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더위에도 약 5만명 참석
“성소수자들 위한 세상 오길”
광장 사용 불허 항의 퍼포먼스
동성애 반대 집회 시민들 ‘눈살’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1일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에서 제24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3.07.0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1일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에서 제24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3.07.01.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국내 최대 성소수자 축제인 퀴어문화축제가 1일 서울 을지로 일대에서 열렸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2가에서 ‘제24회 서울퀴어문화축제’를 개최했다. 퀴어문화축제는 코로나19 확산 시기를 제외하고 지난 2015년부터 매년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그러나 올해는 서울시가 광장 사용을 불허해 을지로2가로 장소를 옮겼다. 이번 행사의 슬로건은 성소수자의 권리와 인권 존중에 대한 염원을 담아 ‘피어나라 퀴어나라’로 정했다.

이날 주최 측 추산 약 5만명이 행사에 참여했다. 행사장 입구부터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현수막이 펄럭이고 있었다. 행사장은 을지로입구역 4번 출구에서부터 청계천 베를린광장까지 펜스로 통제됐다. 가톨릭 성소수자 모임 안개 마을, 국가인권위원회, 국제앰네스티 등 60여개 각국 대사관, 시민단체, 종교단체가 행사 부스를 설치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1일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에서 열린 제24회 서울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7.0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1일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에서 열린 제24회 서울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7.01.

서울 한낮 기온이 34도에 이르는 찜통더위에도 많은 인파가 을지로 일대를 가득 메웠다. 행사 참석자들은 부채, 가방, 손목 아대 등 다양한 무지개색 소품을 들거나 몸에 둘렀다. 부채와 피켓에는 ‘퀴어는 광장을 되찾자’ ‘사랑은 혐오를 이기지’ ‘춤추고 노래하며 신나게 저항하자’ ‘나 지금 되게 신나 퀴혐(퀴어 혐오자)들아’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양선우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아직 우리나라가 혐오와 차별이 가득하지만 성소수자를 비롯한 다양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세상은 분명히 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혜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는 연대 발언에서 “왜 축제조차 투쟁의 현장이 돼야 하느냐”면서 “인종이나 피부색, 장애 유무, 학력, 출신 지역, 국가, 성별 정체성, 성적 지향에 상관없이 우리는 모두 이 땅에 사는 동료 시민”이라고 강조했다. 현주 서울퀴어퍼레이드 집행위원장도 “서울시가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한다면 우리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불허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에 대한 항의 퍼포먼스도 펼쳐졌다. 행사 관계자는 “차별과 혐오가 가득한 문서를 박박 찢어서 날려버리겠다”며 광장 사용 불허통지서를 찢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1일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에서 열린 제24회 서울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7.0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1일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에서 열린 제24회 서울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7.01.

오후 4시 반 퀴어문화축제의 하이라이트인 퀴어퍼레이드가 시작됐다. 참석자들은 행사장에서 출발해 삼일대로, 퇴계로, 명동역, 종로, 종각역 등 약 3.4㎞ 구간을 행진했다. 행렬 중에는 빨간색 머리에 흰색 드레스를 입는 등 개성을 뽐낸 참가자들이 눈에 띄었다. 성소수자부모모임은 ‘응 내 자식 퀴어야’ ‘자랑스런 내 자식 퀴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함께 행진했다.

한편 이날 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집회가 서울 도심 곳곳에서 열렸다. 행사장 인근 하나은행 건물 앞에서는 해병대 복장을 한 사람들이 트럭 2대와 철골 구조물 위에서 ‘동성애 박멸! 동성애 퇴치! 깨끗한 한국 할렐루야’ ‘NO! SAME SEX MARRIAGE(동성 결혼 반대)’ 등의 팻말을 걸어놓고 북을 쳤다. 혐오를 조장하는 모습에 지나가던 한 시민은 “미쳤나 봐”라며 혀를 찼다. 예수 복장을 한 남성이 빨간색 십자가를 메고 행사장 인근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열린 ‘동성애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통합국민대회 거룩한 방파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7.0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열린 ‘동성애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통합국민대회 거룩한 방파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7.01.

보수 개신교 단체인 동성애퀴어축제반대국민대회는 오후 1시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통합국민대회 거룩한 방파제’를 진행했다. 통합국민대회 부대회장 송한욱 목사는 “창조 섭리를 부정하고 가정을 파괴하며 공동체를 무질서하게 만드는 악한 사상으로부터 이 땅을 지켜달라”고 기도했다. 대회 참석자들은 “동성애자들이 치유 받고 돌아오게 해달라”며 두 손을 높이 들고 기도했다. 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구호도 이어졌다.

매년 퀴어문화축제가 열리던 서울광장에서는 CTS 문화재단 주최로 ‘청소년‧청년 회복 콘서트’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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