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과 3867종의 식물 식재… 다양한 매력의 24개 주제원
생태·정원문화 프로그램 운영… “계절별 수목원의 모습 제공”

전주수목원 풍경쉼터. (제공: 전주수목원) ⓒ천지일보 2023.06.04.
전주수목원 풍경쉼터. (제공: 전주수목원) ⓒ천지일보 2023.06.04.

[천지일보 전북=김동현 기자] 봄기운이 물러나며 초여름 날씨가 다가오는 6월의 시작. 가벼운 옷차림에 밖으로 나들이 가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더운 날씨가 계속되는 요즘 지친 몸과 마음의 활력을 얻기 좋은 푸른 식물, 활짝 핀 꽃들이 가득한 장소가 있다.

바로 호남고속도로 전주나들목 인근인 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구 번영로에 있는 총면적 29만 1795㎡의 전주수목원이다.

한국도로공사가 운영하는 전주수목원은 지난 1971년 고속도로를 건설하면서 훼손된 자연환경 복구를 위해 조경수목과 잔디를 생산·공급하는 묘포장으로 출발했다. 그 후 1983년부터 고속도로 건설로 훼손 위기에 놓인 자생식물과 조경식물을 도입하기 시작하고 연구를 수행하면서 생산된 식물을 과별, 종별로 식재해 수목원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노력으로 전주수목원은 지난 1992년부터 일반인들에게 개방하고 2004년에는 수목원으로 산림청에 정식 등록했다. 2022년 기준 연간 69만명이 넘는 이용객이 방문하고 있다.

현재 전주수목원은 197과(과(科): 생물분류에 사용하는 기본적 종류 구별 단계로 린네의 계층분류에서 목과 속의 중간에 있는 계급) 3867종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으며 배달, 아사달 등 무궁화 품종 213종이 심겨 있는 무궁화원 등 24개의 주제원으로 이뤄져 있다. 이에 수목원을 가득 채운 나무와 꽃들 사이에 난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각 주제에 맞게 꾸며진 주제원을 연달아 만나게 된다.

전주수목원 장미원. (제공: 전주수목원) ⓒ천지일보 2023.06.04.
전주수목원 장미원. (제공: 전주수목원) ⓒ천지일보 2023.06.04.

◆형형색색 장미와 개화 앞둔 수국

전주수목원 입구에 조성된 주차장에서 뜨거운 햇빛을 쬐다 보면 수목원 입구 우측으로 보이는 연못 나무 아래 그늘로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움직인다.

수련잎이 가득한 연못을 따라 걷다 보면 수생식물과 멸종 위기 식물인 깽깽이풀 등 155종의 식물이 식재돼 있는 계류원을 지나게 된다. 그렇게 조금만 더 지나면 바람을 타고 장미 향기가 코끝을 감싼다.

전주수목원 24개 주제원 중 하나인 장미원에는 많은 시민이 모여든다. 장미원은 2833㎡의 면적에 전주와 어울리는 기와, 한식담장, 화계 등 한국적인 요소와 원색의 장미가 대비를 이루는 공간이다.

형형색색 장미들 사이로 캄보디아 전통복장을 입은 외국인과 전주시민들은 더운 날씨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행과 함께 사진을 찍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또한 사진을 찍다 지친 일부 시민들은 장미원 앞쪽 넓은 그늘에 마련된 평상에서 대화를 나누며 쉬고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더운 날씨에 쉬러 왔다는 이옥순(가명, 60대, 여, 전주시 덕진구 만성동)씨는 “장미나 튤립을 보기 위해 방문한다. 봄에는 벚꽃과 튤립이 같이 피고 여름에는 장미가 이쁘게 피니 눈이 즐겁다”며 “올해 벚꽃이 필 때는 못 왔는데 장미로 그 아쉬움을 달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점심을 먹고 잠기 걷기 위해 방문했다는 김동희(60대, 여, 전주시 완산구 평화동)씨는 “꽃도 나무도 잘 정리돼 있고 앉아서 쉴 수 있는 쉼터가 있어 좋다”며 “쉼터에 앉아 녹지를 바라보며 힐링하고 간다”고 미소지었다.

초여름에 피기 시작하는 수국을 기대하는 시민도 있었다.

50여종의 다양한 수국이 심겨진 수국원에서는 초여름 큰 나무 그늘에 핀 각양각색의 수국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은 토양의 산성으로 인해 푸른색의 수국이 많이 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수국원에서 조용히 자기네들의 이야기를 나누던 박종필(67, 남)씨 부부는 “장미가 많이 폈다고 해서 왔는데 지난번에 많은 비가 내려서 꽃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게 아쉽다”며 “이곳에 심겨 있는 것이 다 수국인데 잘해놨다. 수국이 만개하면 예쁠 것 같다”고 기대했다.

또한 수목원에서는 산과 들에서 자라는 잡초성 초본식물 쇠비름과 포아풀 등 85종의 들풀을 볼 수 있는 들풀원과 대나무 52종이 식재돼 있는 죽림원, 기암괴석이 있는 산의 모습을 축소해 작은 풍경을 만들어 놓은 분경원 등이 저마다의 매력을 선보인다.

[천지일보 전북=김동현 기자] 전주수목원에 높이 자란 대나무들. ⓒ천지일보 2023.06.04.
[천지일보 전북=김동현 기자] 전주수목원에 높이 자란 대나무들. ⓒ천지일보 2023.06.04.

◆‘생태·정원문화’ 자연학습의 장

전주수목원은 생태·정원문화의 확산과 발전을 위해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먼저 전주수목원은 다양한 문화행사로 볼거리를 제공하고 지역 문화예술행사 활성화를 위해 ‘수목원을 빌려드립니다’를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으로 전주수목원은 지역 대학생, 동호회,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비영리 목적의 다양한 문화·예술·체험 행사를 연중 개최할 수 있도록 홍보관, 야외공연장 등의 인프라를 무료로 제공한다.

또한 전주수목원은 매년 여름방학 기간 중 인근 초등학교, 지역아동센터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연·생태 및 교통안전을 주제로 ‘여름생태학교’를 진행하고 있다. 여름생태학교에서는 숲생태 해설, 식물퀴즈 골든벨, 나만의 화분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외에도 수목원의 모습과 다양한 식물들을 360도 VR 영상으로 볼 수 있는 ‘내 손안의 전주수목원’이란 VR 셀프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수목원 내 17곳에 배치된 QR코드를 스캔해 스마트폰으로 VR 영상, 해설과 함께 생태학습과 체험을 할 수 있다. 특히 셀프해설코스 중 1개 코스 인증샷을 찍어 관리사무소를 방문하면 VR 체험키트를 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수목원 관계자는 “수목원에서는 계절마다 다양한 꽃들이 피고 지다 보니 시기를 놓쳐 멋진 모습을 보지 못한 방문객들이 많다”며 “내 손안의 전주수목원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VR 영상을 통해 계절별 수목원의 멋진 모습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6월 점점 더워지는 날씨와 바쁜 일상으로 지치는 요즘 전주에 있는 전주수목원을 방문해 짙은 녹음과 여유를 즐기며 활력을 되찾아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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