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수소 섞어 태우는 기술
천연가스 발전보다 탄소량↓
70% 혼소시 40% 탄소감축

한화, 혼소비율 59.5% 성공
80㎿급에선 세계 최초 달성
포스코·두산도 기술개발진행

한화와 한국서부발전이 지난달 21일 충남 서산시 한화임팩트 대산사업장에서 ‘대산 수소터빈발전 실증 기념식’을 개최한 가운데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기념식은 세계 최초로 이뤄낸 80㎿급 중대형 가스터빈의 혼소율 59.5% 수소 혼소 발전 실증 성과를 축하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공: 한화임팩트)
한화와 한국서부발전이 지난달 21일 충남 서산시 한화임팩트 대산사업장에서 ‘대산 수소터빈발전 실증 기념식’을 개최한 가운데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기념식은 세계 최초로 이뤄낸 80㎿급 중대형 가스터빈의 혼소율 59.5% 수소 혼소 발전 실증 성과를 축하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공: 한화임팩트)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청정에너지 자원으로 주목받는 ‘수소’. 이를 활용한 산업이 발전하면서 천연가스와 수소를 섞어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혼소(혼합연소)’ 기술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최근엔 한화와 한국서부발전이 세계 최초로 중대형급 가스터빈 수소 혼소 발전 실증에 성공하면서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춰나가는 모습이다. 청정에너지 수소를 활용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혼소 기술에 대해 살펴봤다.

◆수소 혼소 발전이란?

수소 혼소 발전이란 가스터빈에서 수소와 천연가스를 함께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을 말한다. 수소 혼소 발전소는 천연가스만을 사용하는 기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게다가 기존 LNG 발전소의 가스터빈을 개조하기만 하면 발전소를 새롭게 건설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수소 혼소 발전소를 만들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수소 혼소 가스터빈을 살펴보기에 앞서 가스터빈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가스터빈은 높은 압력과 온도의 가스를 견디며 전기 생산에 필요한 고속의 회전운동을 하는 장치를 말한다.

전기 생산과정에서 1500~1700℃의 고온을 견뎌야 하기에 특수 합금 제조나 정밀 주조에 대한 고난도 기술이 요구된다. 가스터빈 한 개는 단순하게 보면 압축기·연소기·터빈으로 이뤄져 있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약 4만개 이상의 기계 부품으로 구성돼 있다.

가스터빈이 작동되기 위해선 먼저 공기 흡입이 이뤄져야 한다. 흡입된 공기는 분자가 압축되는 과정을 거쳐 온도가 상승하고 이 과정에서 공기압이 증가하게 된다. 압축된 공기는 연소실로 이동하게 되는데 고압 고온의 공기와 연소기에 분사된 연료와 만나 연소 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출처: 한화저널)
(출처: 한화저널)

이때 터빈의 블레이드(날개)가 3000RPM(1분 동안 몇번 회전하는지 나타내는 단위) 이상 속도로 돌아가면서 기계에너지를 발생시킨다. 이 기계에너지는 다시 전기에너지로 변환되면서 전기가 생성되는 원리다.

수소 혼소 가스터빈은 일반 LNG 가스터빈과는 달리 수소와 LNG를 섞은 연료를 사용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100㎿(메가와트)급 LNG 가스터빈을 가동하면 연간 약 47만톤의 탄소가 배출되는데 수소를 약 35% 혼소하면 기존대비 탄소배출량이 14% 감소한다. 수소 혼소 비율을 70%로 높이게 되면 기존대비 40% 이상 탄소배출량 감소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인류의 궁극적인 목표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도록 수소 자체로만 터빈을 돌리는 것이겠지만 현재 100% 수소로 가동되는 수소터빈을 곧바로 상용화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아직 수소의 생산 단가가 굉장히 비싸 수소만을 원료로 사용하면 전기료 또한 비싸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경제성을 고려해 가스터빈과 수소터빈의 ‘중간단계’로 수소 혼소 가스터빈에 주목하고 있다.

(출처: 한화저널)
(출처: 한화저널)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수소 혼소 발전’

수소 혼소 발전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경우 수소 혼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조 6천억원의 수소 기금 중 약 11%를 수소터빈 발전 연구개발(R&D)에 배정했다. 미국은 2021년 11월 오하이오주에서 수소 혼소 실증에 돌입하기도 했다.

유럽의 경우 주요 기업들이 65~80㎿급 수소 혼소 실증 평가를 완료한 상태다.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2030년까지 수소 기반의 발전설비 1GW(기가와트)를 보급해 발전연료로서 수소 투입량을 30만톤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국산 수소 혼소 발전 기술 어디까지 왔나

지난달 21일 한화와 한국서부발전은 충남 서산시 한화임팩트 대산 사업장에서 대산 수소터빈발전 실증 기념식을 개최했다. 기념식은 세계 최초로 이뤄낸 80㎿급 중대형 가스터빈의 혼소율 59.5% 수소 혼소 발전 실증 성과를 축하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화는 80㎿급 중대형 터빈 기준 세계 최고 혼소율인 59.5%의 수소 혼소 발전에 성공했다. 또 배출 가스 내 이산화탄소(CO2)와 질소산화물(NOx)을 획기적으로 저감했다. 친환경 수소 혼소 발전 상용화를 앞당길 유의미한 성과를 이뤄낸 것이다.

