뿐만 아니라 어민, 양식업, 수산물 유통업자 모두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부모님과 전복 양식을 하고 있다는 한 주민은 이번 사태로 부모님의 생계와 노후대책이 위태로워질 것을 걱정했다. 이영석(가명, 40대)씨는 “오염수가 방류되면 전복 양식을 계속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수산업이 어려워져도 부모님은 평생 전복 양식만 해오셨는데, 인제 와서 다른 직업으로 전환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천지일보 여수=이봉화 기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임박한 11일 오전 전남 여수시 국동항에 어업 선박들이 정박해 있다. ⓒ천지일보 2023.07.13.
[천지일보 여수=이봉화 기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임박한 11일 오전 전남 여수시 국동항에 어업 선박들이 정박해 있다. ⓒ천지일보 2023.07.13.

진도의 서망항 인근 마을 어업인들과 주민들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오염수 방류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한 어민은 불만을 토로했다.

유지은(가명, 50대, 여)씨는 “일본의 방류 결정에 어민들의 생계가 달렸다고 생각하니 화가 난다”며 “방류되는 순간 되돌릴 수 없고 분명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망항 인근 마을에 사는 한 주민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꽃게 금어기가 끝나는 시기와 겹쳐 가을 꽃게잡이에 영향이 미칠 것을 우려했다.

이명자(가명, 70대)씨는 “8월에 방류한다고 하는데, 8월 말부터 가을 꽃게를 잡아야 한다”며 “서망항은 꽃게로 유명한 곳인데 방류로 인해 제철 꽃게잡이에도 영향이 있을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11일 오전 전남 여수시 남산동 수산물특화시장 역시 진도수산시장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수산물특화시장에서 8년째 건어물을 팔고 있는 최정임(가명, 65)씨는 “옆 건어물시장이 휴무인데도 이곳에 손님이 없다”며 “하루에 4만원도 못 벌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염수 때문에 사람들이 오지 않는데 방류가 시작되면 어떻게 될지 상상이 안 간다”며 “(방사능) 측정기 광고는 하는 데 도움이 될지 알 수 없다”고 토로했다.

[천지일보 동해=이현복 기자]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계획이 국제기준에 부합한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보고서가 발표되면서 어시장 상인들과 어업종사자들은 우려를 표명했다. 사진은 한산한 묵호항어판장. ⓒ천지일보 2023.07.13.
[천지일보 동해=이현복 기자]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계획이 국제기준에 부합한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보고서가 발표되면서 어시장 상인들과 어업종사자들은 우려를 표명했다. 사진은 한산한 묵호항어판장. ⓒ천지일보 2023.07.13.

본지가 찾은 강원도의 분위기도 마찬가지였다. 12일 강원도 묵호항에는 예년의 북적했던 풍경을 볼 수 없었다. 횟감을 사고파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던 어판장도 너무 한산했다. 항구에도 가봤지만 오가는 어선은 보이지 않았다.

묵호항 어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금요일과 주말에는 손님이 조금씩 있었는데, 이번 달에는 주말에도 거의 관광객이 없었다”며 “고기도 들어오지 않아 이러다가 정말 굶어 죽을 지경일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묵호항에서 만난 한장연(가명, 52, 남)씨는 “30년 넘게 문어잡이 하며 생활하고 있지만 요즘 같은 경우는 처음 본다”고 호소했다. 그는 “처음에는 동해안 어부들도 그 소식을 듣고 담담하게 여겼지만, 이달 들어 소비량과 가격이 2/3로 곤두박질쳤다”고 하소연했다.

또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어민과 소비자들뿐”이라며 “정치권에서 어민과 관광객(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정책이 무엇인지 신중하게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 부산=윤선영 기자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계획이 국제기준에 부합한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보고서가 발표되면서 어시장 상인들과 어업종사자들은 우려를 표명했다. 사진은 자갈치신동아시장 횟집. ⓒ천지일보 2023.07.13.
[천지일보 부산=윤선영 기자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계획이 국제기준에 부합한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보고서가 발표되면서 어시장 상인들과 어업종사자들은 우려를 표명했다. 사진은 자갈치신동아시장 횟집. ⓒ천지일보 2023.07.13.

같은 날 부산에 있는 회센터 2곳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상인들 표정은 경직돼 있었고 손님을 기다리는 손만 분주했다.

상인들은 오염수 방류 얘기에 이전보다 매출이 50% 이상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 사람들은 정치권에서 어민들을 위한 대책이 나오길 바라기도 했다.

생선을 손질하던 한상진(가명, 40대)씨는 기자라며 다가서니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결국 오염수 방류를 할 거 아니냐”며 “일본이 규정대로 하는지가 문제인데, 정치인들끼리 맨날 싸움만 하고 있으니 답답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7.8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결사반대 부산시민 총궐기대회 준비위원회는 11일 시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7.8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반대 서명에 이날까지 부산시민 11만 1678명이 참여했다”며 “시민들이 오염수 방류에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확인됐다. 일본 정부에까지 이 분노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들로부터 서명서를 전달받은 김경덕 부산시 시민안전실장은 “과학적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 방류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며 “꼼꼼한 감시와 감사를 통해 해역 수산물의 안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류지민, 윤선영, 이봉화, 이현복, 천성현 기자)

[천지일보 여수=이봉화 기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임박한 11일 오전 전남 여수시 남산동 수산물특화시장의 한산한 모습이다. ⓒ천지일보 2023.07.13.
[천지일보 여수=이봉화 기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임박한 11일 오전 전남 여수시 남산동 수산물특화시장의 한산한 모습이다. ⓒ천지일보 2023.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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