그간 한화는 서부발전과 함께 지난 2021년 8월부터 충남 대산에서 수소 혼소 발전 기술의 실증을 준비해왔다. 이어 지난 4월 중대형(80㎿급) 가스터빈의 수소혼소율 59.5% 실증을 세계 최초로 성공해 수소 혼소 발전 기술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번 실증 성공은 산업통상자원부의 규제 샌드박스 승인을 통한 수소발전 기술 조기 확보 전략의 성과이기도 하다. 59.5%의 혼소율로 발전하는 동안 LNG 전소(100%) 발전 대비 배출 가스 내 이산화탄소 저감율은 실증 목표의 최고 수준인 22%에 달했다.

(출처: 한화저널)
(출처: 한화저널)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수소 혼소 기술 연구가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이런 기술적 장벽을 넘어 실제 상업 운전이 가능한 중대형 가스터빈에서 60%에 육박하는 수소 혼소 발전 실증에 성공한 건 이번이 최초다. 앞서 기술에 뛰어든 미국은 40%, 네덜란드는 30%인 것과 비교하면 그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수소혼소율을 올리는 동시에 안정적으로 발전 출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화염 제어 기술이 필요하다. 수소는 LNG보다 7~8배나 빠른 속도로 타기 때문에 연소기의 화염이 연료 공급 장치로 역류해 손상을 입히는 ‘화염 역화’ 현상을 제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화는 연소 조건을 제어해 저공해 연소가 가능하도록 하는 연소기 기술을 개발했고, 배출가스 내 NOx를 6㏙ 이하로 저감했다. 이는 국내 LNG 가스터빈 발전소의 NOx 배출 허용 기준 20㏙ 대비 약 30% 수준을 별도 저감 장치 없이 달성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화는 노후된 LNG 가스터빈을 활용해 친환경 효과를 볼 수 있는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노후된 LNG 가스터빈에 한화의 수소터빈 기술과 터빈 수명 연장 재생 기술을 동시에 적용하면 고가의 고온 부품 및 로터의 수명을 20년 이상 연장하고 수소 혼소 및 전소발전으로 재사용할 수 있다.

수소 혼소 발전 기술을 개발하는 국내 기업 가운데 포스코그룹도 있다. 포스코그룹의 포스코인터내셔널(에너지부문)은 현재 인천에서 약 3.4GW의 LNG 발전소를 운영 중인데 이 가운데 3, 4호기 발전기를 수소 혼소 발전기로 대체할 계획이다.

포스코그룹이 개발 중인 수소 혼소 발전은 최대 50%까지 수소 혼소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그룹은 향후 발전 터빈 기술사와 협력해 2027년 3, 4호기, 2035년 9호기까지 수소 혼소 발전을 적용 확대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두산에너빌리티도 관련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달 28일 한국중부발전과 2800억원 규모의 보령신복합발전소 주기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19년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국산화에 성공한 데 이어 지난 2021년부터 340여개 국내 산학연과 한국형 표준 가스복합 모델을 국책과제로 개발해왔다.

총 발전용량 569㎿ 규모의 보령신복합발전소는 2026년 6월 준공을 목표로 충남 보령시에 건설될 예정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380㎿규모 H급 초대형 가스터빈을 비롯해 스팀터빈, 배열회수보일러(HRSG)를 공급할 계획이다.

한편 정부도 가스터빈의 수소 혼소·전소터빈 개발을 위해 올해 예산에 ‘발전용 가스터빈의 수소 혼소 전환 기술개발 및 실증산업’을 새로 편성하고 전력기반기금을 활용해 37억 7500만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이 사업은 2025년까지 지속된다. 사업에 성공하면 발전용 수소터빈과 핵심부품의 국산화를 통한 기술 자립과 국내 발전산업 고용 창출을 이룰 수 있다. 또한 중소중견기업의 역량을 배양해 실현 목표인 90% 이상 국산화율을 달성하게 된다.

◆수소 혼소 발전

수소와 천연가스를 함께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 탄소 배출량을 최대 22%까지 낮출 수 있다. 수소 혼소 발전소는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기존 LNG 발전소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LNG 발전소의 가스터빈을 개조하면 적은 비용으로 수소 혼소 발전소를 만들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수소 혼소 가스터빈

수소 혼소 가스터빈은 높은 압력과 온도를 견디며 전기 생산에 필요한 고속의 회전운동을 하는 장치를 말한다. 전기 생산과정에서 1500~1700℃의 고온을 견뎌야 하기에 특수 합금 제조나 정밀 주조에 대한 고난도 기술이 요구된다. 수소혼소율을 올리기 위해서는 화염 제어 기술도 필요하다. 수소는 천연가스보다 7~8배나 빠른 속도로 타기 때문에 연소기의 화염이 연료 공급 장치로 역류해 손상을 입히는 ‘화염 역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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